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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생적 오지라퍼 Jun 20. 2024

늙지않은 혼밥요리사의 비밀 레시피 56

당신의 소울 푸드는 무엇인가요?

거의 10일 정도만에 아들이 집에서 저녁을 먹는다.

출장에 개인적인 휴가일정까지 더해져서 10일만에 집에 온 것이다.

나보다 더 좋아하는 것은 고양이이고 이제야 냉장고가 비워지는 것 같다. 

무엇을 좋아라할지 몰라 일단 있는대로 상을 차린다.

외식에서는 먹기 힘든 반찬들로만 골랐다.

오이지무침, 깻잎찜, 고구마순김치, 애호박과 양파볶음, 생선조림 그리고 호박잎쌈과 강된장이다.

나는 물을 말아서 반찬이랑 먹었는데, 아들의 픽은 호박잎쌈과 강된장이었다. 

후식인 수박까지 잘먹는 아들 녀석을 보는 일은 즐겁다.

마음에 드는 반찬이 있다니 얼마나 다행인가.

설거지 하는 손길도 신이 났고 음식물 쓰레기 버리러 나갔다 오는 걸음도 가벼웠다.


10여년 전 아들 녀석은 미국에서 2년간 교환학생을 했었다.

아마도 그에게는 여러모로 최고의 시간이었을 것이다. (엄마의 잔소리를 안듣는 것만으로도 최고였으리라)

어떻게 해먹고 살았는지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아마 사먹고 다녔을거다. 

가장 싼 멕시코 음식이랑 중국 음식류를 주로 먹었으리라 짐작했다.

그런데 어느날 생뚱맞게 톡으로 강된장 만드는 법을 알려달라 했었다.

갑자기 강된장이 너무 먹고 싶다고, 여기 한인 마트에서는 안파는 것 같다고

이런 적이 없었는데 웬일일까 싶어 걱정도 되고 신기하기도 하여서

꽤나 자세히 레시피를 적어보냈었다.

그것을 보고 강된장을 만들어 먹었었는데 맛있었다는 후일담을 들었다.

그리고는 딱 한번 미국에 건너가 아들을 만났는데

밥 먹으러 가자하더니 순두부와 LA 갈비가 유명한 한식집으로 들어갔었다.

밥 두 그릇을 순삭하는 아들을 보니 살짝 눈물도 났었던 것 같다.

빠듯하게 보내주는 용돈으로는 맛난 것을 먹고 다니기 힘들었을 것이다.

넉넉하지는 않지만 입맛은 고급인 녀석(그게 참 의문이다. 타고난 입맛이라는 것이 있나보다.)이 

대충 먹고 지내느라 살이 빠져서 외모가 보기에는 좋았지만 마음은 편치 않았다.


오늘 강된장을 푹 떠서 호박잎쌈밥을 먹는 아들을 보니 문득 그때 생각이 났다. 

슬며시 물어보았다.

그때 강된장 만드는 법 물어본 기억 나냐고

난다했다.

왜 갑자기 강된장이 먹고 싶었냐고 물었더니 속이 메슥거려서 생각이 나더란다.

아마도 컨디션이 나쁘고 기력이 없었을 때였나보다.

짭짤한 음식을 먹으면 메슥거리는 것이 없어질 것 같았다 했다.

아들 녀석에게는 강된장이 그 음식이었었나보다.

다들 그렇게 힘들 때 생각나는 음식이 있다. 

우리는 그것을 소울 푸드라고 부르는 것일게다. 

나의 소울 푸드는 무엇일까? 생각 좀 해봐야 겠다. 너무 많아서 고를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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