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빠이 빌리지
수업이 없는 토요일, 아이들과 뽀빠이 빌리지에 가기로 했다. 원래는 뽀빠이 영화를 찍기 위해 만든 세트장이었던 곳으로 이후 테마파크로 변신했다.
리조트에서 멜리에하 비치에 내려 버스를 갈아탔는데 구글을 보니 빌리지까지 가는 버스가 1시간에 한 대라고 한다. 이런 사정을 알고 돈벌이에 나선 건지 잠시 후 미니 버스가 한 대 오더니 인당 2유로에 데려가 준다길래 3인 6유로를 지불하고 빌리지 입구까지 갔다. 교통이 좋지 않고 성수기에는 사람도 많아 오고 가는 길이 꽤나 험난하다. 입장료는 인당 우리 돈으로 1-2만 원 수준인데 몇몇 액티비티 포함이고 와인 한 잔과 엽서 한 장을 기념품으로 준다.
아침을 애매하게 먹었기 때문에 입장하자마자 햄버거로 점심도 먹은 후 둘째의 제안으로 보트를 먼저 탔다. 분명 이런저런 보트를 많이도 타 봤건만 둘째 눈에는 뭐가 달라 보이는지 보트를 타본 적이 없으니 보트부터 타야 한단다. 하긴 지중해를 짙푸른 바다와 기암괴석 사이를 배로 다녀 본 경험은 없으니 여기서 입장료에 포함된 가격으로 보트를 타 보는 경험도 나쁘지 않다. 뽀빠이 영화에 나오는 몇몇 건물들과 바, 작은 어린이 수영장, 뽀빠이 영화 상영관 등이 있었고 거리에서 뽀빠이나 올리브 등의 캐릭터들과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캐릭터들의 댄스 타임도 있고 내가 영화 속 캐릭터가 되어 영화를 찍으면 즉석 해서 제작 및 저장해 주는 이벤트도 있다. 바다에 접한 절벽에 지어진 세트장은 경치가 좋고 직접 바다 수영을 하거나 물놀이를 할 수 있는 기구들을 이용할 수도 있다.
사실 뽀빠이는 상당히 오래된 캐릭터다. 1919년에 만들어졌다 하니 우리나라로 치자면 3,1 운동이 일어났던 해다. 시대 변화에 맞춰 마블이나 D.C. 등 오래된 캐릭터들의 재해석과 업그레이드가 계속되고 있지만 어째 뽀빠이만은 리메이크되지 않는지 의아하다. 근력은 슈퍼맨을 능가하고, 방어력은 캡틴 아메리카가 따라갈 수 없으며, 번개를 다루는 능력은 토르 못지않고, 상대의 정신세계를 조종하는 초능력으로 말하자면 닥터 스트레인지를 울고 가게 만들 만능 캐릭터인데 말이다.
물론 뽀빠이가 오늘날의 히어로가 되기에는 몇 가지 풀어야 할 숙제가 있긴 하다. 일단 마르고 키가 큰 뽀빠이의 연인 올리브는 무슨 일이 생기면 스스로 해결하기보다는 항상 '도와줘요, 뽀빠이!'를 외침으로서 뽀빠이의 도움을 받아 생존하게 되는 캐릭터다. 오늘날 추앙받는 독립적이고 유능한 여성상에는 현저히 반한다. 현대적 의미로 재해석된 독립심을 갖춘 여성 올리브와 금연에 성공한 뽀빠이라면 극장가에 다시 도전장을 내밀어 볼 수 있지 않을까? 참, 오늘날의 히어로는 인간적인 면모를 갖춰야 하니 근력과 초능력에 있어서도 다소 수위를 조절하고 보통 인간의 이미지를 일부 추가하는 작업도 필요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