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우리 Nov 06. 2023

일머리

욕심만큼 따라주지 않는 능률, 키우기 위한 고민

유치원교사가 어린이집에 비해 한 학급을 담당하는 책임감이 더 크다고 볼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온전히 한 학급 내에서 독립적인 주체로서만 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공동업무라는 이름 아래 협업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 편이기에 함께 하는 일에서 더 능숙하게 일하고 싶은 마음도 있는 것 같다.


 나는 아직 함께하는 공동업무에서 가장 많이 조심스러움을 느낀다. 민폐를 끼치지는 않을까, 더 센스있는 결과물을 만들지 못해 불편해 하지는 않을까. 실수를 연발해 일을 두 번, 세 번 하게 만들지는 않을까. 그러한 두려움과 걱정 속에 일하다 보니 더욱 무언가 잘 안되는 느낌을 받는다. 


 크게 거창한 것을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작은 순간 순간마다 느끼는 나의 '작음'에 생각이 깊어지곤 한다. 매 주차 활동하는 수업자료를 선정할 때 어려움을 겪는다든지, 부담을 느낀다든지, 공동업무를 할 때 가위와 테이프로 해야 하는 여러 가지(?) 작업에서 적극적이기보다 서포트 위주로 하게 되는 내 모습을 볼 때에도 불쑥불쑥 민망함이 나를 뒤덮을 때가 있다. 


 이 모든 것이 잘하고 싶어서, 능숙하고 싶어서라는 미명 하에 허용될 수 있는 문제일까. 적응을 했다고는 하지만 아직 남아있는 스스로의 아쉬움을 뱌라보는 내 입장은 어느 날은 기분 좋아 신이 난 강아지 같다가도 어느 날은 축 쳐져 있는 죽은 풀 같아지기도 한다. 정말, 한없이 흔들리는 갈대 같지 않은가.


 이제는 11월이라, 적응을 하고도 완벽히 했어야 할 시기라고 느껴진다. 그런데도 나 스스로 나를 정체화할 때 아직 적응중이다- 라고 생각하는 것은, 나에 대한 기준이 너무 높기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미 너무도 잘 아는 사실이지만, 다시 한 번 곱씹기 위해서 되뇌여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괜찮다. 그럴수도 있는거다. 그런 날도 있는 거다. 그런 사람도 있는 거다. 그런 때도 있는 거다. :) 생각이 많은 날엔 오늘처럼 푹 자고 깨끗한 뇌를 가지고 내일 다시 힘내보자. 일머리는 느는게 아니라지만 그래도 조금 지나면 뭐라도 생기겠지!









매거진의 이전글 '나는 잘하고 있는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