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이야기
오자서 - 6
춘추 네 번째 패자인 오왕 합려는 철군 도중 태자인 부차를 불러 월에 대한 복수를 유언으로 남깁니다. 부차가 왕위에 올라 복수를 준비합니다. 오왕은 궁전 뜰을 지날 때면 시자(侍者)를 시켜 월나라에 대한 복수를 상기시키게 합니다. 또한 땔나무로 만든 거친 잠자리에 누워 자면서 부친의 복수를 위한 결기를 다집니다.
삼년상을 마친 오왕이 월을 치기 위해 군대를 동원합니다. 오자서가 대장이 되고 백비가 부장이 되어 진군합니다. 월왕도 오나라와 맞서기 위해 군대를 소집합니다. 월의 대부 범려와 문종은 승산 없는 전쟁을 피하자고 간청하나 월왕이 듣지 않습니다. 3년을 착실하게 준비한 오가 압승합니다. 월이 패하여 고성으로 도망가고 오군이 고성을 포위합니다. 3년을 절치부심한 오왕이 월을 병합하려 합니다. 이때 문종이 오의 허점을 노립니다. 백비에게 월나라의 미녀와 보물을 보냅니다. 탐욕스러웠던 백비가 오왕을 설득해 월왕이 부인과 함께 오왕의 종이 된다는 조건으로 월의 존속이 허락됩니다.
3년 동안의 와신(臥薪) 끝에 원수를 용서한 오왕과 16년을 준비해 복수한 오자서의 의지력은 크기가 다릅니다. 오자서가 오와 월은 공존할 수 없고, 월에는 범려와 문종이라는 뛰어난 신하가 있음을 들어 화친에 반대하지만, 오왕은 백비의 손을 듭니다. 지난날, 오자서를 오왕 합려에게 천거했던 피이라는 관상가가 백비를 보고는 간신의 상이라며 오자서에게 경고한 일이 있습니다. 오자서는 백비가 같은 초나라 출신이고 비무극으로 인해 부친을 잃었다는 동질감으로 백비를 중용했고 이제 그 대가를 치르게 됩니다. 오자서가 예언합니다. “월나라는 10년이 지나면 회복하고, 다시 10년이 지나면 흥하게 될 것이다. 앞으로 20년이 지나지 않아 오의 궁성은 늪으로 변할 것이다.”
월왕 부부는 문종에게 나랏일을 맡기고 범려와 함께 오로 갑니다. 오왕 합려의 무덤 옆에 석실을 짓고 부부가 함께 기거하며 말을 기르는 종살이를 시작합니다. 범려가 곁에서 월왕을 섬깁니다.
오왕이 범려의 충성심을 탐냅니다. “어진 여자는 망한 가문에 시집가지 않고, 지혜로운 신하는 망한 나라에서 벼슬 살지 않는다고 들었다. 망한 월을 버리고 과인과 함께 부귀를 누릴 생각은 없는가?” 범려가 답합니다. “전쟁에 진 장수는 용맹을 말하지 않고, 망한 나라의 신하는 정치를 논하지 않는다고 들었습니다. 신이 부족해 월이 망했습니다.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과분한 은덕을 입었는데 어찌 부귀를 탐할 수 있겠습니까?”
3년의 세월이 흐릅니다. 오자서는 월왕을 죽여 후환을 없애라고 여러 차례 간하나 백비의 방해로 뜻을 이루지 못합니다. 월왕이 병든 오왕의 변을 핥으면서까지 정성을 다하자 오왕은 월왕의 귀국을 허락합니다.
귀국한 월왕은 이때부터 범려와 문종의 보좌를 받아 지난날의 치욕을 갚기 위한 준비를 시작합니다. 선정을 베풀고 출산을 장려하고 7년 동안 세금을 걷지 않습니다. 자신에겐 엄격해 허름한 의복에 험한 음식을 먹으며 백성들과 고락을 같이합니다. 매일 곰의 쓸개를 핥으며 복수의 결기를 다집니다.
오에 대한 복수를 위해 월의 상하가 바삐 움직일 때 오왕은 자만합니다. 합려가 지은 고소대를 부수고 커다란 규모의 고소대를 다시 짓습니다. 월왕이 이 소식을 듣고 건축에 쓰일 좋은 목재를 구해 보냅니다. 오왕은 월왕의 충성심에 감동하고 월왕은 오왕의 끝이 보이는 것 같아 기뻐합니다.
오자서가 간합니다. “하걸왕은 영대를 짓고 상주왕은 녹대를 지어 재정이 파탄 나고 백성은 고난에 빠졌습니다. 그로 인해 하나라와 상나라가 망했습니다. 월왕이 재목을 구해 보낸 것은 왕께서 옛일을 따르게 하기 위함입니다.” 오왕이 듣지 않습니다.
오왕이 고소대를 완공하자 월은 미녀 두 명을 뽑아 노래와 춤을 가르친 뒤 오왕에게 보냅니다. 중국 역사상 유명한 경국지색 서시입니다. 오왕은 월왕의 충성심에 감동하고 월왕은 오왕이 입을 서시의 화를 예견하며 기뻐합니다. 오왕은 서시와 즐길 각종 토목공사를 벌입니다. 재정이 고갈되고 백성들이 고통을 겪습니다.
오자서가 간합니다. “하걸왕은 말희를 얻고 상주왕은 달기를 얻습니다. 그로 인해 하나라와 상나라는 망했습니다. 월이 서시를 보낸 것은 왕께서 옛일을 따르게 하기 위함입니다.” 오왕이 듣지 않습니다.
월의 계획이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는 와중에도 오왕의 관심은 중원에 있습니다. 초, 진(晉), 제는 내부 문제에 발목 잡혀 패권을 잃습니다. 오왕이 군위계승 문제로 혼란을 겪고 있는 제를 치려 합니다. 오자서가 월이라는 화근을 두고 멀리 있는 제를 치는 일은 위험하다고 간하나 듣지 않습니다. 오왕이 대승을 거두고 귀국합니다. 월나라 문제로 사사건건 부딪히던 백비가 오자서를 참소합니다. 오자서의 충성심만은 인정하던 오왕도 백비의 참소로 흔들립니다. 오자서에게 촉루검을 보내 자살하게 합니다. 유전자 전체가 신념에 대한 확신으로 가득 찬 오자서가 마지막 순간에 했다는 말입니다.
“내 무덤에 재나무를 심고, 내 눈은 도려내 동문에 걸어라. 재나무는 자라 부차의 관이 될 것이며, 내 두 눈은 오가 월에 짓밟히는 것을 증언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