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지금 이게 다 엎힌 거야? 이게 뭐야, 가죽만 남아가지고"
- 극 중 이동석(이병헌)
제주에 사는 주인공들은 겉보기에는 매우 화목하고 평화로운 것만 같다. 인권과 호식은 티격태격하고, 동석은 어머니 옥동을 싫어하는 것 같지만 큰 갈등은 보이지 않는다. 다들 새벽부터 일어나서 순대 만들고, 얼음 공수해오고, 갈치를 경매로 구매하고, 만물상에서 팔 물건들을 찾아다니고, 물질하러 갈 준비를 한다. 이런 평화로운 제주에도 몇몇 사건들이 벌어지면서 숨겨져있던 민낯이 드러난다. 갈등이 고조되고, 모두가 각자의 나락으로 떨어지지만, 또 다시 새로운 시작과 행복으로 나아가는 이야기이다.
20회로 꽤 긴 이야기였다. 하지만 그만큼 탄탄했고, 모자람이 없었다. 드라마는 굉장히 평범한 대사들로 이루어져있었다. 물론 기억에 남는 대사도 있었지만, 일부러 멋드러지게 혹은 꾸며낸 듯한 대사는 거의 없었다는 뜻이다. 제주도가 배경이라는 점도 꽤나 독특했다. 처음에는 번역 자막이 없으면 전혀 못 알아들었는데, 회차가 진행될 수록 어지간한 제주도 방언은 다 알아듣는 듯 했다.
드라마는 결국 "행복"에 대한 이야기였다. 드라마 속 인물들이 아니더라도, 우리가 느낄 만한 감정들, 있을 법한 이야기들로 가득했다. (물론 드라마틱한 설정들이 다소 있다) 가장 눈에 띄었던 점은 "오해와 편견"을 다룬다는 점이었다. 처음에는 책 제목처럼 '오만과 편견'이라고 부제를 붙여봤었는데, 오만이라기보다는 오해가 더 맞는 표현인 것 같다. 아무리 가까운 친구라도, 가족이라도 오해는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런 오해가 오랫동안 지속될수록 편견으로 이어진다. 누군가의 오랜 가치관이라면 그것도 편견으로 굳어진다. 그리고 이러한 오해와 편견은 결국 우리들의 나락으로 이어졌고, 우리들의 민낯을, 나체를 모두에게 보여주었다.
하지만 이러한 나락과 민낯에서 등장인물들은 다시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오히려 사건들을 계기로 아픔과 슬픔이 숨겨진 외면뿐인 평화가 아닌, 함께 아픔과 슬픔을 나누고 더 큰 행복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된 것이다. 첫 에피소드인 한수의 상황만 보더라도, 한수가 모든 것을 잃고 나락으로 떨어진 듯했지만, 사실 그게 나락이었다기보다는 탈출구에 가까운 것 같기도 하다.
드라마의 마지막에서도 제작진은 "행복"하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결국 <우리들의 블루스>는 우리들이 행복으로 나아가는 이야기였다. 일상이었지만 특별했고, 슬픔이 많았지만 기쁨과 행복을 얻을 힘이 생겼다. 다소 긴 호흡이었음에도 큰 감동을 주었기에, 오랫 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