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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타트업 지식공간 Jan 01. 2023

Noom의 Sign-up Process와 심리학

길고 영리한 Noom의 Sign-up, 하지만?

사람의 심리를 파악한 Sign-up Process


Target Audience를 이해한 Landing Page

아래 사진은 Noom의 랜딩페이지입니다.

Noom의 Target Audience는 지속가능한 신체변화를 목표로 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그들이 가진 가장 주된 고민 두 가지를 파악했습니다, ‘지속가능한 몸매관리’ or ‘지속가능한 체중감량’. 시작부터 내비게이션 바도 존재하지 않고 스크롤을 내려도 바로 Footer만 있을 뿐입니다. 간단명료한 랜딩페이지에 사용자가 클릭할 수 있는 건 단 두 개의 버튼뿐인 거죠.

Noom의 랜딩페이지


길고 긴 Sign-up 과정, 근데 이제 심리학을 곁들인..

Noom은 독특합니다. 랜딩페이지에서 버튼을 누르고 유입된 사용자에게 기나긴 Sign-up을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사용자의 비용을 줄이고 최대한 단순하게 다가가야 전환율이 올라간다고 하는데, Noom은 정반대로 행동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더 깊게 들어가 보면 Noom의 영리함을 알 수 있습니다.


“행동변화를 통한 습관형성으로 지속가능한 신체변화를 가능하게 한다”

Noom은 위의 문장을 기업의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누군가의 행동을 변화시켜 습관을 형성한다는 것, 다이어트 식단을 판매하거나 운동 기록을 요구하는 서비스와는 다르게 그저 단순하게만 접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Noom은 사용자의 신체 정보, 체중감량을 하고자 하는 심리적 배경, 평소 활동 양상 등 수많은 정보가 있어야 맞춤형 코칭 플랜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Noom은 시작부터 아주 많은 정보를 물어봅니다.


포부에 대한 물음으로 시작한다 - What is your goal?

Sing-up의 첫 페이지입니다. 흔히 이메일 주소나 전화번호와 같이 개인적인 정보를 먼저 물어보는 것과 달리 Noom은 ‘첫 질문부터 사용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물어봅니다. Power of leading with aspirational questions, 즉 포부에 대한 물음으로 시작하는 이 방식은 실제로 사용자가 참여를 지속하게 하는데 굉장한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로 온라인 교육 코스 가입과정에서도 ‘얼마의 연봉을 목표로 하시나요?’, ‘어떤 직책을 갖고 싶은가요?’처럼 포부에 대해 물어보기 시작하자 전환율이 2~3배 증가했다고 합니다. Noom은 시작부터 사람의 심리를 공략합니다.



Positive Reinforcement

사람들은 무언가를 시작하면 끝내고 싶어 하는 심리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럴 때 긍정적인 심리 강화와 궁금증을 해결해주는 것은 커다란 동기부여가 됩니다. 사용자가 ‘내가 지금 이걸 왜 답하고 있어야 하는 거야?’라는 의문이 들거나 ‘Noom 너희들이 뭔데 자꾸 이런 걸 물어?’라는 불만이 생길 것 같다면 그것을 피하지 않고 직접 마주해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주는 것입니다.

Noom은 처음 유입된 사용자에게 너무하다 싶게도 많은 정보를 물어보며 시작하지만, 몇 개의 질문마다 위 사진들과 같이 Positive Reinforcement를 활용합니다. 사용자가 답변을 해준 것에 대해 ‘잘하고 있어요!’라던지 ‘우리 Noom이 성공적인 과학적인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처럼 말이죠.


개인화된 답변 리스트 - 얘네 뭘 좀 아네!

기본적인 정보가 수집되면 곧바로 개인화된 질문과 그에 해당하는 답변 리스트를 제공합니다.

필자가 ‘20대 남성’이라고 답하니 질문에 ‘20대 남성은 현재 생활 방식에 따라 약간 다른 전략이 필요합니다. 어떤 답변이 당신을 가장 잘 설명하나요?’라고 묻고 있죠.

이렇게 질문 하나하나에 답변하는 모든 행위가 의미 있는 행위로 만들기 위한 Noom의 노력이 보입니다. 그럼 사용자는 ‘적어도 내가 정보를 입력한 게 헛수고는 아니었네’라고 생각하거나 더 나아가 ‘Noom 얘네 준비 열심히 했네’라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로딩마저 활용하는 Noom의 Customer Acquisition

길고 긴 설문 첫 단계가 끝나고 나면 Noom은 사용자에게 ‘당신이 제공해준 정보를 토대로 당신만을 위한 체중감량 페이스를 계산하고 있어요’라고 말합니다. 단순히 시간이 걸리는 로딩페이지를 활용해 수집한 사용자의 데이터를 의미 있게 사용하고 있다고 몸소 보여주는 것이죠.

그리고 See My Result를 누르면 ‘당신은 12월 13일까지 목표를 달성할 수 있어요’라며 알려줍니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설문의 첫 단계를 마치고 나면 자신이 원하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음을 데이터에 기반한 Noom의 분석을 토대로 그리고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는 곧바로 우리가 계산한 결과를 당신의 이메일로 보내주겠다고 말하며 이메일 입력을 요구합니다. 설령 사용자가 이 단계를 마치고 이후 설문을 끝내지 않거나, 결제 페이지로 넘어가 결제를 끝내지 않아도 지속적으로 사용자에게 접근할 수 있는 정보를 수집하게 된 것입니다.


