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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스 Jul 20. 2022

아무것도 모르던 청년, 많은 것을 극복하기까지

고등학교 가까스로 졸업, 이후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이 되다.

시골의 한적한 도로. 9살 아이가 화물차와 부딪쳤다. 긴급하게 병원으로 이송된 아이는 2주간 깨어나지 못했다. 의식을 회복한 후에도 한 달 이상 치료를 받았다. 이후 몇 년간 별다른 문제없이 지냈다.


그러나 16살이 되던 해, 간질이 발병했다. 교통사고 후유증이었다. 매일 몇 번씩 쓰러지게 되면서 학업을 도저히 따라갈 수 없었다. 아이는 시험마다 전교 최하위를 기록했고, 수시로 쓰러지는 바람에 선생님과 친구들에게도 큰 피해를 주게 되었다. 그래도 주변 사람들로부터 배려받은 덕분에 그나마 고등학교 졸업장은 받을 수 있었다.


그 아이가 바로 나다. 나는 나름 성적이 괜찮은 편이었으나, 간질이 발병하기 얼마 전부터 성적이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발병하게 되자 최하위로 떨어지게 되었다. 대학은 자연스레 포기하였고 고등학교 졸업 후에는 집과 병원 위주의 생활에 최소한의 외출만 허용되었다. 이 와중에도 낮에는 혼자 지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외출하였는데, 이때 길에서 쓰러지는 경우가 여러 번 발생하였다. 매우 아찔한 순간이었는데 다행히 사람들의 도움으로 큰 화는 면할 수 있었다.


시간이 흐르자 쓰러지는 것은 더 이상 발생하지 않았다. 이에 복지관을 통하여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고 외출도 이전보다 잦아지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새로운 환경을 접하게 되었고 만나는 사람도 많아지게 되었다.

이렇게 행동 범위가 넓어졌지만 나는 오랜 기간 아픈 상태로 있었기에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었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예를 들어 내가 다니던 복지관은 월, 수, 금에 수업하였고, 수업 일이 공휴일과 겹치면 휴관하였는데 어느 날 수요일이 휴관하게 되었다. 이때 다른 사람들은 어디 놀러 갈지를 생각했지만, 나는

“이 동안 집에서 뭐 하지?”, “3일 동안 사람들 못 만나고 집에만 있어야 하나?”

라고 생각하며 다른 곳을 간다는 생각 자체를 못했다. 복지관이 세상의 전부인 줄 알았다.


어느 날은 친구를 만들어 볼까 하는 생각에 시내로 나갔다. 그런데 길거리만 돌아다니다가 집으로 왔다.

“사람들 많은 곳을 갔는데 왜 친구가 생기지 않는 것이지?”, “무슨 특별한 방법이 필요한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를 만드는 간단한 방법조차 몰랐다.


이렇게 기본 상식적인 것에 대해서도 아무것도 모른 채 한동안 복지관만 다니면서 시간을 보냈다. 가까운 사람들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였지만 외적으로 아픈 것이 안 보였던 나에게는 아무도 도움을 주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25살까지만 해도 의미 없이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당시 나의 입장에서는 최선을 다한 것이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허무맹랑하게 시간을 보냈다.


나름 똑똑했던 내가 한순간에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이 된 것이었다. 바보 같은 말과 행동이 계속되었고, 여기에 남들은 웃음과 조롱, 비난을 가하였다. 그런데 나는 사람들이 왜 나를 부정적으로 보는지도 알지 못했다. 머리를 다쳤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는 한동안 답답함 속에서 외롭게 지내게 되었다.


세상 물정을 몰랐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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