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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eun Aug 12. 2022

여름 나기 애니메이션 2

조금 색다른 여름용 애니메이션 



여름 나기용 애니메이션, 

이지만 전형적인 시원 상쾌와는 뭔가 다른,

색다른 여름용 애니메이션입니다. 

분명 보고 나면 시원은 합니다.







공의 경계 1장 부감풍경



싱그러움이나 상큼함과는 상당히 거리가 먼 작품입니다만, 서늘함 만큼은 부족함 없이 느끼게 해 주는 작품입니다. 스토리, 색감, 음악, 캐릭터들의 목소리 등 전체적인 분위기가 매우 차갑기 때문에 주변 온도가 괜히 낮아지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질 수 있습니다. 일종의 냉각 효과라고 생각합니다. 배경 시기도 8월 말 늦여름이에요. 


작품의 장르는 신전기물, 설명하자면 현대 도시를 배경으로 곳곳에 초자연적인 요소가(현대 사회와는 어울리지 않는, 이른바 마법) 숨어있다는 설정 아래 특수한 능력을 가진 이능력자들과 관련 인물들이 겪는 사건들을 다루는 장르입니다. 공의 경계 원작 소설은 바로 이러한 신전기 장르를 확립시킨 대표작 중 하나이죠.  

작품의 기본 줄거리는 남성과 여성의 인격을 각각 가지고 있으며 직사의 마안이라는 이능력 소유자인 료우기 시키와 평범한 고등학생 코쿠토 미키야의 만남으로 시작해 신전기 다운 이런저런 초현실적 사건들이 벌어지는 흐름인데요, 원작부터가 작품의 순서를 시간대별로 나열하지 않고 섞어 놓았기 때문에 애니메이션 또한 1장이 이야기의 첫 시작점은 아닙니다. 주인공들의 첫 만남은 다음 편인 2장 살인 고찰에서 다루어지고 1장은 공의 경계라는 작품과 주요 캐릭터들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느끼게 해 준다고 볼 수 있죠.  



앞서 설명했듯 서늘한 분위기에 초현실적인 사건들, 난해한 스토리 흐름 때문에 가볍게 볼 만한 작품은 전혀 아니므로 호불호가 상당히 갈릴 수 있다는 점이 공의 경계의 특징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한번 매료되기 시작하면 순식간에 종장까지 가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만큼 흡입력이 대단한데요, 줄거리도 흥미롭지만 애니메이션의 경우 무너짐 없는 작화와 성우들의 연기, 그리고 무엇보다 음악의 힘이 매우 큽니다. 계속 강조하고 있는 서늘함과 신전기라는 장르 특유의 신비로움, 거기에 주인공인 료우기 시키가 가진 묘한 서정성을 선율만으로 구현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그런 면에서 캐릭터와 사운드의 합을 감상하기에는 4장 가람의 동도 좋습니다. 시키의 조력자 포지션인 토우코라는 마술사 캐릭터에게 깔리는 주술적인 사운드가 매력적이거든요. (참고로 공의 경계 음악 감독이 Fate 시리즈 등 타입문의 여러 작품을 맡은 바 있어서요, 그쪽 음악들이 대부분 좋습니다) 어둡고 선명한 작품의 색감 또한 배경 음악과 잘 어울리며 작품의 분위기 형성에 큰 몫을 하지요. 


이러한 공의 경계의 특징들은 사실 시리즈 전체에 녹아들어 있습니다만 특유의 서늘한 분위기는 1장 부감 풍경에서 가장 강조됩니다. 그런 이유로 저는 1장을 여름용 애니메이션으로 소개해 본 것인데요, 단순한 공포물이나 호러물과는 전혀 다른 몽환적인 싸늘함을 즐기며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니, 밤하늘이 깊고 짙은 날 한 번 틀어 보세요. 




참고로, 저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완벽한 작화 덕에, 하겐다즈 스트로베리가 먹고 싶어 지는 여름 피서용 애니메이션이기도 합니다. 







은혼 1기 중 용궁편

(115-118화, 스트리밍 사이트 기준 113-116화) 



그 유명한 은혼입니다. 워낙 오랜 기간 연재한 엄청난 분량의 작품인지라 1기 용궁편은 이미 한참 전 에피소드인데요, 아예 대놓고 여름방학 특집이었기에 소개해 봅니다. 이름에 걸맞게 당연히 바닷가 장면으로 시작하고요, 바다 건너 용궁까지 가버리는 아주 은혼 다운 에피소드입니다.(은혼은 기본적으로 개그 만화입니다)     


