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과 저승 사이, 내가 본 것은 진실이었다 >>
사람들은 말한다.
죽기 전에, 자신의 인생이 필름처럼 지나간다고.
그 순간은 고요하고, 따스하고, 모든 게 용서된 기분이라고.
하지만 나는 전혀 다른 곳에 갔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그래서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
나는 심장이 멈추던 그 순간,
그곳에 있었다.
무의식도 아니었고, 꿈도 아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승도, 저승도 아닌 곳.
나는 바닥 없는 공간 위에 떠 있었다.
주변은 텅 비어 있었지만,
누군가 혹은 어떤 존재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 존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나는 분명히 ‘그 말을’ 들었다.
“이제, 선택하라.”
그 순간, 내 머릿속이 벌어지듯 열렸다.
내가 기억에서 밀어냈던 일들,
사과하지 못한 말들,
사랑한다고 말하지 못했던 얼굴들.
모두가,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나는 울고 싶었다. 아니, 울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곳에는 눈물도, 숨도 없었다.
오직, 기억만이 존재했다.
그러고는
갑자기 나 아닌 누군가의 삶이 눈앞에 펼쳐졌다.
죽은 줄 알았던 아버지,
잊었다고 믿었던 친구,
그리고… 그날의 내가.
나는 그날로 돌아가야 했다.
내가 가장 후회했던 날로.
그 선택이,
나를 이승으로 돌려보낼 마지막 기회였으니까.
#이승과 저승 #실화기반소설 #죽음의 경계 #기억의 심판 #몰입형연재소설 #브런치스토리추천
[2화]
제목: 기억의 방, 첫 번째 문이 열리다
그곳에는 문이 있었다.
이상한 건, 분명 아무것도 없는 공간이었는데
그 문 하나만은 마치 오래된 극장의 무대처럼 또렷하게 보였다는 거였다.
나는 망설였다.
하지만 ‘그 존재’가 다시 말했다. 아니, 느껴졌다는 게 더 정확하다.
“이 문을 열면, 네가 잊은 모든 진실을 보게 될 것이다.”
문이 열렸다.
그리고, 나는 그날로 돌아갔다.
2004년, 6월 11일.
내가 가장 후회하는 날.
그날의 공기는 이상하게 무겁고 달콤했다.
초여름의 햇살, 반쯤 열린 창문, 분필 냄새…
모든 게 너무 생생했다.
그리고 나는 봤다.
여덟 살의 ‘나’.
분명 어린 나인데—
내가 지금처럼 나를 보고 있었다.
그 어린아이는 눈을 깜빡이며 내게 다가왔다.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그는 나를 알아봤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아직, 나를 용서하지 않았지?”
나는 숨이 멎는 줄 알았다.
그날 나는, 가장 친한 친구를 울렸다.
아니, 울게 만든 게 전부가 아니었다.
내가 지켜줘야 했던 순간,
나는 그 아이를 외면했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던 듯 살아왔다.
그 기억은 내 안에서 썩어 있었다.
썩은 줄 알았지만,
사실은—
지금까지 나를 좀먹고 있었던 것이다.
“그 기억을 되돌릴 수는 없어요.”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어린 내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럼 왜 다시 이 문을 열었어?”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 질문이
내가 지금껏 외면해 온 모든 것의 시작이었기 때문이다.
#이승과저승 #기억의문 #과거와현재 #죽기직전경험 #감성스릴러 #몰입형연재소설
[3화] 제목: 두 번째 문, 죄의 그림자
나는 또 하나의 문 앞에 서 있었다.
첫 번째 문이 기억이었다면,
두 번째 문은 죄였다.
그건 숨겨둔 죄책감이 만들어낸 어둡고 차가운 문이었다.
문을 열자, 나는 다시 그날로 떨어졌다.
여름방학을 하루 앞둔 오후,
운동장에서 울던 한 아이.
나는 그 아이를 기억한다. 아니, 기억하고 싶지 않았던 아이.
그날, 그 애는
누군가에게 맞았다.
그리고 나는,
그걸 보면서도 그냥 고개를 돌렸다.
교실로 들어가 문을 닫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웃었다.
그 아이의 울음소리가
내 발목을 붙잡고 있었다.
그때는 몰랐다.
그 울음이 지금의 나를 이끌고 이곳까지 데려올 줄은.
저 멀리서, 그 아이가 보였다.
하지만 이상했다.
그 아이는 여덟 살짜리 모습이 아니었다.
이제는 나처럼 어른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얼굴은, 분명히 내 얼굴이었다.
내 죄가, 나를 닮아 있었다.
“왜 나였을까?”
그가 말했다.
“왜 하필 그날, 왜 그 순간, 나를 보지 않았어?”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그건 단지 무서웠기 때문이었다.
