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수발 3년에 효자 없다’라는 옛 속담이 있습니다. 과거 대가족사회일 때는 부모가 자녀를 경제적으로 뒷바라지하고, 자녀가 성장해 나이 든 부모를 다시 부양하는 구조가 대부분이었는데요.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죠. 저출산 및 기대수명의 증가로 노인 부양 문제가 심각한 사회 이슈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고령화 시대를 맞아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가정도 늘고 있는데요.
예나 지금이나, 나이가 들면 누구나 좋은 시설에서 부모님을 모시고 싶은 마음은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만만치 않은 비용이 발목을 잡게 되죠. 병든 부모님이나 가족을 집에서 모시는 사람들도 늘고 있지만, 말처럼 결코 쉬운 일이 아닌데요. 고령화 사회가 빨라지고 있다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흐름입니다. 2025년이면 대한민국은 국민 다섯 명 중 한 명이 65세 이상 노령 인구인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게 됩니다.
노인 인구가 급증하면서 '가족 돌봄 문제'도 수면 위로 떠올랐죠. 정부는 지난 2008년 65세 이상 또는 65세 미만(노인성질환 대상자) 중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를 시행하고 있고요. 노인 요양 산업과 관련된 실버테크 기업도 최근 몇 년 새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어르신 돌봄 문제가 사회적 해결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국내 실버케어 기업들은 시니어 시장의 어떤 부분에 주목해 실버산업을 혁신하고 있는 걸까요? 오늘은 실버케어 산업 가운데서도 특히 B2B에 집중하며 요양 산업의 편리함을 돕는 'SaaS'를 만드는 한국시니어연구소 이진열 대표를 만나 국내 시니어 시장의 문제점과 요양 시장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 들어봤습니다.
-간병 스트레스의 원인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간병비’라고 하는데요. 오죽하면 ‘간병 파산’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오던데, 간병비가 어느 정도 수준이길래 그런가요?
"우선 '간병'과 '요양'을 구분해야 합니다. 사실 업계에서는 간병과 요양이 완벽하게 분리되어 있는데요. 이걸 섞어 쓰는 회사들 때문에 고객들이 헷갈려하는 것 같아요. 쉽게 말해 간병은 말 그대로 '병'을 케어하는 거고, 요양은 그 이후에 이겨내며 사는 것을 뜻해요. 간병서비스, 간병인은 병원에 입원해 계신 분들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를 말하고, 요양이 필요한 환자가 집에서 병원과 동일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받는 일을 '재가 요양'이라고 합니다. 또한 요양원 같은 시설에 입소하는 것을 '시설 요양'이라고 부르는데, 저희는 '재가(在家) 요양'에 집중하고 있는 기업이에요."
-간병비 부담이 심각한 상황이다 보니, 정부가 2008년부터 노인장기요양보험이라는 제도를 운영 중인데요. 실제적인 도움이 되고 있나요?
"네, 노인장기요양보험의 등장으로 어르신들이 요양비의 85% 이상을 국가가 지원해 주는 제도가 만들어졌습니다. 현재는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에 따라, 연 11조 원 정도의 시장이 형성되어 있고 이 중에 60%가 재가, 40%가 요양원 같은 시설로 구분되어 있어요. 엔드유저로 봤을 때는 85%의 어르신이 집에서 요양서비스를 받는 재가를 쓰고, 15% 정도가 요양원에 들어간다고 볼 수 있는데요. 한 명당 쓰는 수가, 그러니까 국가의 재원 비용이 요양원이 더 크다고 할 수 있죠."
-오호.. 왜 그런 현상이 일어나나요?
"기본적으로 어르신들이 집에서 살고 싶어 하는 니즈가 큽니다. 과거 어르신들만 봐도 시설에 가면 죽는다고 생각할 정도로 부정적이잖아요. 사람들은 노인이 되면 갑자기 무언가 달라진다고 생각하지만, 노인도 똑같이 한 명의 인간이에요. 내가 살고 싶은 곳에서 살고 싶은 대로 살고 싶은데, 나는 그냥 기능만 저하된 거거든요. 어느 누가 자신에게 기저귀를 채워놓고 구속하는 공간에 가고 싶겠어요. 그러다 보니, 재가가 훨씬 더 메이저 마켓으로 형성될 수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일본도 거의 비슷하고요."
