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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생적 오지라퍼 Jun 19. 2024

늙은 과학 교사의 수업 이야기49

현미경으로 세상을 관찰한다.

2학년은 다음 주 금요일부터 시작하는 기말고사 준비에 바쁘다.

교사인 나의 마음만 바쁜 것인지 학생들도 바쁘게 시험을 준비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그래도 1주일 내내 시험공부만 하는 것을 지겹고 힘들어하는지라

기말고사 후 배워야 할 생명과학 부분의 기초 현미경 실험을 시작했다.

현미경의 구조와 명칭을 익히고

초점 맞추기와 상 찾는 방법은 유튜브로 듣고

나는 주의해야 할 점과 배율에 대해 설명한 후

2인 1조로 전문가가 만들어 놓은 영구프레파라트로 현미경 관찰 입문 시간을 가졌다.


학생들이 현미경 수업을 처음으로 하면 하는 말의 순서가 정해져있다.

일단 첫 번째는 “아무것도 안보여요.” 이다.

전원장치를 안키거나 전원장치에서 빛이 들어가는 구멍을 막거나

프레파라트의 아무것도 없는 부분을 본다거나 그 원인은 여러 가지이다.

다음 두 번째 단계는 “ 자꾸 내 속눈썹이 보여요. 머리카락이 보여요” 등이다.

초점을 못 맞추니 자꾸 내 눈썹이나 머리카락 부분만 보이게 된다.

세 번째 단계쯤이 되면 이제 하나 둘씩 제대로 무언가가 보이는 학생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오호 하는 감탄사가 나온다.

오늘은 주로 식물의 여러 부분을 관찰하였는데

어느 것은 붉게 염색한 것, 어느 것은 파랗게 염색한 것등 다양한 것이 있어서 더욱 놀라워했다.

이렇게 각각 다른 프레파라트로 연습을 하고나면 그 결과를 공유해서 보여주는 일이 필요하다.

일단 현미경으로 최대한 상이 세밀하게 잘 보이게 맞추었다고 생각하면

손을 들어서 나에게 수준을 확인 받은 후(A, B, C 단계를 알려준다.)

태블릿으로 연사를 찍어 가장 선명하게 잘 나온 사진을

샘플명과 배율과 함께 띵커벨이라고 하는 공유 플랫폼에 올린다.

그러면 2학년 전체의 현미경 관찰 사진을 모두가 볼수 있게 되고

우수작이 누구인지, 왜 우수작인지를 분명하게 학생들도 알 수 있게 된다.

평가의 투명성과 신뢰도를 얻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오늘부터 다음주까지는 주 1회 연습이고

시험이 끝나고 나면 2번 정도 더 연습의 기회를 준 후

현미경 관찰 수행평가를 진행하겠다고 예고하였다.

수행 평가 주제는 식물의 기공 관찰과 혈액 관찰이다.

물론 수행평가 전 1주일은 점심시간에 과학실을 오픈하여 개인 연습할 기회를 제공하려 한다.

다음 주는 자신이 프레파라트를 만들어서 관찰하는 것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다.

지금 잘 안된다고 자신의 똥손을 탓할 필요는 없다.

공부를 많이 하면 시험을 잘보고, 연습을 많이 하면 실력이 늘게 되는 것은 만고의 진리이다.

오늘 첫 관찰인데도 생각보다 잘 한 학생들이 많았고 다들 열심히 참여해주어서 신이 난 하루였다.

나는 수업이 생각대로 잘 구현되고 학생들이 재미있어해야 신이 나는 스타일이다.

위 사진은 소나무 줄기로 만든 샘플을 100배 확대한 배율로 관찰한 결과 사진이다.

첫 시간에 이정도면 훌륭하다.

이 재미있는 수업을 할 시간이 나에게는 이제 6개월 정도만 남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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