내가 괴롭힘을 당하게 될까 봐.
내 자리가 위협받을까 봐.
나는 그저… 살고 싶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알았다.
그때 내가 외면한 것 하나가
어떤 인생을 얼마나 바꿔버렸는지.
그리고 그게 지금,
내 저승길을 막고 있다는 걸.
그 순간,
공간이 부서지기 시작했다.
저 멀리서 세 번째 문이 천천히 열리고 있었다.
그 문 안쪽엔,
내가 죽은 줄 알았던 사람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 얼굴은…
내가 가장 사랑했던 사람이었다.
#저승의기억 #감정스릴러 #과거의죄 #몰입형연재소설 #브런치스토리강추 #이승과저승
[4화]
제목: 세 번째 문, 그 사람은 아직 나를 기다린다
그녀는,
내가 마지막으로 사랑한다고 말하지 못했던 사람이었다.
문이 열리는 순간,
익숙한 향기가 코끝을 스쳤다.
비 오는 날 입구에서 기다리던 그 모습,
서점 앞에 놓인 종이컵 커피 두 잔,
그리고…
그날 밤, 나를 향해 웃으며 했던 마지막 말.
“그렇게 바쁜 거 알아.
그래도… 언젠간, 말해줘.
진심으로 사랑한다고.”
나는 끝내,
그 말을 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녀는 떠났다.
갑작스럽게.
어떤 예고도 없이.
그녀는 내게 다가왔다.
세 번째 문의 공간은
이상하리만큼 따뜻했다.
어떤 기억보다 따뜻하고,
어떤 현실보다 고통스러웠다.
“이제 말할 수 있어?”
그녀가 내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제야 알았다.
그녀는 나를 기다린 게 아니었다.
내가,
언제까지나 그날의 그녀 앞에 머물러 있었던 거였다.
“사랑해. 정말, 사랑했어.”
말을 마치자
공간이 빛으로 물들었다.
그리고,
그녀는 웃었다.
그렇게 따뜻하고 환한 얼굴로.
그 미소가
내게 세상 마지막 빛처럼 느껴졌다.
“이제, 다음 문으로 가.
거기서…
진짜 너와 마주하게 될 거야.”
나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저 너머—
마지막 문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 문에는
어떤 이름도, 색도, 기운도 없었다.
다만 하나,
검은 그림자 하나가 나를 향해 웃고 있었다.
#저승의사랑 #이별후회 #감정폭발 #사랑은남는다 #몰입형감성스릴러 #브런치스토리연재
[5화]
제목: 마지막 문, 나를 죽인 것은 나였다.
그 문은 지금까지 본 어떤 문보다 조용했다.
빛도 없고, 소리도 없고, 온기도 없었다.
다만, 문 앞에 서 있는 그림자 하나.
그 그림자는 천천히 나를 바라봤다.
그리고 웃었다.
그 얼굴은, 내 얼굴이었다.
“왔네.
결국 여기까지.”
나는 멈췄다.
입이 바짝 말라붙고, 손끝이 저려왔다.
지금까지 본 문들은
모두 ‘내가 피해온 기억’이었다.
그런데 이 문은—
내가 끝내 외면하고,
스스로를 속이며 살아왔던
‘진짜 나’가 기다리는 곳이었다.
문이 열리자
어두운 공간 속에 의자가 하나 놓여 있었다.
그 앞에 앉아 있던 건,
다른 누구도 아닌 또 다른 나였다.
그는 내게 말했다.
“당신의 죄를 나열하겠다.”
나는 숨을 삼켰다.
그는 조용히, 차분하게,
내가 살아오며 스쳐 지나간
작은 악의들, 무관심, 위선,
그리고 ‘몰랐다고 믿고 싶었던’ 실수들을 나열했다.
한 마디, 한 마디가
심장에 못처럼 박혔다.
“당신은 죽지 않았다.
다만, 죽음을 가장한 회피 속에 살았다.
그러니 지금,
심판은 당신 스스로가 내려야 한다.”
나는 처음으로
내가 나를 미워하고 있었음을 인정했다.
사랑받고 싶어 하면서도,
자격이 없다고 느끼며 모든 것을 스스로 무너뜨렸다는 것도.
그때였다.
공간이 흔들렸다.
바닥이 갈라지고,
하늘이 빛으로 갈라졌다.
그가 나를 보며 마지막으로 말했다.
“이제 선택하라.
돌아가서 살아라.
아니면 여기서,
영원히 머물러라.”
나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진심으로 처음, 나 자신을 안아주었다.
그 순간,
눈부신 빛이 내 안을 가득 채웠다.
#자기심판 #내면여행 #감정의끝 #몰입형전개 #저승체험소설 #브런치추천연재
[6화]
제목: 나는 다시 태어났다. 그런데 세상이 변해 있었다
숨을 들이쉬는 순간,
폐가 찢어질 듯 아팠다.
