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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이른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사소하게 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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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작은 생명의 불도

언젠가는 사그라 들겠지요

촛불보다도 작게

성냥보다도 작게

그리고 심지보다도 작게

결국 삶이란

언제든 끝이 있는 법이더군요


내 생명의 불이

심지보다도 작게

이윽고 모두의 눈에서

보이지도 않을 만큼

소멸과 가까워 질때

나는 무슨 생각을 할까요


내가 얼마나 좋은 차를 탔는지?

내가 얼마나 비싼 식당을 다녔는지?

내가 얼마나 넓은 집에서 살았는지?

내가 얼마나 비싼 여행지를 갔는지?

그건 아닌것 같더군요


분명한 것은

당신이 나를 웃으며 바라볼때의 산들바람

당신이 얼굴에 짜장면 소스를 가득 묻히며 내게 보여준 미소

나의 소박한 첫 자동차

나의 어설픈 첫 출근

조심스레 발 담구어본 차가운 바닷물의 온도

당신과 아무 들밭에 누워 관찰했던 구름들

그쪽에 더 가까울 거에요


참 사소한 일이지요

하지만 나는요

이 사소한 사소함이 좋습니다

오늘도 이 사소함을 찾아서

살아가렵니다

앞으로도 이렇게

사소하게 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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