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조할 때 초조해 보인다는 편견
제목 타인의 해석
작가 말콤 글래드웰
출판 김영사
연도 2020
우리는 낯선 사람이 정직하다고 가정한다. 표정이나 행동, 말투를 통해 그에 관해 알 수 있다고 착각한다. 그가 속한 세계를 보지 않는다. 당신이 이런 전략을 사용해 낯선 사람을 오해한다면 갈등은 피할 수 없다. 우리가 낯선 사람을 대할 때 범한 오류와 그로 인한 비극적 결말을 보여주고, 전략의 수정을 제안한다. 관점과 배경이 다른 누군가와 매일 만나야 하는 당신이 타인의 진실에 다가가기 위해 읽어야 할 단 한 권의 책이다.
(예스24제공)
말콤 글래드웰은 우리가 흔히 타인을 판단할 때 나타나는 언어나 표정, 몸짓 같은 겉모습을 보고 쉽게 결론을 내리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다. 글래드웰은 사회심리학자 팀 러바인의 '진실기본값 이론'을 통해 설명하는데, 사람들이 보통 타인의 말을 일단 진실이라고 믿는 경향이 있다는 이론이다. 처음 이 개념을 접했을 때 조금 낯설었지만, 주변을 돌아보니 실제로 우리는 일상에서 무의식적으로 이렇게 행동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타인의 말을 기본적으로 진실이라 믿으면 매번 의심하고 판단하는 데 들어가는 에너지를 줄일 수 있다. 우리는 의심을 시작할 만한 충분한 근거가 모여야만 비로소 상대방의 말을 의심하기 시작한다. 충분한 근거가 없다면 오히려 자신이 가진 의심을 합리화하여 무시해 버릴 가능성이 크다.
이는 우리가 사회적 관계 속에서 타인과 원활히 소통하고 협력할 수 있게 하는 중요한 기능이기도 하지만 이와 같은 자연스러운 경향이 때로는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글래드웰은 경고한다. 예를 들어 범죄 수사나 외교 관계처럼 작은 실수가 엄청난 피해를 초래할 수 있는 상황에서는 치명적일 수 있다. 수사관이 용의자의 무죄를 충분한 의심 없이 쉽게 믿어버리거나, 외교관이 상대국의 속내를 오판해 국제적 분쟁을 야기할 수도 있다. 즉, 이처럼 결정적인 순간에는 작은 오해 하나가 개인의 인생은 물론이고, 사회 전체에 막대한 피해를 줄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전달하고자 하는 바는 진실기본값 자체를 바꾸거나 없애자는 것이 아니라 이와 같은 경향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명확히 인식하고 항상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타인의 말을 믿는 것은 일상생활에서 자연스럽고 효율적이지만, 동시에 때로는 잘못된 판단과 오해를 불러올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예를 들자면, 과거에 큰 무대에서 자신 있게 발표하는 사람을 보면서 전혀 긴장하지 않을 것이라 단정했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은 후 그러한 생각이 얼마나 피상적이고 성급한 것이었는지 깊이 깨닫게 되었다. 발표자가 긴장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단지 긴장하고 있다는 신호를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을 뿐이었다.
우리 안의 인지적 편향을 인식하고, 이를 의식적으로 관리하려는 노력이 있다면 타인을 더욱 정확히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러한 작은 인식의 변화는 개인의 관계뿐 아니라 사회적 차원의 다양한 문제를 예방하는 데도 큰 도움을 줄 것이다. 결국, 타인의 내면을 섣불리 단정 짓지 않고 깊이 있게 바라보는 것이 보다 건강하고 책임감 있는 사회를 만들어 가는 첫걸음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