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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생적 오지라퍼 Jun 21. 2024

패션이야기 여섯 번째

치마냐 바지냐

더위를 별로 타지 않는 내가 조금 덥네라고 느낄 정도이니 이제 본격적인 여름이다.

여름 옷은 시원한 것이 최고이지만 이제 짧은 반바지는 더 이상 입기가 민망할 나이가 되었다.

몸이 통통했을때도 다리는 날씬한 편이라서(상체비만이다. 태생적으로)

여름에는 반바지를 즐겨 입었었다.

치마는 어렸을때부터도 즐겨 입지 않았었다.

내가 즐겨입지 않았다기 보다도 우리 엄마의 취향이었다고 할 수 있다.

아니다. 친정 아버지의 취향이었을 수도 있다.

집에서 긴 드레스 형태의 실내복이나 치마로 바닥을 쓸고 다니는 것을 딱 질색하셨었다.

결혼후 시댁에서 살 때 홈 드레스 형태의 실내복을 입지 않았더니

수준이 낮은 친정 취급을 해서 기분 나빴던 일도 있었다.

옷은 부를 상징하고자 입는 것이 분명 아닌데

옷으로 무시를 당하는 일이 가끔 있기도 하다.


나는 치마가 그다지 어울려 보이는 스타일이 아니다.

어려서부터도 인형 놀이, 공주 놀이보다 자전거 타기, 공기 놀이, 피구 놀이등을 즐겨했던

나의 취향을 보면 알 수 있다.

교사가 되고서는 과학실험을 하는 날은 어떤 변수가 생길지 알 수 없으니

치마나 레이스 달린 우아한 옷을 입고 가기는 힘들었다.

치마는 여름용 원피스 몇 번, 그리고 기분 전환이 꼭 필요하거나 중요 행사가 있는 날 몇 번 입는 정도였다.

이번 주 더워진 날씨에 맞추어 치마를 이틀 연속 입고 출근했더니

아이들이랑 동료 선생님들이 눈을 동그랗게 뜬다.

그리고 오늘 착장이 멋지다고 칭찬도 들었다.


어제는 흰 마 셔츠에 파란색 바다 느낌의 체크무늬 긴 치마를

오늘은 갈색 체크무늬 나시 원피스에 어제 그 흰 마 셔츠를 겹쳐 있었다.

나는 옷 하나를 가지고 같이 입는 옷을 다르게 하여 새로운 느낌을 주는 것을 좋아한다.

또 레이어드룩으로 다른 옷처럼 보이게 하는 방법도 가끔 쓴다.

그러니 내가 옷이 아주 많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가끔 있는데

사실은 아래 위 매칭을 다르게 하는 것 뿐이다.

그리고 기본 색조를 맞추면 새로운 기분이 들곤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흰 옷과 검은 옷이 꼭 필요하다.

흰 옷과 검은 옷을 기본으로 하고 돌려막기 중인 셈인데 활용성이 갑이다.


그런데 이제 나이가 들면서 흰 옷이 조금씩 부담스럽기 시작한다.

자꾸 먹으면서 뭐를 흘리게 된다.

입이 이상한 것인지 손에 힘이 없는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뭐를 먹었는지 그렇게 표시를 낸다.

심지어 흰 옷에 빨간 김치를 떨어트리고서 그것도 금방 눈치채지 못하고

얼마 지나고서야 알게 되어서 멘탈이 붕괴된 적도 있었다.

그러니 흰 옷을 입은 날 빨간 음식을 먹는 것은 주저하게 되고

자꾸 옷에 떨어트릴까 신경을 쓰다보니 음식맛을 못 즐기게 되고

한 가지가 바뀌면 모든 것이 덩달아 바뀌는 나비효과가 여기서도 나타난다.


다음 주부터는 장마가 예고되어 있다.

비가 오는 날에도 치마가 더 편했던 것 같다.

바지는 걸으면 빗방울이 바지 뒤쪽에 튀게 되니 말이다.

한 여름을 느끼는 방법 중 한가지. 나에게는 치마 입기이다.

아참 내가 즐겨하는 치마 바지 형태는 장마에도 거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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