눈을 떴을 때,
천장이 보였다. 병실 천장.
하얗고 정갈한, 그리고 너무 낯선.
기계음, 낮은 목소리,
누군가 울고 있었다.
“살아있어요. 심장 뛰고 있어요!”
하지만 나는 곧 알았다.
뭔가… 이상했다.
공기가 무거웠고, 사람들의 표정이 이상했다.
그들은 기뻐하지 않았다.
오히려… 두려워하고 있었다.
병실에 있던 간호사가,
나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흠칫 놀라며 뒷걸음질 쳤다.
의사 역시 내 상태를 확인하곤
작게 중얼거렸다.
“저 눈빛… 뭔가 달라.”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모두가 나를 ‘다른 사람’처럼 바라봤다.
거울을 찾았다.
겨우 의자에 몸을 일으켜 세우고,
옆 테이블에 놓인 손거울을 들었다.
내 얼굴은 분명 나였다.
하지만 눈동자 속 어딘가—
누구도 닿지 못할 어둠이 떠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 어둠이 어디서 온 건지 알고 있었다.
의사가 가족들에게 말했다.
“기적이에요.
그런데…
기적이란 게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그 순간,
나는 확신했다.
내가 본 저승,
그 경계의 기억은 단순한 환상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무언가를 데리고 돌아온 것도 나였다.
#기적과공포 #현실복귀후 #이질감 #몰입형심리미스터리 #저승체험기 #브런치스토리연재
[7화]
제목: 그 밤, 누군가 내 이름을 불렀다
나는 다시 그곳을 꿈꿨다.
아니, 그곳이 나를 찾아왔다.
병실의 불이 꺼진 새벽 2시.
모든 소리가 멎은 순간,
귀를 찢듯이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이. 준. 오.”
딱 세 글자.
내 이름을 부르는 그 소리.
그 목소리는 분명 저승의 경계에서 들었던 것과 같았다.
어떤 존재가, 아직도 나를… 놓지 않고 있는 것이다.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지만
병실은 조용했다.
CCTV 화면도 이상 없었다.
간호사는 졸고 있었고, 창밖에는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나는 확실히 들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모든 것이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했다.
문을 열고 복도로 나섰을 때,
불이 한 줄씩 꺼지며 뒤를 따라왔다.
마치 누군가가
내 뒤를 똑같은 발걸음으로 따라오고 있는 것처럼.
병원의 구석,
불이 꺼진 X-ray실 앞에서
나는 또다시 그 그림자를 보았다.
내가 마지막 문에서 만났던,
나와 같은 얼굴의 또 다른 나.
그가 말했다.
“이제 알겠지?
너는 아직 끝나지 않았어.”
나는 몸이 얼어붙었다.
그는 내게 한 발 다가왔다.
그리고 속삭였다.
“살아남았다고 생각했지?
하지만 넌 이제,
그 경계의 ‘문’이야.”
그 말이 끝나자,
주변의 공기가 부서지듯 일렁였다.
나는 더 이상
현실에만 발을 딛고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그날 이후로,
나는 계속 두 세상을 오가게 되었다.
잠들면, 그곳으로.
깨어나면, 이곳으로.
그리고…
그 존재는 아직 내 안에 살아 있다.
#이승과저승사이 #꿈인가현실인가 #몰입형심리스릴러 #저승의잔재 #경계의문 #브런치스토리연재
[8화]
제목: 나를 노리는 자, 나를 지키는 자
그날 밤,
나는 또다시 그 꿈을 꿨다.
아니, 이제는 꿈이라고 말할 수 없는 곳이었다.
그곳은 처음 그 문을 열던 회색 공간이 아니었다.
수많은 문들이 사방에 떠 있는 어두운 하늘 아래,
나만이 서 있었다.
그때,
한 아이가 나타났다.
소년이었다.
열두 살쯤 되었을까.
하지만 그 눈빛은
모든 것을 아는 오래된 영혼의 눈빛이었다.
“드디어 만났네요.
당신이… 새 문지기죠?”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소년은 나를 가만히 바라보다 말했다.
“이 세계엔 문이 있어요.
삶과 죽음 사이,
기억과 망각 사이,
죄와 용서 사이.”
“그 문들을 감시하고 조율하는 존재.
그게 문지기예요.
그 문이 열리면…
이승과 저승은 균형을 잃어요.”
나는 물었다.
“왜… 나인가요?”
소년은 미소 지었다.
“왜냐하면,
당신은 ‘죽었으나 살아남은 자’니까요.
경계선에서 다시 태어난 자만이
문을 닫을 수 있어요.”
그 순간,
주변의 문 하나가 거세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문 틈 사이로 검은 연기 같은 것들이 새어 나왔다.