*장기요양보험제도란?
고령이나 노인성 질병 등의 사유로 일상생활을 혼자서 수행하기 어려운 노인 등에게 신체활동 또는 가사활동 지원 등 의 장기요양급여를 제공해, 노후의 건강증진 및 생활안정을 도모하고 그 가족의 부담을 덜어줌으로써 국민의 삶의 질을 향 상하도록 함을 목적으로 시행하는 사회보험제도입니다.
*장기요양등급이란?
만 65세 이상의 어르신 중 심신의 허약으로 스스로 식사를 준비하거나 개인위생관리 등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어려운 경우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심사를 통해 경중의 정도를 등급화한 것이에요. 등급은 1~5등급까지이며 등급에 따라 받는 혜택이 달라요.
- 제가 알기로는 장기요양보험제도가 일본의 제도를 벤치마킹 했다고 하는데요. 그 전의 국내 상황은 어땠고 어쩌다 이 제도를 도입하게 된 건가요?
"원래 이 제도는 '양로'와 관련된 법령으로 되어 있었고, 양로원이 다 국가위주로 운영되고 있었어요. 고령화를 앞두고 국내에 장기요양보험제도를 도입하기 위해 일본의 '개호 보험제도'를 많이 학습했습니다. 개호보험과 장기요양보험제도의 핵심은 '재원은 국가가, 서비스는 민간이'라고 이해하면 돼요. 둘 다 국가가 하기 힘드니까 재원과 역할을 나눈 거죠."
-민간으로 요양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만 국내에 2만 개가 넘는다고 알고 있습니다. 많은 민간업체가 생길수록 경쟁으로 인해 서비스 퀄리티가 올라갈 것 같은데요. 실제를 보면 그것도 아닌 것 같아요.
"실제 한국에서는 '장기요양보험제도가 경쟁에 도움이 됐나?' 이 주제를 가지고 논문을 쓰기도 했어요. 그런데 이 문제는 서비스적인 측면과 행정적인 측면으로 나눠서 봐야 할 것 같아요. 국내 재가요양기관의 95% 이상은 개인사업자로, 다수의 영세 기관이 분포하고 있는 구조로 되어있습니다. 일본도 비슷해요. 중소형 지역의 플레이어가 요양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대기업인 a센터와 영세업체인 b센터가 있다고 합시다. 서비스 형태와 가격과 범위가 법적으로 공통이고, 요양보호사도 보통 전속이 아니라 다 돌고 돌아요. 그런데 고용돼 일하는 직영 센터장님은 못하는 걸 개인사업자는 다 할 수 있어요. a센터보다, 동네 어르신들 열댓 명 정도 케어하는 b센터가 더 잘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 거죠. 자발적으로 노인들에게 미리 가서 김장을 도와드린다던가, 집안일을 도와드린다던가 그런 소소한 부분들을 더 잘 챙겨드릴 수 있다는 건데요. 결국 수급자가 받는 고객 경험은 '휴먼터치'가 거의 대부분인데, 이 부분이 큰 경쟁력이 되는 거죠. 재가에서 봤을 때는 일반 개인사업자가 더 잘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 같아요."
-흠.. 대표님께서 계속해서 '휴먼터치'가 중요하다고 하시는데, 이 부분에 대해 구체적으로 더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재가요양서비스는 대표적으로 3가지가 있는데요.
①요양보호사가 집에 파견되는 ‘방문요양’
②어르신들 유치원이라고 할 수 있는 ‘주간보호’
③지정된 제품을 설치해 주는 등의 ‘복지용구’ 등이 대표적입니다.
