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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생적 오지라퍼 Jun 30. 2024

서울 골목 투어 열세번째

                  한강진역에서 녹사평역까지

염색은 와우산로에서 이루어졌다.

홍대입구와 합정역, 상수역으로 삼각형을 그린다면 그 무게중심쯤에 위치한다.

염색을 같이 한 친구는 초등학교 동창이다.

그러나 사실 초등학교때는 같은 반인 적도 없었고 그러므로 친하지도 않아서 서로의 존재만 알고 있었었다.

본격적으로 친하게 된 것은 미래학교 근무할때이다.

학교를 옮겨서 가보니 거기 그 친구가 먼저 와 있었다.

학연, 지연이 그래서 무서운 것일까?

우리는 금방 친해졌다.


이제는 두 달 정도에 한번씩 염색을 하러 가는 날 만나서 함께 맛난 것도 먹고 주변을 둘러보기도 한다.

머리를 마치고는 주변의 맛집을 찾아나섰다.

미슐랭에 선정된 뉴욕에서 먼저 시작된 돼지국밥집이라니 얼마나 신선한가?

더위에 걷는 것쯤은 기꺼이 참을 수 있었는데

아뿔싸 식사인원 10명 정도의 작은 식당에 12시가 조금 넘었는데 웨이팅이 54번이었다.

돼지국밥계의 오마카세인 듯 했다. 

우리가 돼지국밥 식당이라고 너무 무시했었나보다.

8월말 다음 염색때는 미리 가서 웨이팅을 걸어두리라 기약하며

근처 쌈밥 제육볶음 쌈밥을 먹었다. 참나물 무침이 맛있었다.


그리고는 고민 끝에 곧 끝나는 전시를 보러 이태원쪽 미술관을 방문했다.

요즈음의 전시는 순수 미술보다는 과학적인 내용을 바탕으로 한 미디어 아트 등의 전시가 더 많아지는 경향이 있던데 오늘 전시도 융합적인 아이디어였다. 

소리, 빛, 밀도 등이 조화를 이룬 동적인 전시였고 주말이라 관람객도 많았다.

전시도 보고 미술관의 멋진 공간도 보고 기념품샵의 아이디어도 보고 

오랜만에 한강진역에서 녹사평역까지 걸으면서(덥기는 했지만 비 오기전의 바람이 조금은 있었다.) 

거의 1년만에 그 거리를 즐기는 시간이 참 좋았다.

한참 전 이곳에서 부장연수를 했던 기억, 

학생들과 이슬람 사원을 왔던 기억, 

요르단 음식을 처음으로 먹어보던 그 날, 

케밥과 신기한 아이스크림을 먹어보던 그 날, 

그리고 멋진 옷과 가방이 많이 있던 이태원 지하상가를 다시 지나가면서 

그 날의 추억을 함께 이야기하는 시간이 좋았다.

서로가 아직은 치매가 아님을 확인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그리고는 너무도 가슴 아픈 그곳, 

아직도 믿어지지 않는 그 사고의 공간을 추모하면서 오늘의 골목 투어를 마쳤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그날의 아픔이 전해진다.

주변의 누군가를 잃는 일. 

그것이 오래전부터 예측되어 왔을지라도 힘든데

갑작스런 말도 안 되는 사고일 경우 

남은 자들이 그 이별을 감당해내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세상에 아름다운 이별이란 없다. 

아프고 아리고 속이 썩어 문드러지고 미칠 것 같을 뿐.

그리고 하루에 백만분의 1씩만 나아질뿐. 나아지면 다행이다. 

어느날은 나빠져서 깊은 늪에 빠져 허우적 거리기도 한다.


오늘 골목 탐방의 마지막은 녹사평역 앞에서 남산뷰 바라보기이다.

남산을 바라보면 아픈 속을 다스리는데 조금은 효과가 있다. 

(물론 나에게만 해당되는 효과이다. 각자 치유법은 다 다르다.)

사실은 저 앞에 보이는 육교 위에서 찍어야 남산타워가 더 멋지나 

그곳까지 올라가기에는 이미 기력이 떨어졌고 

우리는 2달 뒤 다시 만날 염색날을 기약하며 오늘의 즐거운 투어를 마쳤다.

걸어가야 할 곳은 많고 걸을 수 있는 날은 점점 적어질 것이나 함께 되는대로 걸어보기로 한다.

친구가 좋은 이유이다.

발가락 꼬임은 전해질 부족인 듯 하여 물을 많이 먹기로 한다.

친구가 알려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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