Pay Trial

위에서 소개한 단계 이후에 두 개의 추가적인 설문을 진행하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도 Noom은 지속적으로 자신들이 사용자를 위해 ‘무엇’을 제공하는지, ‘왜’ 제공하는지, 그래서 ‘결과’는 어땠는지 등을 사용자 데이터나 과학적 사실 등을 활용해 계속해서 사용자에게 주입시킵니다. 그렇게 설문을 마무리하면, 사용자의 데이터는 Noom의 데이터베이스로 수집되고 드디어 마무리됩니다.

그리고 나오는 건 Noom의 또 한 가지 독특한 접근방법인 ‘Pay Trial’입니다.


우리 브랜드에 사용자의 Micro-commitment를 만들어라

사람들은 브랜드에 Micro-commitment를 하게 되면 그 브랜드에 대한 구매 의사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올라갑니다. 다시 말해, 특정 브랜드에 금액이나 시간적으로 적은 투자를 하게 될수록 이후 그 브랜드의 서비스를 구매할 확률이 높다는 것입니다.


Noom은 사용자에게 구매를 요구하기까지 길고 긴 설문을 요구함으로써 사용자의 Micro-commitment를 이끌었습니다. 아 물론 ‘저게 Micro야?’라고 할 만큼 첫 유입고객에게 과한 설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Noom은 위에서 소개한 다양한 방식을 계속해서 사용함으로써 사용자가 첫 관문을 무사히 통과하도록 한 것이겠죠. 그 과정을 통과한 사용자는 이제 머릿속에 Noom이 자신을 위해 맞춤형 코칭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을 만큼 세세하고, 과학적이며, 수 만 명의 사용자 데이터를 가진 회사라는 인식이 생겼습니다.

그리고는 ‘드디어 효과 있는 서비스를 찾았는데, 그걸 사용하는데 돈이 방해가 되면 안 되죠. 당신이 생각하기에 적절한 가격을 골라주세요.’라며 돈을 지불하는 체험판을 판매합니다. 그 아래에는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 Noom 직원들이 당신을 위한 Trial을 만들려면 14.41유로 정도의 비용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당신이 편안한 가격을 골라주세요.’


지금까지 과정을 돌아보면, [길고긴 설문]→[고객에 대한 수많은 정보를 수집]→[과학적이고 데이터에 기반한 ‘맞춤형 행동변화 체중감량 코칭 플랜’ 수립]을 통해 Noom은 고객에게 ‘이유 있는 유료 체험판 판매’라는 접근을 택했다고 분석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는 시간제한을 둠으로써 고객에게 구매 의사결정을 내리도록 합니다. 여기서 다시 한번 ‘개인 맞춤’의 가치를 보여주는 문구인 ‘당신이 하고 싶어 하는 야외 액티비티를 통해 X월 Y일까지 00kg을 감량하세요’와 Noom 프로그램의 가치를 보여주는 과학적, 심리학적, 시각적 자료를 제공합니다. Noom은 대담하게도 계속 말하는 거죠. ‘돈 내고 우리 거 써봐, 우리 이렇게 철저해, 우린 널 위해 만들었어, 15분 안에 결정해 줘’라고 말입니다.


어떠신가요? 모두는 아니겠지만 분명 이렇게 생각하는 고객도 있겠죠. ‘얘네 나를 위해서 이런 플랜을 생성해줄 수 있을 만큼 준비된 기업이구나! 그렇게 많은 정보를 요구했는데, 분명 많은 걸 한 친구들일 거야! 14유로가 필요하다는 말도 구라는 아닐 것 같아!’.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P.S. 

► 우선 위의 자료는 국내에 출시된 Noom서비스의 접근방식과는 다릅니다. 국내는 바로 어플 다운로드 QR코드를 게시해 두었으며, 어플을 다운로드하여보니 회원가입을 하고 난 후 4개 정도의 아주 간략한 설문 이후 곧바로 Plan 결제 페이지로 넘어갑니다. 거기서 겪은 개인적인 사용자 경험으로는 ‘내가 뭘 믿고 돈부터 내니?’라는 생각이 들게 하더라고요. 개인적으로 체중감량에 그렇게 절실하지 않아서, 즉 Noom의 타깃 고객이 아니어서 그럴 수도 있지만, 조금 미완성적이고 불친절한 사용자경험이라고 느꼈습니다. 그리고 2019년 기준 영상을 보고 분석글을 적게 된 건데, 도저히 같은 설문 페이지를 구글 검색으로는 찾을 수 없어 url을 직접 치고 들어갔는데 1단계 이후부터 진행이 안 되는 걸 보니 2022년 기준으로는 Noom이 전략을 바꾼 게 아닐까 생각됩니다. 제가 죽어있는 url을 억지로 들어간 거죠. 

https://www.youtube.com/watch?v=RI50QmmVAII&ab_channel=ElevateDigital

https://growthmodels.co/noom-marketing/


이렇게 Noom의 랜딩페이지 Sign-up Process에 대해 분석해 보았습니다. 첫 유입된 사용자에게 수많은 정보를 물어본다는 리스크를 극복하고 자신들의 가치를 보여주기 위해 심리적인 장치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부분이 매우 인상 깊습니다.

다만 여전히 그 리스크를 완전히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되진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직접 프로세스를 따라가보니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아무리 여러 가지 Positive Reinforcement를 제공해도 처음 보는 서비스에 그렇게 신뢰를 쉽게 가지게 되지 않더라고요. 배울 건 배우되 여전히 고객의 첫 경험을 힘들지 않게 하면서도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어쩌면 그래서 한국판 Noom 앱은 가입부터 요구하고 설문 문항도 대폭 줄인 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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