간략히 스토리를 설명하자면, 여름을 맞아 바닷가에서 안전 요원 아르바이트를 하던 주인공 일행(해결사 일행)은 도촬을 하며 돌아다니던 변태 거북이를 잡게 됩니다. 질질 짜며 비는 거북이를 용서해주는 대신 일종의 서비스 여행으로 용궁에 방문하게 된 해결사 일행은 아주 신이 나서 거북이를 따라가지만 개그 만화 다운 온갖 정신없는 상황에 휩쓸려 무인도로 보이는 한 섬에 표류하게 되고 맙니다. 그리고 자기들끼리 나름 고생하며 돌아다니다가 겨우 다시 만난 거북이로부터 알게 된 사실은 엄청났는데요, 오토히메라는 용궁의 공주가 인간을 전부 할머니 할아버지로 만드는 희한한 가스를 만들어 버렸다는 겁니다. 그리고 그 가스는 곧 살포 예정이라는 겁니다. 대한민국이던 에도이던 모르는 사람(거북이도) 함부로 따라가면 안 된다는 큰 교훈을 얻을 수 있는 스토리이기도 하네요. 여하튼, 공짜라면 좋아 죽는 성격 탓에 간은 내놓지 않아도 젊음을 내놓게 생긴 해결사 일행이 이 말도 안 되는 음모에 맞선다는, 그런 내용의 에피소드입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이 작품의 장르는 개그입니다. (그러니까 스토리가 이렇겠죠) 그중에서도 용궁편은 개그 요소가 많은 에피소드이고요, 레귤러 캐릭터들이 여럿 등장하는 편이라 각 캐릭터 별 개그도 난무합니다. 그렇기에 은혼을 알고 있는 경우라면 더 재미있게 감상이 가능하겠지만 별개의 스토리라인이 있는 에피소드이기에 은혼을 잘 몰랐더라도 그냥 생각 없이 웃으면서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초반 용궁 가는 길의 바다 장면이 근사한데요, 개인적으로 은혼 중에서 작화가 좋은 회차라고 생각하며 여름 방학 특집답게 파랗게 트인 바다 풍경과 커다란 구름 뭉치가 보기만 해도 시원합니다. 아무래도 용궁이다 보니 여기저기서 물도 많이 나오고요. 엔딩 곡 또한 여름에 아주 어울리는 선곡으로 왠지 살랑살랑 놀러 가고 싶어 지는 곡이랍니다.(This world is yours- Plingmin)  


흑집사 북 오브 더 아틀란틱 



흑집사 애니메이션 중 가장 최신작이자 유일한 극장판 에피소드입니다. 



원작 흑집사는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악의 귀족이라 불리는 팬텀하이브 가의 어린 당주 시엘과 그의 유능한 집사 세바스찬이 영국 뒷사회의 사건들을 해결하는 꽤나 시니컬한 다크 판타지 만화입니다. 워낙 유명한 작품인지라 집사 세바스찬의 정체가 실은 악마이며(비유가 아니라 종 자체가 악마) 의문스러운 사고로 부모를 잃은 시엘이 복수를 위해 그와 계약을 맺은 탓에 집사로서 시엘 곁을 지키고 있다는 설정은 많이 알려져 있죠. 팬텀하이브 가문이 선조부터 영국 뒷사회의 이러 저런 더러운 일들을 은밀히 처리하는 역을 맡아왔고, 그 덕에 여왕의 번견이라는 이명까지 붙은 집안인지라 명민하지만 어리고 약한 소년의 몸을 가진 시엘에게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상황들이 많이 발생하는데요, 온몸으로 이름값 하는 매력적인 악마 집사 덕에 매번 위기에서 벗어나고 사건 해결에도 성공한답니다. 사건 해결이라고 해도 다크 판타지라는 장르답게 개운한 해피 엔딩은 거의 없지만 그게 이 작품의 결정적인 매력이라고 볼 수 있죠.  



이 극장판 북 오브 더 아틀란틱은 그런 시엘과 악마 집사 세바스찬이 배 타고 출항하는 이야기입니다. 첫 장면부터 타이타닉이 떠오르는 커다란 여객선이 두둥하고 등장하고요, 한가득 들어찬 부자 승객들이 해맑게 손 흔들며 출발합니다. 그리고, 이런 경우 이런 배가 목적지까지 곱게 갈 리가 없죠. 사건이 발생합니다. 시엘과 세바스찬은 당연히 이와 관련된 일을 조사하기 위해 몸을 실은 것이었고요. 이 조사라 함은 불법 인체 실험을 통해 죽은 자를 살려내려는 의사들의 비밀 결사 ‘아우로라 학회’에 대해 알아내는 것이었는데요, 당연히 발생한 사건 또한 이 아우로라 학회와 관련되어 있었고 이를 해결하려는 도련님 시엘과 집사 세바스찬의 수난 길이(사실상 집사만의 수난) 펼쳐집니다. 참고로 이 과정에서 흑집사의 다른 레귤러 캐릭터인 사신들과 장의사, 시엘의 약혼자도 등장하는데 이들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답니다.   


