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자녀들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
'40대가 되니 경제적 여유는 있지만 20대의 재미는 없다'
한 유튜브 영상의 댓글이 눈길을 끌었다. 20대 후반 졸업과 동시에 취업했다. 쉬지 않고 일하다 보니 어느덧 40대다. 사고 싶은 것을 살 수 있고 먹고 싶은 것을 먹을 수 있지만 예전처럼 삶에 생기가 느껴지지는 않는다. 정신적으로 여유가 없고 웃음을 잃은 지 오래다. 재미라는 걸 느껴본 게 언제일까.
대학을 졸업한 지 20년이 지났지만 예나 지금이나 인생살이는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짧게는 20년, 길게는 30년이 넘도록 학업에 정진하며 스펙을 쌓는 것이 인생의 1단계, 사업을 하든 취직을 하든 경제활동을 하는 것이 2단계인 것 같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화폐의 가치는 갈수록 떨어지고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으며, 기대수명이 늘어나 일을 해야 하는 기간이 더 늘어난 정도일까.
<둘째의 덕후 생활>
앞도적인 피지컬과는 달리 내성적인 7살 둘째는 요즘 종이 접기에 빠졌다. 유튜브 영상을 보며 하나 둘 접는 게 재미있는지 하루에 몇 시간씩 종이접기를 할 때도 있다. 아이가 혼자 창작활동을 하며 시간을 보내니 부모 입장에서 편할 것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만은 않다. 만들다가 어려운 부분이 있으면 엄마 아빠에게 수시로 도움을 요청하기 때문이다.
30분이 넘도록 끙끙대며 접은 것이 실패하거나 종이 접기가 마음대로 안 될 경우 둘째는 짜증을 내고 곧잘 운다. 그럴 때마다 제발 쉬운 것만 접으라고 타이르지만 아들은 스트레스받는 것을 자처하며 더 새로운 것, 더 어려운 것에 도전한다.
자신이 만든 작품을 엄마 아빠에게 보여주고 잘했다고 칭찬받을 때 둘째는 무척 뿌듯해한다. 오랜 시간 공들여 만든 것에 비해 정작 갖고 노는 시간은 얼마 안 되지만, 땀을 뻘뻘 흘리며 열심히 만드는 것을 보면 둘째가 종이접기를 정말 좋아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가끔 같은 유치원에 다니는 친구들이나 선생님에게 자신이 접은 것을 선물로 주는 모습을 볼 때면 참 멋지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좋아하는 것을 놓지 않는 삶을 살아가기를>
자신이 좋아하는 종이접기를 원 없이 하는 둘째를 보며 내 삶을 돌아본다. 나도 한때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삶을 가득 채우던 시절이 있었는데. 언제부터인가 내가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해본 게 언제인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그런 것이 있는지 조차 가물가물하다.
주중에는 깨어 있는 시간이 대부분 노동과 직결된다. 주말은 주로 아이들이 하고 싶었던 것을 하거나 가족과 함께 근교로 나간다. 삶의 패턴이 이러다 보니 나만을 위한 시간은 좀처럼 갖기 힘들다.
나의 경우 피아노 학원과 유도관 외에는 학원을 다니지 않았다. 중학교를 졸업하기까지는 방과 후 대부분의 시간을 친구들과 보냈다. 딱히 공부를 잘하지는 않았지만 열심히 하면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막연한 마음으로 학창 시절을 보냈던 것 같다.
하지만 우리 자녀 세대의 삶의 양상은 예전과는 많이 다르다. 선행학습을 시작하는 시기는 갈수록 짧아지고 있다. 치열한 경쟁, 취업에 대한 두려움은 사람을 사귀고 세상을 배우는 것이 아닌 '좋은 성적을 얻는 것'에만 혈안이 되게 만든다.
많은 재산과 큰 아파트, 좋은 차가 주는 행복이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 지금의 위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계속 발전해야만 한다. 끊임없는 압박 속에서 계속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단순히 통장에 찍혀있는 숫자가 아닌 내적인 만족을 주는 강력하고 확실한 무언가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돈이 안 되더라도, 공부에 꼭 도움이 되지 않더라도 자녀들이 좋아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꾸준히 이어가기를 바란다. 그래서 만족감과 성취감을 더 많이 느끼고 자라 갔으면 좋겠다. 앞으로 더 많은 공부를 할 것이고 취업 준비도 해야겠지만, 그럼에도 자신에게 행복을 주는 그 시간을 끝까지 놓지 않는 아들 딸이 되기를 바란다.
훗날 아이들이 지금의 내 나이가 되어 인생의 무게를 느낄 때쯤 아빠처럼 흔들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금처럼 내가 좋아하는 시간, 오롯이 나만을 위한 시간을 통해 내적 만족을 누림으로 팍팍한 현실에서 넘어지지 않는 건강한 자녀로 자라 갈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