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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인생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면

by 김안드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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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曰, "예전에는 바둑의 길을 프로 바둑 기사들이 만들어 나갔다. '이쪽 길은 어떨까?', '이건 어때?' 하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 길을 제시하는 사람이 더 이상 없다. 아마추어와 프로 기사 모두 AI에게 배우고, 심지어 바둑 해설마저 AI의 판단에 기대고 있다."


체스가 AI에 정복당했을 때만 해도 사람들은 자신만만했다. "컴퓨터가 바둑을 정복하는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거야." 바둑의 복잡성과 직관을 강조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2016년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긴 순간, 그 자신감은 산산조각났다. 바둑은 더 이상 인간의 독점적 영역이 아니었다. 벌써 9년 전 일이다. AI가 바둑을 정복한 것은 우리의 예상을 보기 좋게 배신했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AI가 무조건 모든 경우의 수를 계산할 줄 알았다. 하지만 알파고는 인간이 둔 수많은 바둑 기록을 학습하며 '이기는 방법'을 스스로 찾아냈다. 지금의 바둑 AI는 아마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또 다른 기제로 승리를 계산하고 있을지 모른다.


2025년 현재, Chat GPT를 필두로 하는 최신 AI는 바둑이라는 특정 분야를 훌쩍 뛰어넘어 인간 능력 전반을 추월하고 있다. AI의 연산력이 지금처럼 계속 증가한다면 인간과 비교 자체가 불가능한 지적 존재가 되는 건 시간 문제일 뿐이다. 아니, 어쩌면 그 시간마저 문제 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텍스트 기반으로 발전한 GPT와 같은 AI는 기본적으로 인간이 만들어낸 '말'을 흡수해왔다. 덕분에 사람처럼 말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이세돌의 말처럼, 현재 AI 바둑의 기보는 이제 인간의 이해 범위를 벗어난 지 오래다. 머지않아 AI의 말 또한 인간의 이해를 훨씬 초월하게 될 것이다. 결국 우리 모두가 AI에게 인생의 조언을 구하는 시대가 찾아올지 모른다.


만약 어느 날, AI의 연산력이 우리의 남은 인생을 통째로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수준까지 발전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언어적, 비언어적 정보를 실시간으로 입력받고, 현재 우리의 행동이 어떤 미래를 만들어낼지 완벽하게 예측할 수 있다면 말이다. 프로 기사들이 바둑 선생으로서의 역할을 잃은 것처럼, 인간 역시 후대에게 지혜를 전수하는 역할을 AI에게 넘겨줘야 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발전한 AI는 우리에게 신과 다를 바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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