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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 고양이 Nov 20. 2023

행복한 브런치

봄을 시기하는 겨울의 찬 기운이 몸을 잔뜩 움츠러들게 했다.

동네 작은 한옥 카페에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 

찬바람에도 앙상한 가지마다 작고 하얀 꽃망울이 알알이 맺힌 모습에 발걸음이 멈췄다. 

‘소리 없이 행복이 찾아와 앉았네.’

입구에 들어서자 벌써 작은 웃음소리가 카페 안을 흘렀다. 

시간이 주는 여유로움과 커피의 묵직한 향이 진동하는 것도 좋지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어

그저 행복한 시간이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은 각자의 속도대로 걷기도, 달리기도 하며 결과를 만들어 냈고 그 안에 말 못 할 수많은 노고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들에 비친 내가 보였다.  

나 역시 다시 글을 쓸 수 있을까? 잘 쓸 수 있을까? 


낭만 살롱에서 글쓰기 모임을 시작한 지 6개월, 일기와 에세이를 매주 쓰고 있지만 왠지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고 있는 듯 불편함과 익숙함이라는 알 수 없는 감정이 뒤섞여 있었다.      

친구들과 헤어져 차를 타고 시동을 걸었는데 핸드폰이 진동하며 종 모양의 메시지가 떴다. 

언뜻 이런 메시지를 본 것 같다. '브런치가 작가가 되신 것을 축하합니다.'

본 것 같다는 것은 다시 보기가 안 되었기에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일주일쯤 뒤에 발표가 있을 거라 들었는데 어제 신청한 결과가 벌써 왔을 리가 없다.

‘내가 잘못 봤겠지.’           


집에 도착하니 할 일이 가득했다. 아침에 설치해 놓은 러닝머신은 문제없나 확인해야 하고 강아지 산책하고 밥 먹이고 집 청소까지.

사실 머릿속은 메시지를 확인해 보고 싶은 생각뿐이었지만 꾹꾹 눌렀다. 

이것부터 본다고 안 된 게 될 것도 아니고 된 게 안 될 것도 아니었다. 


그렇게 모든 일을 마치고 편한 마음으로 노트북을 켜서 브런치 사이트에 접속했고 메일도 확인했다. 

브런치 작가가 됐다.      

좋은 일은 나누고 싶은 나는 자동으로 까미를 있는 힘껏 불렀다. 

“까미 덕분에 엄마 작가 됐어.”      

작가라는 말이 낯선 것도 아닌데 입에서 툭 튀어나온 이 단어가 목에 걸린 듯 안 넘어갔다.      


그리고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목소리가 전화받을 수 없는 느낌이다. 

갑자기 울컥했다. “자기야... 작가... 됐대.”

울먹이는 목소리에 놀란 남편은 천천히 다시 말하라고 재촉했다.      


인생에 크고 작은 성공은 없다. 

단지 내가 어떻게 느끼느냐에 따라 그 크기와 무게가 정해지는 것일 뿐.     

다시 글을 써도 될까. 잘 쓸 수 있을까. 많은 물음표에 다시 해보라고 누군가 어깨를 두드리는 것 같았다.  

마른 나뭇가지에도 때가 되면 꽃봉오리가 올라오는 것처럼 내 얼굴에도 어느새 환한 행복이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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