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서양으로 뻗어나간 대지 위로 올라서다.
브랜던산 너머 대서양을 향해 뻗어나간 산맥의 끝, 브랜던 포인트를 찾아갔다. 구불구불한 산길을 따라올라 고개를 넘었다. 산마루에 구름이 걸려 안개가 자욱하니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다. 구름 아래로 조금 내려가니 넓은 대지에 햇빛이 환하게 비춘다.
산 너머 작은 부둣가에 있는 조용한 펍을 찾았다. 그동안 먹어보지 못한 새로운 음식을 먹고 싶었다. 지역 비법 생선요리는 뭘까. 호기심에 추문해 봤지만 역시나 피쉬앤칩스를 벗어나지 못했다.
목적지 주변 주차장에 차를 대고 완만히 솟아오른 커다란 언덕을 올랐다. 언덕 마루에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치렁치렁 술을 펄럭이며 내려오는 실루엣이 보인다. 터벅터벅 걸어오는 몸짓에 눈길이 끌려 인사를 던졌다. "나이스 햇!" 아일랜드에 와서 한 가지 배운 점, 눈만 마주치면 인사를 나눈다. 이제는 슬쩍 건네는 인사가 능청스러워졌다.
언덕에 올라섰다. 아득히 펼쳐진 대지가 눈앞에 놓여있다. 마치 땅의 끝에 서있는 것만 같았다. 언덕의 끝자락, 가파른 낭떠러지 앞으로 다가갔다. 대초원의 산능선 사이로 강물이 흘러 대서양으로 뻗어간다. 작디작은 이끼와 풀들이 모여 가늠할 수 없는 땅을 이루고 있다니. 보고도 믿기지 않는다. 이 느낌을 어떻게 전달해야 할까. 얼마만큼의 형용을 하고 과장을 해야만 이 땅을 표현할 수 있을까. 나의 어휘력으로는 방법을 모르겠다. 대지의 맥락을 읽어내는 것으로 지금의 감정을 대신해 본다.
대지는 오랜 세월 축적된 커다란 힘으로 작동해 왔다. 작게는 강물에 의한 침식과 퇴적이, 크게는 대지의 침강과 융기를 반복했다. 그 위로는 풀들이 나고 자라 분해를 거듭해 층층이 쌓아 올랐다. 가끔은 나무도 자라 곤충과 동물들의 집이 되기도 한다. 여기에 유일하게 없는 것은 인간의 간섭이다. 가능한 일일까? 인류의 시간 단위로 가늠할 수 없는 순환의 역사가 쌓여있다. 그 땅 위에 우리가 서있다. 생태계의 숭고함, 그 자체를 느끼면서.
저 땅을 향해 몸을 던지고 싶다. 그래도 될 것 같았다. 뒤로 몇 걸음 물러섰다가 힘껏 뛰어올랐다. 하늘을 향해 팔을 뻗어 허공을 움켜쥐었다. 지수도 겹겹이 입었던 외투들을 벗고 앞에 섰다. 바람이 많이 차가웠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두 팔을 활짝 열어 온몸으로 자연을 받아들였다. 가장자리에 서서 앞에 마주한 것들에 대해 기쁘게 받아들이는 모습에 마음이 일렁인다. 나의 마음도 이 땅과 같이 거스름 없이 흘렀다. 이 감정은 자유였다. 지수가 받아들인 것도, 내가 움켜쥔 것도 그것이었다. 이 쉬운 단어를 그동안 어떻게 잊고 지냈을까. 이 순간 그 자체가 자유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