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리다 Aug 10. 2023

비 오는 날, 부침개

무, 당근 전

일기예보는 일주일 전부터 태풍을 예고했다.

폭염 뒤의 태풍이라 기온이 서늘해지는 것을 하루하루 느끼고 있었다.

내가 내 마음을 예측하는 것보다 기상대가 천문관측하는 것이 더 정확해서 신기할 때가 있다.

최근 일기예보는 비 오는 시간까지 딱 맞추는 것을 여러 번 경험했다.

문과생인 나는 그저 신기할 뿐이다.


예보한 대로 바람이 점점 거세지더니 비가 내린다.

옥상에 올라가 배수구를 확인했다.

옥상이 수영장이 되면 곤란하다

마당에 수국은 폭염에 잔주름이 성성했는데...

비가 오니 수분 크림 듬뿍 바르고 꾸준히 관리한 사람처럼 주름이 싹 펴졌다.



휴가라 혼자 먹는 점심을 준비해야 한다.

귀차니즘 더하기 미니멀리즘

거기에 더하여 건강 염려증

냉장실 문을 열고 찬찬히 보니 당근과 무가 있다

두 친구를 상온으로 데리고 나왔다.

늘 그렇지만 요리라고 말하기엔 왠지 부끄러운... 그렇지만 요리를 시전 하겠다.

도마, 칼 쓰기를 귀찮아한다

대신 채칼을 꺼냈다.

별 장치 없는 아주 간단한 채칼

채칼로 무와 당근의 등허리를 슥슥 긁어주면 채 당면 굵기의 채가 된다.

가성비 대단한 채칼이다

채 썬 무와 당근에 부침가루와 계란을 넣고 섞어준다.



예열한 프라이팬에 부친다.

뒤집어준 후 80퍼센트 정도 익었을 때 피자 치즈를 뿌려준다.

뚜껑을 덮고 약불에서 10분 정도 더 익혀준다.

치즈가 잘 녹아들었으면 불을 끈다.

접시에 담는다.

와인잔에 음료는 살구 에이드.

지난 유월 학교 정원에서 수확한 살구로 담은 살구즙에 냉수를 넣어 희석한 음료이다.

살구 정원의 추억은 아래 링크에 공유합니다. <유월에 살구 칠월에 먹구>


접시는 친구가 포슬린 클래스에서 만든 수공예품.

와인잔은 와인 사고 사은품으로 받은 잔.

무, 당근은 어느 농부가 정성껏 키워서 흙 속에서 파냈을 뿌리채소들.

요리한 사람은 귀차니스트, 미니멀리스트, 건강염려증, 걱정 많아 외식 싫어하는, 사람

이렇게 모여 한 끼 식사가 완성되었다.

감사히 잘 먹겠습니다.

치얼스!!!


매거진의 이전글 콩국물 없는 콩국수 요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