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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책이 Dec 11. 2024

<나를 위한 돌봄> 내가 듣고 싶은 말을 잔뜩 썼다.

무기력에서 벗어나기 DAY15, 1인칭 마음챙김 #내가 듣고 싶은 말 

듣기 싫은 말들이 많았다. 

그러나 어떤 말을 듣고 싶은지는 곰곰이 생각해 봐야 했다.


위로로 건넨 말이 비수로 들리기도 하고, 

격려의 말이 오히려 불안감을 키우기도 하고,

달래려고 건넨 말에 오히려 화가 나기도 했다. 

어쩔 땐 말보다 그냥 토닥임이 더 위안이 됐다. 


들어서 좋은 말 보다 싫은 말이 더 많이 생각나는 거 보면

그동안 참, 많이 힘들었구나 싶다.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듣고 싶은 말은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지금, 내게 필요한 말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 




그래서 내가 듣고 싶은 말을 잔뜩 써봤다.  



눈이 많이 옵니다. 퇴근길이 걱정되니 조퇴를 다세요.

 -미리 말해주면 너무 좋다. 폭설이 내리는 창밖을 보며 퇴근길을 고민하지 않아도 되니까. 


사람이다 보니 실수할 수 있지요. 괜찮습니다. 

 -다른 사람 실수엔, 그럴 수 있지 하면서.. 정작 내 실수에 야박한 편이다. 그래서 내 실수도 누군가 

  살포시 잘 덮어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함께해 줬으면 좋겠다. 


일부러 그러셨을까요. 오해하지 않습니다. 

 - 고의로, 의도적으로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다. 차디찬 말로 따지기보다, 물어봐줬으면 좋겠다. 왜 그랬냐고. 


고생했어요. 좀 쉬세요. 

 - 요즘 힐링 및 치유 책 표지를 보면 대부분의 인물이 누워있다. 요즘같이 겨울이면 집 밖이 위험해를 넘어 이불밖이 위험해서 더욱 힘들다. 고생했다고. 좀 쉬어도 된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있으면 그 한 마디에 마음이 몽글몽글 따뜻해진다. 


어서 와. 

- 출근하는 게 도살장 끌려가는 기분 같던 나날. 어서 오라고 웃으며 말해주셨던 상사가 있었다. 그분이 있었기에 내가 필요한 사람이구나. 누군가는 날 반겨주는구나 하는 생각에 미소를 살짝이라도 지을 수 있었다. 


네 덕분이야.

- 자꾸 네 탓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 너 때문에, 엄마 때문에, 아빠 때문에, 친구 때문에. 입에서 때나오겠다. 그러다 마지막엔 나 때문에 가 될 텐데. 그런데 나 덕분에-라는 말로 고마움을 전하는 사람이 있다면 더 열심히 하게 된다. 말이 아 다르고 어 다르다. 때문에 가 덕분에로 바뀌면 생각보다 많은 것이 바뀐다. 물론 악의적으로 너 덕분에라는 말로 비아냥대는 건 빼고. 


맛있게 먹어.

- 어릴 때, 항상 밥을 차려주던 엄마가 생각난다. 물론 맛있게 먹어라는 다정한 말은 기억나지 않지만 맛있게 먹어주길 바라는 엄마의 마음은 느껴졌다. 그래서 누가 나를 위해 차려준 밥상에, 외식에 맛있게 먹으라고 하면 눈물 나게 기쁠 것 같다. 


궁금한 게 있어.

- 리스너가 없는 세상이다. 각자 할 말이 많고, 감정을 토로할게 많다 보니 질문보다는 자기 이야기하기 바쁘다. 친구관계도 한번 리스너와 스피커가 결정되면 쉽게 그 관계 패턴이 바뀌지 않는다. 그래서 나에게 무언가 물어봐주는 대화를 시작하는 사람에게서 따뜻함이 느껴진다. 그래서 더 잘해주고 싶다. 


네 생각은 어때?

- 답정너 말고. 진짜 내 생각을 물어봐주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 목소리 크다고, 나이 많다고, 경력 많다고 

자신들이 다 옳은 게 아니라 진짜 네 생각은 어떤지 물어봐주는 조직의 리더가 있다면 좋은 곳이다. 물론 나보다 어리니까 어디 한번 네 의견 말해보라는 태도는 빼고. 


천천히 해도 돼. 

- 누군들 느리게 하고 싶으리. 익숙지 않고 마음이 긴장감이 돌면 당연히 느려진다. 그럴 때 재촉하면 식은땀이 흐른다. 천천히 하라고. 기다려주겠다고. 그런 여유를 가진 사람을 만나면 천천히 하더라도 끝까지 해내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보고 싶었어. 

- 다 각자 살기 바쁘다. 그래서 보고 싶다는 말을 하기 위해 만나는 것도 힘들다.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보고파하는 마음은 소중하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서 듣는 이 말은, 내가 돌아올 곳이 있다는 힘을 준다. 



어른은 셀프로 살아야 한다. 그러니 내가 듣고 싶은 말도 셀프로 적어봤다.

듣고 싶은 말도 버킷 리스트가 돼버렸다. 누가 나에게 이 말들을 해줄까? 


쓰다 보니 한 번도 안 들은 말은 아니다. 언젠가 한 번쯤은 이런 말들을 들었고, 그 말들이 나를 살렸다.




이젠 내 차례인가 보다.

내가 이 말들을 할 차례인가 보다.


그래도 이 말들을 또 들을 수 있다면 좋겠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분들도 따뜻한 말들을 더 많이 들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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