그리고 그 안에—
나를 닮은 또 다른 ‘나’가 서 있었다.
이번엔, 미소조차 없는 얼굴이었다.
소년이 속삭였다.
“그건 당신의 그림자예요.
당신이 외면해 온 감정,
밀어낸 기억,
인정하지 않았던 상처들이 형체를 가진 거죠.”
“그가 문을 열고 나오면…
당신만 사라지는 게 아닐 거예요.
이승과 저승 모두, 무너지게 돼요.”
그때 깨달았다.
이건 단순한 죽음과 삶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이건, 경계에서 시작된 균열을 막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나는 선택받은 게 아니라,
책임진 것이다.
#문지기의탄생 #이승저승세계관 #저승의균형 #정체성의심연 #감정의그림자 #브런치스토리연재
[9화]
제목: 문이 열린 날, 세상이 흔들렸다
문이 열렸다.
아무도 막지 못했다.
그리고…
그가 나왔다.
내 얼굴을 한 그림자.
하지만 눈빛은,
내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절대적인 공허.
“넌 나를 감췄지.
내가 없는 척하며 살아왔잖아.”
그림자는 조용히 내게 다가왔다.
나는 뒤로 물러서며 외쳤다.
“넌 나 아냐… 넌, 그냥 상처야.
지워진 기억, 묻어버린 죄책감.
나는 너를… 극복했어.”
그림자가 웃었다.
“아니.
넌 나를 인정하지 않았을 뿐이야.
나를 버릴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날 쫓아냈잖아.”
그 순간, 병원의 전등이 동시에 깜빡였다.
삐—삐— 기계음이 요동쳤고,
복도의 유리문이 ‘쾅’ 소리와 함께 산산이 부서졌다.
간호사들이 비명을 지르며 도망쳤다.
의사들이 다급히 문을 닫았다.
하지만,
그는 그 누구도 보지 못했다.
나만이 볼 수 있었다.
왜냐하면,
그는 내 안에서 온 존재였으니까.
그리고 그 순간,
내 몸이 서서히 차가워지기 시작했다.
내 손끝이 떨렸고,
심장이 내 것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그는 속삭였다.
“이제,
내가 너의 자리를 대신할 거야.
넌 그저 ‘문’으로 남고,
나는 살아갈게.
더는 약하지 않은 너로서.”
나는 무너졌다.
내 의식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눈앞이 흐려지고, 목소리가 작아지고,
숨이… 끊어지는 느낌.
그때—
작은 손이 내 어깨를 잡았다.
소년이었다.
다시 나타난, 그 소년.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기억하세요,
문지기는 문을 지키는 존재일 뿐…
그 문이 되면 안 돼요.”
그 말이,
내 남은 의식을 붙잡았다.
나는 마지막 힘을 다해,
내 안의 문을 스스로 닫았다.
#자기와의전쟁 #내면의어둠 #문지기의결단 #영혼의흔들림 #몰입클라이맥스 #브런치스토리연재
[10화 – 최종화]
제목: 문이 닫히고, 나는 다시 나를 살게 되었다
모든 것이 끝났다.
공간은 고요해졌고,
그림자는 사라졌다.
나는 아직 병원 침대 위에 있었다.
심장은 천천히 뛰고 있었고,
창밖에선 아침 햇살이 스며들고 있었다.
그토록 두려웠던 나의 어둠은
이제 어디에도 없었다.
아니, 어쩌면 여전히 내 안에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더 이상 그 어둠에 휘둘리지 않는다.
소년은 마지막으로 내게 말했다.
“당신은 문을 닫았지만,
기억은 남아 있을 거예요.
언제든 다시 열릴 수 있다는 걸 잊지 마세요.”
“문지기란,
세상을 지키는 존재가 아니라—
자신을 지키는 법을 아는 사람이에요.”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나는
누군가에게 용서를 구하지 않아도 된다.
스스로를 용서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더 이상
경계에 서 있지 않았다.
나는 이승에 있었다.
그리고 살아 있었다.
완전히, 온전히, 나로서.
그날 이후,
내 삶은 조금 달라졌다.
계속 꿈을 꾼다.
때때로 문 너머를 엿보기도 한다.
하지만 이제는 무섭지 않다.
그곳은 더 이상 나를 위협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곳에 내가 나를 남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나를 데리고 돌아왔다.
부서진 조각들을 하나하나 붙여서,
온전한 존재로.
그리고 지금,
이 이야기를 쓰는 이 순간에도
나는 문 앞에 서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문을 열지 않는다.
이제는 알기 때문이다.
살아 있는 지금 이 순간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진실이라는 걸.
#완결 #경계너머의나 #자기치유소설 #죽음과삶 #몰입형감성서사 #브런치스토리시리즈완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