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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빈 Nov 28. 2022

못생긴 귀

 엄마가 집을 나갔을 때 나는 여덟 살, 동생은 여섯 살이었다. 나는 초등학교에 입학해 한 학기를 지냈고, 동생은 동네 또래들과 골목에서 놀던 코흘리개였다. 아빠의 잦은 음주에 못 견뎌하던 엄마는 그런 우리 둘을 놔둔 채 작은 가방 하나만 들고 사라졌다. 아빠는 엄마를 찾느라 며칠을 헤매셨고 동생과 나는 부산의 할머니 댁으로 옮겨졌다. 기억의 조각이 명확하지 않지만 기차를 오래 탔던 기억이 난다.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당신들의 노후를 즐길 사이도 없이 두 꼬맹이들의 학부모가 되어야 했다.


 그때부터였다. 심리적으로 불안하거나 어느 하나에 집중할 때면 귀를 만지는 습관이 생겼다. 할머니, 할아버지는 우리들을 지극히 사랑해주셨지만, 엄마의 부재가 어린 마음에 상처로 남았나 보다. 티브이를 보거나 책을 읽을 때면 항상 귀를 만졌다. 귀의 차가운 촉감이 좋아 귓불을 쥐어뜯었고, 귓바퀴를 접었다 폈다 하며 귀를 괴롭혔다. 귀를 만지고 있을 때는 집중이 더 잘됐고 불안한 마음이 사라졌다. 어른이 된 지금도 이 버릇은 이어졌다.


 그래서 그런지 내 왼쪽 귀는 오른쪽 귀보다 밑으로 조금 늘어져 있다. 평소엔 모른 채 넘어가지만 사진을 찍거나 거울을 가만히 볼 때는 확연히 구분이 된다. 몸과 마음이 커진 어느 날 귀 모양이 다른 걸 깨닫고 나쁜 습관을 없애보려 하였지만 쉽지 않았다. 나도 모르게 귀를 만지작 거리는 걸 발견하고 그때 마다 손을 밑으로 내렸지만 그때뿐이었다. 어느 하나에 집중할 때면 이 나쁜 버릇은 어김없이 반복되었다.


 결국 혼자 힘으로 버릇을 고치는 게 어렵다고 판단한 나는 아내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귀를 만지는 모습을 발견하면 아내의 손으로 내 손등을 살짝 때려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내도 처음 한 두 번은 내 요청을 들어주더니, 손등을 맞을 때마다 내가 너무 놀라는 바람에 남편의 모습이 가련해서 요청을 더 이상 수행하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나쁜 습관이지만 마음이 편해지는 거면 그냥 계속하라는 취지로 아내는 말했다.


 지금은 이 버릇을 그냥 둔다. 너무 세게 잡아당기거나 귓바퀴를 접었다 폈다 하지는 않지만 귓불에 가만히 손을 가져다 대는 것으로 버릇을 조금 고치긴 했다. 이렇게 손을 귀에 대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일종의 마법처럼 나쁜 습관을 사용하는 것이다. 그리고 가끔 잠든 두 녀석의 귀를 만진다. 그럴 때마다 나지막이 이렇게 속삭인다. "아빠의 좋은 것만 닮아라. 엄마의 예쁜 것만 닮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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