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이는 한 살 된 강아지예요. 한 살이라는 건 일 년을 살았다는 이야기인데, 일 년이라는 건 무려 삼백 육십오 밤을 말하는 거예요. 그래서 한 살이라는 건 정말 대단한 거예요. 왜냐면 벌써 백 밤도 훨씬 넘게 잤다는 거니까요.
그런데, 첫눈이는 태어나고 백 밤도 안 지나서 처음 보는 사람들 품에 안겨 지금 사는 집으로 왔어요. 아주 잠깐은 좀 무서웠지만, 왠지 그 사람들 품이 금방 좋아졌어요. 그날은 하늘에서 하얀 뭔가가 내려오는 날이었는데 그걸 첫눈이라고 부른대요. 그래서 이름이 첫눈이가 되었어요. 그리고, 첫눈 오던 날 첫눈이를 조심조심 안고 온 그 사람들이 지금 첫눈이의 엄마, 아빠가 되었어요.
첫눈이가 제일 좋아하는 것은 공놀이예요. 백 번도 넘게 공을 던져줘도 또 던져 달라며 공을 물어올 수 있어요. 첫눈이가 그다음으로 좋아하는 것은 엄마, 아빠랑 밖에 나가서 돌아다니는 거예요. 산책이에요. 그걸 산책이라고 한대요.
산책을 나가면 첫눈이는 응가를 합니다. 산책을 나가면 첫눈이는 오줌을 눕니다. 그런데, 첫눈이는 아무 데나 오줌을 누지 않아요. 첫눈이가 오줌을 누는 약속나무가 있어요. 오줌을 아껴 뒀다가 이 약속나무 밑동에 눠야 하거든요. 약속나무에 오줌을 누는 강아지는 첫눈이 뿐이 아니에요. 같은 동네에 사는 마루, 옆 동네에 사는 석동이, 멀리 사는 두부도 약속나무에 오줌을 눕니다. 그렇게 첫눈이와 친구들은 약속나무에 눈 오줌으로 이야기를 나눠요. 첫눈이와 친구들 사이에 그렇게 약속이 되어 있답니다. 첫눈이는 오늘도 산책길에 약속나무가 빨리 가보고 싶었어요. 약속나무 오줌 냄새에는 친구들 이야기가 담겨 있으니까요.
엄마, 아빠가 잠시 기다려 주는 동안 첫눈이는 약속나무 밑동에 코를 처박고 친구들 오줌에 담긴 이야기 냄새를 맡았어요. 마루는 오늘 처음 먹어본 맛난 강아지 쿠키 이야기를 남기고 갔어요. 두부는 전깃줄을 깨물고 많이 혼났다고 하네요. 위험한 짓을 했으니 혼나는 게 당연하다고 말이에요. 그리고 제일 친한 친구인 석동이 오줌에 담긴 이야기 냄새를 맡으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첫눈이는 석동이 오줌 이야기 냄새를 찾을 수가 없었어요. 아마 석동이가 아직 약속나무를 다녀가지 않은 것 같아요. 첫눈이는 실망스러웠지만, 정성껏 자기 오줌 이야기를 남겼어요. 엄마랑 집에서 공던지기 놀이를 했는데, 너무 신났다고 이야기를 남겼어요. 공던지기 놀이를 하면서 너무 뛰어다녀서 발바닥이 뜨거워졌고, 발바닥을 시원하게 하려고 먹는 물에 발을 담갔다가 혼난 이야기는 남기지 않기로 했지만 말이에요.
공원에 가서 엄마, 아빠랑 원반던지기 놀이를 했어요. 멀리 보이는 구름이 아주 멋진 날이에요. 너무도 즐거운 이야기 오줌들이 오줌보에 반쯤 찰 정도니까 말이에요. 그때 첫눈이는 구름을 움직이는 바람결에 실려온 익숙한 냄새를 맡았어요. 젊잖은 냄새인데, 장난기도 섞여 있는 이 냄새는 바로 석동이에요. 첫눈이는 너무 기뻤어요. 석동이도 멀리서 빨리 첫눈이랑 놀고 싶어 난리가 났어요. 첫눈이와 석동이는 멋진 구름 아래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어요. 석동이에게 발바닥을 먹는 물에 담가 시원하게 하려다 혼난 이야기도 들려줬어요. 혼난 건 창피한 일이지만 석동이가 즐겁게 웃어주면 첫눈이도 기분이 좋았거든요.
첫눈이 오줌보는 이제 즐거운 오줌들로 꽉 찼어요. 돌아가는 길에 약속나무 밑동에 오줌을 눌 겁니다. 마루랑 두부에게 오늘 있었던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거든요.
https://youtu.be/CvD1tcW-GtQ - 첫눈이 성장기 유튜브 뮤직비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