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우리 Nov 20. 2022

내가 좋아하는 것, 잘할 수 있는 것, 재능 있는 분야를 고민하며



 어렸을 때 나는 발레를 좋아했다. 힘차게 점프하며 사선 방향으로 다리를 쭉 뻗어 나아가는 쥬떼(jeté) 동작을 할 때 가장 즐거웠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무작정 발레리나가 되고 싶었다. 또 달리기를 할 때 느껴지는 바람과 전속력으로 달릴 때 느껴지는 희열감이 만족스러웠던 기억도 있다. 초등학교 때 합창부에 들어가며 무대에 올라 소프라노 파트를 맡아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했고, 고등학교 때에는 글로 생각을 쓰거나 가상의 이야기인 나름의 습작 개념 소설을 쓰는 걸 즐기기도 했다. 기회가 닿아 인형극과 아동극 공연에서 연기를 해본 적도 있고, 이 모든 순간에 즐거움과 만족감을 느꼈던 것 같기도 하다.


 돌아보면 큰 맥을 같이 하고 있는 것이 있다. 예체능 분야이거나, 내 생각을 몸이나 글로 표현하는 일이다. 남들 앞에 주목받는 것을 즐거워하는 탓으로 좋아했던 다양한 동극 공연과 합창, 발레까지. 세부적 분야는 너무도 다르고 다양하지만 지금 떠올리자니 제법 그런 것들을 좋아했던 나다.


 그렇다면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잘할 수 있다는 것은 재능이 있다는 것을 포함하는 말이다. 내가 가진 재능. 생각해 보지 않았으나 남들을 도와주는 것, 옆에서 도움을 주어 더 나은 결과를 맞이하게끔 지원하는 것.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또 그에 공감해 주는 것. 또 뭐가 있었더라.


 내가 가야 할 길은 무엇일지를 고민하는 오늘의 나는 제법 흥미롭다. 내 세대는 아니지만 god의 <길>이라는 노래를 좋아한다. 우연히 타가수가 부르는 모습을 보고 가사에 홀린 듯이 반해 좋아하게 된 곡이다. 대체로 노랫말이 좋으면 각인이 잘 되는 편으로, 이 노래를 들으면 임용고시 공부를 했던 지난날의 내가 고민하고 불안해했던 그 기억이 떠오르고, 동시에 목표를 잃었다고 느끼는 오늘의 내가 가진 불안감을 대변하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아직 해보지 않은 경험이 많은데. 경험이 많아야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무슨 일을 가장 잘할 수 있는지 알 수 있을 텐데. 너무나도 좁고 깊은 우물 안에서 헤엄치고 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의미 없는 상념에 젖어들기 일수인 밤들이다.


 직장 어린이집에 오래 남는 것이 내 인생의 전부가 되어도 괜찮을까? 유치원으로 가는 것은 과연 내가 하는 고민 중 의미 있고 가치 있는 고민이 맞는가? 본질적인 고민들은 항상 내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것들이다.


 길을 걷다 보면 으레 그렇듯 갈림길이 나온다. 대체로 함께 걷는 친구에게 의견을 물어 따라가기도 하고, 가야 할 목적지가 있다면 지도 앱을 따라 고민 없이 걸어갈지도 모른다. 시간적 여유가 있다고 판단되면 빠른 길보다 풍경이 예쁜 길 쪽으로 가기를 선택할 수도 있을 테다. 하나 나의 오늘은, 그리고 오늘 내가 가진 목적지는 없다고 느끼기에. 또 내 인생 결정권을 누군가에게 억지로 떠넘기기는 싫기 때문에. 시간적 여유가 내게 있는 편인지, 아닌지 알 수 없기에. 온갖 불안감 속에서 이렇게 살아가는 듯하다.


 좋은 사람, 좋은 인연, 좋은 직업, 좋은 길을 찾기 위해 애쓰는 것이 부질없는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왜인지 자꾸만 최고의 길을, 내게 맞는 최적의 길을 찾고만 싶어 진다. 목적이 있어야 살아가는 의미도 있어지는 것일 테니까.


하고 싶은 것은 많다. 고민이라는 현실에 짓눌려, 하고 싶은 것을 포기하지는 말자. 어떻게든 나아갈 방법을 생각하고,  고민해보자.  길은 내가 만들어 가는 것이니까.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그 딜레마가 내 방 문을 두드린다면- 우선은 그 말을 떠올려야겠다. 어른들이 흔히 말씀하시던 그 말을 말이다.


걱정 말라고, 어차피 가다보면 길은 이어지게 되어 다고.

매거진의 이전글 1년을 더 버텨보기로 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