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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j Oct 30. 2022

2 런던 인

영국


영국 인, 체코 아웃으로 P항공 티켓을 끊었다. 뜬금없이 P항공이 나온 것은 어디까지나 이제 장거리 여행은 이코노미는 최대한 피하고 싶다는 열망의 소산이다. 젊을 때야 저렴한 항공권이 최고로 좋은 티켓이겠지만 나이를 들수록 돈을 조금 더 들이더라도 장거리 이코노미석만은 어떻게든 피하고 싶어진다. 이코노미석에 오래 오래 앉아 있다보면 나의 존엄성이 훼손되고 있음을 느낀다. 그래서 이번은 프리미엄 이코노미라도 타보자고 고른게 비교적 저렴한 P항공이었다. 다리 받침이 있어서 다리를 쭉 펼수도 있고 등받이 각도도 이 정도면 만족이다. 무엇보다 도자기에 기내식을 담아 주거나 수시로 초콜릿 등 간식을 권하는 서비스도 기분을 좋게 한다. 항공권부터 고르고 나니 런던 인, 폴란드 아웃의 스케줄이 자동을 확정된다. 


바르샤바에서 런던 행 비행기로 갈아타고 런던에 도착했다. 아이들도 있고 때마침 유럽 각국에서 테러가 빈번히 발생하던 때라 미리 예약해둔 한인 택시를 타고 편하게 쇼디치 근처의 숙소에 도착했다. 나흘 정도의 일정을 잡고 트라팔가 광장, 템즈강, 타워 브릿지, 버킹엄 궁, 영국 박물관, 공사가 한장 진행 중인 빅벤 등등을 휘리릭 보고, 옥스포드와 코츠월드를 한 번에 보고 돌아 오는 일일 투어까지 신청해서 런던 교외도 한번 나갔다 왔다. 그리고 마지막 날 밤엔 라이온킹 뮤지컬 공연까지 봤다. 물론 아직 시차 적응이 안된 막내는 첫 소절이 끝나기도 전에 깊은 잠에 빠져 들었지만. 



영국에서 가장 오랜 시간을 들여 천천히 보고 싶은게 있다면 영국 박물관이다. 사실 개인적으로 유럽은 도시보다 아기자기 동화 속 감성이 물씬 풍기는 소도시를 좋아한다. 그래도 만약 파리나 런던을 다시 가게 된다면 그건 순전히 박물관이나 미술관 때문일거다. 유럽 유명 도시들의 여름은 정말 중국을 방불케 하는 인산인해다. 사람이 적은 겨울 비수기에 파리나 런던에 일주일쯤 호텔을 잡고 박물관만 출퇴근하는 테마 투어를 하는거다. 아침에 느긋이 조식을 먹고 운동화에 배낭을 메고 하루종일 루브르나 오르세, 영국 박물관 등에서 이런 저런 것들을 천천히 구경한 후 저녁에는 조금은 점잖은 옷으로 갈아 입은 후 에펠탑이나 타워 브릿지 야경이 보이는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는 나만의 플랜은 생각만 해도 마음이 설렌다.



런던을 여행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을 하나 꼽으라면 나는 도시락 문화라고 말하겠다. 두 달 동안의 해외 체류이니 경비를 계획적으로 사용할 수 밖에 없기도 하고 아이들만 대동한 여행이라 고급 레스토랑 같은 곳을 가는 건 부담스럽다. 특히 유럽이나 미국에서 레스토랑에 가는 횟수를 최소화하고 싶은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은근히 신경 쓰이는 팁 문화이다. 사람의 심리가 그렇다. 우리 나라에서는 안 써도 될 돈을 쓴다는 게 영 밑지는 느낌이기도 하고 또 어디에서는 얼마를 줘야 최소한의 눈총을 피할 수 있을지에 대한 눈치 보기는 저 강도이긴해도 지속적인 스트레스 요인이다. 런던에서 도시락 먹기야 말로 이런 스트레스에 대한 좋은 해결책이었다. 런던의 거리에는 스시, 누들, 샌드위치나 샐러드 등을 파는 도시락 가게가 즐비했고 팁 걱정 없이 비교적 저렴하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좋은 대안이었다. 또 한가지 기분이 좋았던 것은 스시나 누들 등의 도시락 전문점 중엔 한인이 운영하는 상점도 꽤 있었는데 스시나 롤 등에 익숙한 유럽인들에게 김밥을 파는 '김치'라는 이름을 당당히 건 프랜차이즈도 있다는 점이었다. 점심 시간이면 도심의 공원들은 도시락을 먹고 있는 런더너들로 가득했다. 다만 나도 돈을 좀 아껴 보겠다고 도시락으로 매 끼니를 떼우고 있는 처지이기는 해도 이 많은 사람들이 먹는 일회용품 플라스틱들이 지구 환경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 생각하니 마음 한 편이 불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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