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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생적 오지라퍼 Jun 22. 2024

서울 골목 투어 열번째

서대문역 주변의 오르막길과 내리막길

서울시교육청은 서대문역에서 언덕 하나를 올라가는 곳에 위치한다.(숨이 가빠질만하면 나타난다.)

가끔 교육청 출장이나 그 인근 학교 출장을 가면 교육청 근처에서 구경할 것들이 있다.

일단 교육청을 조금 더 지나면 언덕의 정점쯤에 옛날 기상청 건물이 있다.

지금의 일기 예보를 담당하는 기관이 예전에는 이곳에 있었던 곳이다.

이제는 리모델링을 하여 시민대학으로도 사용하고 국립기상박물관의 역할을 한다.

그곳의 벚나무와 단풍나무들은 아직도 남아서 서울 날씨 예측의 지표가 되고 있다.

서울의 벚꽃 개화와 단풍 시기를 그 나무들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그 옆으로는 공원도 홍난파가옥도 있어서 날이 좋은 날 산책코스로 딱이다.

단 경사도는 조금 있다.


출장을 마치고 나면 서대문역쪽으로 내려오다 보면 돈화문박물관마을이 있다.

체험프로그램도 있고 전시관도 잘 정비되어 있는 레트로 느낌의 볼거리이다.

그곳에 수직으로 길게 식물을 키우는 외벽 공간이 있었는데 이제는 없다.

새로운 시도는 멋있고 창의적이나 업무 담당자의 수고와 역경을 의미한다.

더 아래쪽으로 내려오면 농업 박물관이 있는데 박물관 앞의 식물 재배 공간이 내 눈높이에는 더 좋다.

물론 이제는 시대의 변화와 맞추어 스마트팜도 만들어 두었다.

한참 내려와 길건너에 있는 독도체험관은 꽤 오래전부터 독도의 영상을 VR로 체험할 수 있는 앞서가는 체험관이었다.

이 전시관과 체험관들은 미래학교 창덕여중에 있었을 때 지역사회를 알아보는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1학년 자유학기제를 활용하여 방문 수업을 했던 곳들이다.

시내 중심가에 이런 멋진 곳들이 있다는 것과 블록타임 수업 시간으로 그곳들을 체험할 수 있었다는 것은

그 학교 재학생들만이 누렸던 큰 행운이었음을 알까 모르겠다.

공간과 위치와 새로운 발상이 시너지 효과를 냈던 기억이 아름답다.


서대문역에서 시청역으로 내려가는 덕수궁 가는 길에는 멋진 곳과 추억이 함께 존재한다.

맛났던 순대국집은 감자탕집으로 변하였지만

추어탕집도 오징어볶음집도 원두커피집도 샐러드카페도 여전하고

미술관과 그 길 건너 어느 음악가의 추모비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고종황제의 길쪽을 걸어보면 또다른 덕수궁 뒤편의 다른 이야기가 보이기도 하고

숨겨진 덕수궁 뒤편의 소소한 스팟이 눈에 뛰기도 한다.


그렇다. 차를 가지고 지나가면 절대 알 수 없는 이야기들이

천천이 걸어가면 보이고 들리고 느껴진다.

바로 그 점이 내가 골목 투어를 하는 이유일게다.

그런데 젊은 때는 그럴 시간과 여유와 마음가짐이 안 생기는 것이 맞다.

아들 녀석이 아주 어렸을때는 유모차를 밀면서 산책을 했던 것도 같으나(쉽게 재우기 위한 빌드업이었다.)

그 이후로는 빨리 퇴근해서 어린 아들 녀석 밥도 줘야했고

숙제도 봐주어야 했고(무슨 숙제는 그리 많은지, 나는 절대 숙제를 내지 않는 교사였다.)

해도 해도 끝이없는 가사 노동에 시달려서 도저히 산책 같은 것은 시도할 엄두가 나지 않았었다.

지난 수요일, 올해 가장 더웠던 날의 서대문역 인근의 출장 뒤 산책은 더웠지만 행복했다.

공간이 주는 배움 또한 기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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