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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생적 오지라퍼 Jun 28. 2024

서울 골목 투어 열두번째

나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부암동 언덕길 투어

기말고사 기간 중 하루는 전체 교사가 문화체험활동을 한다.

지역사회 상권도, 예술계도, 그리고 우리의 눈도 호강과 휴식이 가끔은 필요하다.

코로나 19 이후 중단되었다가 이제서야 학교에서의 단체 활동이 다시 시작되고 있다.

오늘은 자하문로 탐방길이다.

목적지는 서울미술관과 석파정인데

나는 조금 일찍 도착하여 주변 이곳 저곳을 돌아보았다.

맞은편인 환기미술관도 가보고(현재 수리중인지 공개를 하지 않더라)

이름 몰랐던 작은 화랑에서의 숲 그림 전시회도 보고

주변에 늘어진 능소화와 도라지꽃도 눈에 담고

자하문로 언덕길을 살살 걸으면서 정취를 느꼈다.


1년전 여름, 친한 후배와 함께 이 길을 걸었었다.

작은 규모의 맛집들이 줄 서 있고 곳곳에 전시장과 카페들이 산을 볼수 있는 위치에 놓여있는 부암동 골목.

강을 바라보거나 바다를 바라보게 만들어진 공간들을 많다.

그러나 오롯이 산을 바라보게 구성되어 있는 공간들은 그리 많지 않다.

부암동은 공간의 오브제가 사방에 보이는 산이다.

그래서인지 편안함과 따뜻함을 가져다 준다.

구석 구석 언덕길을 살펴보고 창의문을 한바퀴 돌고 인증샷을 남기고

버터 냄새 진한 스콘빵과 커피를 나누어 마셨던

그 날의 좋았던 기억이 흑백영화처럼 스쳐간다.

아마 후배도 기억하고 있을것이다.


혼자만의 골목 탐방을 마치고 오늘의 목적지 서울 미술관 입구에서 다달아서 나는 잠시 울컥했다.

요새 너무 자주 울컥울컥한다.

전시 제목이 나를 심쿵하게 했다.

<나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원고지 그림 바탕에 몇 칸씩 띄어서 한 글자씩 쓰여있는 전시 제목글.

누구에겐가 나의 생존과 존재를 알리고 싶은 그런 때를 나타낸 글이다.

아직 내가 살아내고 있다. 지쳤지만 버티고 있다.

그런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듯이 보였기 때문에 나를 잠시 멈추게 했을게다.

서울 미술관 전시물 보다 더 멋진 것은 항상 그랬듯이 석파정과 그 주위의 자연이었다.


나는 혼밥을 싫어하지만 혼자하는 산책은 좋아라 한다.

누구와 걸음 속도를 맞추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산책을 하게 되면(같이 걸어주는 사람에 무한 댕큐이지만)

주변의 볼거리를 놓치는 경우가 간다.

혼자 오롯이 걸으면서 숲과의 대화 하는 시간이 소중했고

오늘 나는 자하문 거리라는 수채화에 세 번째 덧칠을 한 셈이었다.

복작거리는 수다도 즐겁지만

가끔은 혼자 이렇게 걸으면서 새소리와 바람소리를 들어보는 것도 참 좋다. 

그 새소리와 바람소리를 담은 릴스를 만들었으나 제대로 담기지는 않았다.


오늘, 날은 꽤 더웠고(땀이 조금 났다. 그러나 내일부터 장마라니 더위가 곧 그리워질것이다.)

발가락은 꼬물거리느라 빳빳해졌지만(마그네슘을 먹을 때가 되었나보다. 또 발가락 쥐가 났다.)

1년에 한 번 먹는 맛집에서 스콘도 샀고

아파트 커뮤니티센터의 이번 달 무료 음료 아이스커피도 받았으니

이제 그것들로 우아하게 저녁만 먹으면 되겠다.

이렇게 또 하루가 지나간다.

나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당신도 물론 잘 지내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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