어르신들을 케어하고, 안부 묻고, 상황 확인하는 기능을 이들에게 위임한 게 핵심이에요. 어르신들의 집 비밀번호를 다 알고 들어가서, 보호자의 역할을 대신해 주는 거거든요. 이런 부분은 휴먼터치가 거의 대부분이에요. 어르신 부축도 사람이, 말벗도 사람이, 일상생활 지원도 사람이 해야 하는 영역이에요. 주간보호는 오프라인 공간이지만 모시고 오는 것도 사람이 해야 되고요. 그나마 복지용구 등의 제품은 사람이 아니지만, 제품을 상담해 주고 소독해 주고 깔고 유지해 주는 것도 사람의 역할이에요. 이처럼 재가요양서비스의 대부분 고객경험이 휴먼터치에서 올 수밖에 없다 보니 그냥 더 잘해주면 좋은 거죠. 이런 측면에서는 엔드유저에 대한 뾰족함과 차별점을 만들기 힘든 시장이라고 볼 수도 있고요."
-말을 듣고 보니, 이 영역은 시장에서 돈을 벌 수 있는 한도가 정해져 있는 것 같아요. 민간 사업자들도 아무리 차별화 포인트를 준다 한들 벌 수 있는 총량이 정해져 있을 것 같은데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금 가장 힘주고 있는 영역은 SaaS와 복지용구 유통 두 가지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그 이유는, 방문 요양 서비스 자체의 경우에는 마진이 박하고 매출의 상한선이 정해져 있는 사업이거든요. 직영으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한들 시장의 1% 밖에 못 먹어요. 전국에 2만 개가 넘는 개인사업자, 센터들이 주는 고객경험을 절대 따라갈 수 없어요. 결론적으로 저희는 저희 솔루션을 사용하는 파트너 센터(개인 사업자)의 개수와 지역 커버리지가 목표예요.
복지용구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사람으로 사람을 케어하는 건 저희가 직접 못할 거 같은데, 제품으로 케어는 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일본에서 프리미엄 복지용구를 직접 수입해서 국내에 라이센스를 등록했죠. 저희가 등록한 제품은 정부에서 저희만 독점 유통을 할 수 있어요.
SaaS의 경우, 이게 사실 저희가 가장 하고 싶은 거예요. 직접 센터를 운영하는 것도 개인 사업자와 경쟁을 하려는 게 목적이 아니거든요. 개인 사업자가 성장할 수 있도록 저희는 소프트웨어를 만들어주고, 지원해 주고 성장을 돕게 하는 게 목표죠. 현재 건강보험공단은 장기요양서비스에 대한 API를 제공하고 있지 않은데, 저희는 직영 센터를 운영하면서 직접 건강보험공단 시스템과 양방향 연동된 소프트웨어 ‘하이케어’를 개발했어요. 하이케어를 통해 센터의 업무 효율화 및 자동화를 시켜 이익률을 높여주고, 전국 단위의 퍼포먼스 마케팅을 통해 각 센터에 신규 고객을 인입시켜주고자 합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한국시니어연구소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SaaS’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느낌이 드네요. 여기서 잠깐, 복지용구 사업과 관련해 조금 더 깊게 들어가 봅시다. 한국시니어연구소는 왜, 그리고 어떻게 프리미엄급 복지용구를 직접 독점 유통하게 된 건가요?
“재가요양 대상 노인들은 복지용구 구입, 렌탈 비용의 85% 이상을 국가로부터 지원받을 수 있어 복지용구는 실버 커머스의 핵심입니다. 그러나 현재 한국의 복지용구 시장은 단순한 기능 위주의 저품질 제품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었죠. 또 복지용구의 유지보수나 소독 환경도 수작업으로 진행되는 등 열악한 환경에 놓여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국내엔 뾰족한 USP를 갖춘 전동침대는 유통된 적이 없었는데요. 한국시니어연구소에서는 일본 최대 복지용구 브랜드 ‘프랑스베드’의 전동침대 2종을 독점 수입하여 국비지원 수가 등록을 완료했으며 월 1.4만 원에 렌탈 할 수 있게 됐습니다. 뿐만 아니라 박스 2개 + 매트리스로 모두 분리가 되는 구조로 되어 있어 침대를 통으로 배송하는 기존 제품과 달리 적은 인원으로, 빠르고 기민하게 배송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작년 1차 수입분은 국비지원등록 전에 이미 모두 렌탈/판매 되었고, 2차 수입분도 이미 예약하신 분들께 설치해드리고 있는데요. 특히 전동침대 설치를 해드리러 가면 휠체어나 이동식 변기, 안전손잡이와 같은 추가 제품도 함께 주문하시게 되어 고객의 LTV도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습니다.
