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에게 길을 묻다
화해와 용서, 행동하는 양심..김대중의 정치적 유산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거한 지 13년이 지났다. 그를 처음 본 것은 증기 기관차를 타고 다니던 중학생 시절이었다. 유신독재가 시작되기 직전 해인 1971년에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박정희 후보와 맞붙어 유세 중이던 때였다.
수많은 군중들 속에서 키 작은 중학생이었던 나는 광장 멀리 설치된 스피커 밑에서나마 그의 모습과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연설 내용은 기억에 없다. 그러나 카랑카랑한 목소리와 오른손을 힘 있게 내려치는 열정적인 모습에 매료되어 그의 연설을 끝까지 들었던 기억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진정한 민주정부 수립, 정의 경제의 구현, 복지사회 실현, 자주적 평화통일의 달성, 국민화해 등을 이념으로 1987년 창당된 평화민주당 김대중 총재의 1990년 국회 대표연설문 중의 일부이다.
그는 민주주의의 근본적인 정의를 '수단과 방법'이 아닌 '목적'에 둔 것이다. 당시의 정치적 상황을 떠나 향후 민주주의의 성공은 어떤 '목적'에 의해 정치적 행위가 이루어지는가에 달렸다는 확실한 명제를 제시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정치 행태가 민주주의의를 달성하기 위한 '국리민복(國利民福)'의 목적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비민주적인 과정을 꾀해왔을 뿐 아니라 절차의 정당성마저 무시되는 역사를 되풀이하고 있는 현실에서 다시 새겨볼 의미 있는 명언이다.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