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여행을 다녀왔다. 어찌어찌 하여 이런 저런 인연이 연결되고 이 멀리 떨어진(사실 그다지 멀지는 않지만) 땅까지 오게 되었을까를 생각하면 사람의 인연이란 게 참으로 놀랍다.
그러는 중에 떠오르는 한 분이 있었다. 어찌 보면 이 모든 인연의 시작이며, 늘 손해를 보고 살 듯 하지만 그 결과가 그 분께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마치 남이 들고가야 하는 짐을 대신 들고 가다가 오히려 간발의 차이로 큰 교통사고를 피하게 되는 이야기 속의 사람처럼. 이렇게 써 놓고 보니 별로 긍정적인 것 같지는 않지만.
우한 사람들에 대해 생각했다. 맛난 생선스프(black fish라고 한다)를 대접하고도 손님 목에 가시가 걸릴까 싶어 몇 번이고 조심을 당부했다. 대부분 둥근 얼굴을 하고 있고 웃음이 순박하다. 둥근 배는 중년남성의 상징이니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나를 초대한 분은 참으로 말이 없었다. 처음에는 우리 세대에 누구나 그렇듯이 서툰 영어 탓 일거라 생각 했는데, 틱톡으로 인플루언서가 됐다는 한 후배(그 중 얼굴이 가장 둥글다)의 끝없는 중국어 이야기를 끝없이 들어주고 웃어주는 걸로 봐서는 과묵한 분인 게 분명했다. 중국어를 못 하는 외국인들을 한 자리에 모신 식사자리 예절로는 좀 의야 했지만, 그의 말을 이해하는 사람들은 모두 즐거워 보이긴 했다. 잠깐이지만, 나를 초대한 분이 테이블 밑으로 동료를 툭툭 치며 비밀이야기를 할 때는 그 목소리가 모두에게 들릴까 걱정될 정도의 큰 목소리였다. ‘비밀을 저렇게 크게 말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을 정도로.
이 땅에서는 몇 년 전 이상하고 무서운 일이 일어났다. 그저, 그 일이 이 땅에서 일어난 것 뿐인데 바깥세상 사람들은 이 땅의 사람들을 미워하기 시작했다. 마치 화산이 터져서 퍼지는 화산재가 무서워 화산마을 사람들을 미워하는 것처럼. 그리고, 누군가 마을 사람 중 하나가 활화산에 수류탄을 던져 화산재를 날리기라도 했던 것처럼.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기름진 배를 한 기장 (또는 부기장)이 매우 건방진 표정으로 반쯤 누워 휴식을 취하는 걸 목격했다. 화장실을 다녀오다 우연히 보였다. 나도 좌석을 조정해서 그 녀석 같은 자세를 취해 보기도 했으나 영 편하지 않았다.
친구들 모임에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더니 문과 나온 친구 하나가 ‘중국 다녀오더니 친중이 되었네?’라고 평하였다. 내가 그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