올해 한국시니어연구소는 저희가 만들어온 소프트웨어들과 이런 독점 제품들을 통해 인력 파견 중심의 요양시장을 저희만의 방식으로 바꿔갈 예정입니다.”
-복지용구 커머스를 하려면 물건을 보관해 놓을 곳도 필요할 텐데요. 물류창고도 있나요?
“저희는 렌탈 베이스로 하다 보니까 창고에 제품 많이 쌓아두는 형태는 아니긴 해요. 물류창고 라기보다는 제품을 소독하는 소독창고가 있는데요. 경기도 광주에 위치해 있으며, 평수는 300평 정도 됩니다. 렌탈을 하다 보면 어르신들은 실제로 침실환경이 대부분의 생활공간이거든요. 그러다 보니 오염될 일이 많아요. 그런 것들을 케어하는 것들을 주로 하고 있죠.”
-다른 국내외 방문요양 서비스 스타트업들과 한국시니어연구소의 차별점은 무엇인가요?
"보통 그들은 직접 하고 있어요. 보통 사업 초기부터 지속적으로 자본 투입을 통해 여러 센터를 인수해 나가면서 고객 확보를 하고 있고요. 대부분 일본의 요양 시장 내에서 1위를 하고 있는 '니치이학관'이라는 회사를 벤치마킹해서 운영하고 있죠. 반대로 저희는 일본의 ‘SMS’ 그룹과 같은 소프트웨어 기업을 꿈꾸고 있어요. 핵심은 B2B인 거죠. 이 산업에 발 담고 있는 95%의 개인 사업자들의 디지털전환(DX)을 돕는 사업자가 되고 싶어요. 이를 위해 '스마일시니어'라는 직영 센터를 운영하고, 그들이 유통할 복지용구 제품을 대주고, 소프트웨어를 더욱 강화하는 거죠."
-한국시니어연구소의 타깃 유저는 누구입니까?
"우선 기본적으로 재가요양기관장님들이 주요 고객입니다. 보통 '플랫폼'이라 하면 양면 시장이라고 부르잖아요. 주로 B2B 사업자와 B2C 고객들을 연결하는 일을 하죠. 법적으로 요양보호사라고 하는 필드인력과 고객은 직거래할 수 없어요. 무조건 센터를 껴야 하죠. 그러다 보니 저희는 고객과 B2B 센터를 연결하는 일도 하지만, 결론적으로는 이들이 어떻게 하면 사업을 더 잘하게 할까 이거를 고민하는 게 저희의 본질입니다."
-수익모델은 어떻게 되나요?
“첫 번째로 직영센터 매출이 있습니다. 또한 ‘하이케어’라는 요양기관 행정 자동화 솔루션과 요양보호사 구인구직 알림 서비스 ‘요보사랑’ 등 저희가 제공하는 다양한 솔루션을 묶어서 연간 구독 서비스로 제공하고 있고요. 마지막으로 커머스는 저희가 직접 하고 있는데, 전동침대의 경우 렌털비를 받고 있고, 나머지 렌털이 아닌 일반 구매 복지용구 제품들은 직접 판매를 통해 이익을 보고 있습니다.”
-한국시니어연구소는 전국 서비스 커버리지를 넓히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데, 결과적으로 이를 통해 얻으려고 하는 건 무엇인가요.
