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회사는 다음 생애에
K 직장인이라면 백이면 백 직장생활 만족도가 낮을 것이라 확신한다. 능력과 무관한 인공서열, 까라면 까야하는 직장문화, 목숨과 맞바꾼 내 집마련의 대가는 무제한 직장생활이라는 벗어날 수 없는 수렁이기에.
나로의 <저 가족 같은 회사 다니는데요>는 한 여성(으로 추정되는)의 직장생활을 그린 책이다. 중소+가족기업의 폐쇄적인 문화와 염전 같은 급여, 생존이 불가능할 것 같은 복리후생을 견디다 못해 결국 회사를 나온 작가의 삶에 많이 공감했다. 회사의 문화나 가족경영이라는 형태가 내가 다니는 직장과 꼭 닮았기에.
사무용품의 사용이나 점심 메뉴 가격으로 눈치를 주는 장면에서 중소기업 특유의 짠내가 물씬 풍겼다. 소수의 직원으로 운영되는, 업무의 R&R(roles and responsibilities)이 명확하지 않고 경계가 없는 사무실의 풍경은 한치의 흐트러짐이 없는 위계질서로 운영되는 K 직장의 모습을 잘 드러낸다.
처지를 비관하고 외부 환경을 탓하기만 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다. 저자는 회사에 대한 불만을 뿜어내고 기록함으로써 스스로의 마음을 돌아보고 나아가 아픔과 상처를 극복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문제 자체는 변함이 없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야가 조금씩 변하는 모습은, 살아가면서 겪는 크고 작은 문제를 극복해 나가는 우리네 삶과 꼭 닮았다.
힘든 회사를 버틸 수 있는 동력 중 하나는 나 혼자만 겪는 어려움이 아니라는데 있다. 쌍욕을 먹고 끝이 보이지 않는 야근을 하며 때로는 이해되지 않고 납득할 수 없는 일을 하기도 하지만, 이 모든 과정이 혼자가 아닌 다른 사람과 함께라면 덜 외롭기에.
가볍게 읽기에 무난하고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법한 내용이라 한 번쯤 읽어보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