죽은 자를 살려낸다는 취지에 걸맞게 초반부터 등장해 온갖 사고를 치는 주범은 좀비입니다. 작품 내에서는 다른 이름으로 불리며 후에 작중에서 중요한 설정으로도 쓰이지만 일단 여기서는 얘네 하는 짓이 완전히 좀비예요. 흑집사의 장르 자체가 호러가 아니다 보니 그렇게 자극적인 묘사는 없으나 소재 덕에 약간의 좀비물+액션물 느낌이 납니다. 물론 좀비 떼거리는 뺀 사신들과 세바스찬의 후반부 액션씬도 근사합니다. 액션이 꽤 길게 이어지는데 장면 전환 시 어색함도 없고 무엇보다 동작들의 합이 멋있어요. 이 외에 군데군데 개그 요소도 마련되어 있고요, 전복되는 배 위에서 펼쳐지는 재난극답게 연출의 긴박감도 흘러넘치고요, 세상 고고하신 귀족 도련님이 주인공인 이 작품 특유의 화려한 작화 또한 그야말로 귀족적입니다. 한마디로 여름 더위를 뻥뻥 날려주는 블록버스터 스타일의 판타지 액션물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사실 원작 만화가 탄탄한 서사를 갖춘 편이므로 전후 스토리를 따라가며 감상하는 것을 가장 추천하며 애초에 흑집사는 애니메이션이 원작을 못 따라간다는 평에(1,2기에 한해) 동의하는 바이지만 이 극장판은 정말 잘 만들었습니다. 연출, 음악, 성우들의 음성까지(흑집사 성우진들 유명하죠) 각 요소가 부족함 없이 매끄럽게 이어지는 작품이기 때문에 충분한 즐거움을 챙길 수 있는 한 편으로 추천합니다.   



나소흑전기: 첫 만남편 



중국 애니메이션입니다. 나소흑전기라는 원작 애니메이션에서 4년 전의 시점을 다루고 있는 외전이라고 하는데요, 원작은 천명주를 훔친 요정이 고양이로 변해 소백이라는 여자아이에게 거둬져 소흑이라는 이름으로 키워지는 일상 계열 만화이지만 극장판으로 나온 이 작품은 마찬가지 소흑이라는 고양이 요정을 주인공으로 한 판타지 애니메이션입니다. 따라서 원작과는 결이 다른 느낌입니다. 


큰 주제는 인간과 요정의 공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숲 속의 집을 잃고 떠돌던 주인공 소흑은(평소 엄청나게 귀여운 고양이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만, 인간 여자 아이로도 변합니다) 풍식이라는 요정과 그 일행에게 거둬지지만 그들의 보금자리에 풍식을 잡으러 들이닥친 집행자 무한으로 인해 일행은 흩어지고 소흑은 무한과 함께 요정들의 회관으로 향하게 됩니다. 처음에 소흑은 인간인 무한에게 두려움과 거부감을 느끼고 자꾸만 달아나려 떼를 쓰지만 이내 무한이 나쁜 인물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둘은 점점 가까워지죠. 한편 인간과 적당히 공존하며 균형을 유지하려는 요정들과 달리 인간에 대한 적대감이 큰 풍식은 소흑이 가진 어떤 능력을 통해 요정들만의 세계를 만들려 하고, 이 계획에 의해 소흑과 무한은 위험에 처하게 됩니다. 그들이 지내고 있던 인간 세상 또한 무너질 위기에 처하죠. 

작품 중반까지는 회관으로 향하는 무한과 소흑의 동행과 소흑의 정신적인 성장이 묘한 로드 무비 분위기를 내며 이어지고 후반부에는 풍식의 계획에 맞서려는 이들의 모습이 꽤나 스케일 큰 액션씬과 함께 그려지는데요, 장르가 판타지이면서 동시에 무협지의 성격도 띠기 때문에 액션씬이 상당히 독특합니다. 개인적으로 영화 ‘전우치'가 떠오르더군요.  


주제도 좋았고 그 주제를 적절히 풀어내어 생각할 거리를 안겨주는 이야기 진행 방식도 좋았지만 이 작품은 영상미가 정말 좋습니다. 바다를 건너 회관으로 향하는 무한과 소흑의 여행 장면들은 전부 사진으로 만들어 걸어 두고 싶을 정도로 아름다운데요, 판타지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에 걸맞은 환상적인 이미지들의 향연입니다. 우선 색감이 굉장히 청명합니다. 그리고 캐릭터 디자인이 개성적인 편인데 작품 속 색감과 분위기에 너무나 어울리므로 보기에 편안합니다. 물론 함께 들리는 연주곡들 또한 좋아요. 무협지에 나올 법한 피리 소리나 얼후(해금과 비슷한 생김새의 현악기) 소리가 은은하게 울려 퍼지고요, 성우들의 목소리도 매력적이라 그냥 계속 틀어 두는 용도의 작품으로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중국어의 울림을 좋아하는 편인데 이 작품 속 무한의 무심한 듯 부드러운 목소리 톤이 아주 근사하더군요.  



독특하고 환상적인 영상미에 은근하게 다가오는 주제 의식, 성우들의 듣기 좋은 목소리까지 여러모로 매력적인 애니메이션입니다. 초반의 드넓은 바다는 그야말로 시원하고요, 나무 냄새가 여기까지 나는 듯한 숲 속 장면들도 신비로우면서 쾌적하니까요, 분명 보면 기분이 좋아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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