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엽 패스트벤처스 심사역
많은 사람들이 교육업을 논할 때(특히 중/고등학교의 입시교육) ‘앞으로 Q의 감소가 명확한 시장’ 이라는 말씀을 하십니다. 제가 태어났을 때인 30년 전만 하더라도 73만 명이었던 출생아 수가, 현재인 22년에는 24만 명으로 1/3 수준으로 줄었기 때문입니다. 단순 계산으로 P를 3배 높여야 동일한 시장 규모가 산출되니, 시장의 매력도 측면에서 돌파구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이런 점에서 교육 업계에서는 크게 3가지 분류로 스타트업들이 생기는 것 같고, 각각의 매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P를 압도적으로 증가시킨다. 강남의 시대인재 등의 학원은 재종반 수업료로 월에 150~300만 원을 수취한다고 합니다. 그 결과 오프라인 학원인 시대인재의 2021년 연매출은 2,000억 원에 달합니다. → 저희 패스트벤처스에서 여전히 관심있는 분야입니다.
연령대, 과목 등의 범위를 늘린다. 메가스터디의 엘리하이(아이들 교육으로 연령대 확장), 코드스테이츠 등의 코딩 교육(신규 과목), 패스트캠퍼스 등의 성인교육 등에 해당합니다.
기술로 교육을 혁신한다. 뤼이드, 메스프레소 등으로 대표되며, 매출액이 높지는 않지만 엄청난 트래픽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투자한 팀닷츠는 이 중에서 2번에 해당되는 팀이었습니다. 팀닷츠는 ‘초등학생 아이들’에게 ‘창의교육 콘텐츠’를 ‘VOD로 제공’하는 회사입니다.
매년 3월 개학 시즌이면 여지없이 돌아오는 이벤트가 있습니다. 바로 ‘장래희망 조사’ 입니다. 여기에 두 가지 재미있는 포인트가 있는데, 우선 아이들의 장래희망이 소위 말하는 학벌과는 관련없는 것들로 가고있다는 점입니다. 유튜브 크리에이터, 네일아트 관리사 등의 장래희망은 다음 세대 아이들의 니즈가 우리와는 다를 것을 암시합니다.
특이한 점은 학부모가 원하는 아이의 장래희망이 예전처럼 판/검사, 의사 등이 아닌, “우리 아이가 원하는 것”으로 바뀌었다는 점입니다. 아이들의 행복을 바라보는 부모의 가치관이 바뀌고, 이를 지지한다는 것입니다. 즉 저희는 이러한 포인트들이 “미래 교육에는 고객이 원하는 것이 바뀔 것이고, 그것을 제공한다면 부모는 기꺼이 거기에 돈을 지불할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단순한 아이디어로는, ‘유튜브 크리에이터 되는 법’, ‘네일아트 하는 법’, ‘이모티콘 만드는 법’, ‘마인크래프트 잘하는 법’ 등의 콘텐츠가 떠오르는데요. 원할 법한 콘텐츠는 많이 떠오르는 반면, 이런 콘텐츠를 잘 제공해주는 플랫폼은 막상 떠오르지가 않습니다. 대안으로 유튜브 키즈 등이 있지만, 콘텐츠가 산발적이고 정제되지 않아서, 교육 플랫폼이라기 보다는 킬링타임용 콘텐츠 플랫폼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또한 ‘특이한 교육이네’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창의력/사고력 교육의 관점에서 조금 더 확장해보면, 기존의 국영수 주요과목 교육도 바뀔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대학 입시에서 수능/내신의 중요도가 떨어지거나, 어쩌면 대입 자체가 중요하지 않은 세상이 오면, 지금의 주입식/문제풀이 위주의 교육도 바뀔 것이기 때문입니다. 같은 인수분해를 가르치더라도 인수분해 공식 10개를 가르치는 것이 아닌, 그 원리와 탄생배경 그리고 이해를 바탕으로 한 응용이 더 중요해지는 시대가 오지 않을까요?
저희는 이러한 점에서 미래 교육을 위한 창의교육 플랫폼은 꼭 필요하다는 김소리 대표님의 말씀에 공감했습니다.
새로운 교육을 온라인으로 제공하고자 할 때, 콘텐츠를 전달하는 방식이 두 가지가 있을 것 같습니다. VOD(팀닷츠)와 LIVE 입니다. 그래서 저희 입장에서도 다음의 고민이 필요했습니다. ‘미국의 Outschool 이라는 회사(LIVE 방식)가 빠르게 유니콘이 되면서 성장했지만, 우리나라에서도 가능할까?’
저의 생각에는 LIVE 수업은 아래 세 포인트가 중요해 보였지만, 확신을 얻지 못했습니다.
학생 당 구매객단가 : 시리즈 물로 구매하는 것이 아닌, 회당/시간 당 1~2 회 결제 방식이 많아, 재구매율이 엄청 높아지지 않으면 학생 당 구매객단가가 높아지기 어려움.
교사 수 : 미국(Outschool)과 달리 한국은 양질의 교사를 충분히 수급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1,000~5,000명이 아닌 10,000~50,000명까지 가능할까) 또한 회사가 엄청 커지더라도 매출액 대비 비례하여 지급수수료가 증가하는 구조도 걸리는 부분임.
교사 당 학생 수 : 초등학생은 중,고등학생과는 달리 대규모 수업이 쉽지 않음. 학생 개개인의 집중력과 습득력이 낮기 때문에 교사의 개입도가 높아지고, 이는 결국 교사 당 학생 수의 상방이 막혀있음을 의미함.
반대로 VOD 수업 역시 어려운 부분이 있었습니다. ‘콘텐츠를 잘(타율), 효율적으로(비용, 시간) 만들 수 있을까?’, ‘일방향으로 정보 전달만 하는 콘텐츠가 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등이 그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소리 대표님께서 이 업을 콘텐츠 업으로 정의하시고 VOD 수업을 주장하시는 것에 공감했습니다. 플랫폼이 더 커지고 시장이 열리면, 대박 콘텐츠 - 10억, 어쩌면 50억 짜리 콘텐츠가 충분히 나올 수 있어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금은 “VOD 콘텐츠를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제작할 수 있는가에 대해 시스템을 만드는 중”이고, “양질의 콘텐츠에는 다소 고가여도 부모님이 비용을 지불할 것이다”의 가설을 테스트하는 중입니다.
업의 정의를 콘텐츠 업으로 정의한다면 콘텐츠를 잘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고, 김소리 대표님은 이 부분에서 매우 매력적이신 분이었습니다.
아이들 교육에서의 좋은 컨텐츠의 엣지는 1) 커리큘럼과, 2) 아이들이 좋아하는 디테일(쉬운 이해, 흥미적 요소, 눈에 보이는 결과물) 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부분에서 김소리 대표님은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중이시던 시절부터 깊게 고민하고 계셨고, 클래스 101 키즈팀 MD 로 재직하시면서 결과로 보여준 부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좋은 회사로 성장하려면 훌륭한 분들을 계속 모셔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콘텐츠 부분에서 역량있는 사람들을 모셔오고 계셨고 앞으로도 그러실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https://brunch.co.kr/@fastventures/10
박인엽 심사역의 팀닷츠 투자 당시를 회고한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