"전국 커버리지가 넓지 않으면 고객을 잃어요. 비효율이 발생되는 거죠. 생각해 보면, 이 사업은 서비스를 신청하는 건 어르신이 아니라 보호자분이에요. 그래서 저희는 어르신이 아니라, 어르신의 보호자를 대상으로 마케팅을 해요. 만약 서울에 거주하는 사람을 타겟으로 마케팅을 하면, 서울에 사는 보호자가 들어오는 거지 실제 서비스를 이용하는 어르신들은 전국에 있잖아요? 저희뿐만 아니라 모든 직영센터들이 가지고 있는 고민일 거예요. 그러다 보니 개인사업자를 전국에 늘리는 것에 포커스를 맞추게 됐죠. 직영 위주로 운영하면 안정적으로 돈을 벌 수 있지만, 일단 전국에 센터를 깔아 둘 수만 있다면 규모의 경제를 만들 수 있으니까요."
-지난 2년간 실버산업 영역에서도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은데요. 실제 의료 인력 부족으로 요양보호사가 코로나에 감염된 어르신들을 돌보는 현상도 일어났다고요.
"처음에는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이 있는 것 같아 보였는데 결론적으로는 재가 시장의 기회였던 것 같아요. 당시 상황을 돌이켜보면, 요양원 같은 시설에 입소해 있다가 코로나19 때문에 가족이 생이별하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이후 어르신을 모시고 나와서 댁에서 입주요양을 쓰기 시작했죠. 이런 경험들이 재가요양 시장의 기회로 작용했던 것 같고, 코로나19가 만든 산업의 위기는 그 기간 동안 요양보호사 배출이 안 됐다는 것이죠. 일할 사람이 없는 거예요. 한국의 10년 뒤 모습을 먼저 경험한 일본 요양시장 또한 돌봄 인력 수급 문제가 심각합니다."
-네, 알겠습니다. 이제 대표님께서 어떻게 창업을 하게 되셨는지 그 배경에 대해 여쭙고 싶은데요. 이전에 마이돌을 매각한 경험이 있습니다. 본인 스스로 실패라고 표현했는데, 기존 사업에서 얻은 레슨 앤 런은 무엇이었나요.
"네, 저희는 2013년부터 2018년까지 마이돌이라는 이름의 회사이자 서비스를 운영했었고요. 해외에 있는 팬들이 쓰는 모바일 앱이었어요. 마이돌의 가장 큰 어려움은 세 가지였던 것 같습니다.
1) 시장 측면에서 봤을 때 그 당시에는 지금만큼 '해외 팬들에게 돈을 벌 수 있어’라는 믿음이 없었던 것 같아요. 또한 디지털 콘텐츠로 돈을 벌 수 있다는 믿음도 지금보다 덜했던 것 같아요. 글로벌 유저가 95%인 회사였는데, 콘텐츠 공급자인 연예인이나 연예기획사에 가서 디지털 콘텐츠가 팔린다는 확신을 심어주고, 설득하는 과정이 어려웠어요.
2) 우리가 가진 기술적 역량을 시장에 스크래치를 낼 수 있는 시장이어야 하는데, 이 산업은 그게 쉽지 않았던 것 같아요.
3) 당장 돈을 벌기 어려웠어요. 당장 워킹하는 bm이 없었다는 게 큰 어려움이었죠.”
-재창업할 때는 어떤 기준을 세우고 아이템을 물색했나요.
"큰 틀에서 제일 먼저 ‘타겟 연령’을 신경 썼던 것 같아요. 마이돌 창업 당시에는 18세에서 25세 고객이 주타깃이다 보니, 조금 더 지불능력이 있는 중년 이상 시니어를 타겟으로 하는 사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시니어 세대가 안고 있는 문제들 중 가장 뾰족한 어려움이 뭘까 생각해 봤어요. 탑다운 방식으로 시장을 찾으며 리서치를 시작했어요. 신체의 기능을 점점 잃어간다는 것이 눈에 보이는 어려움이었죠.
당시 찾은 키워드가 '재가요양'이었는데요. 그때는 잘 모르니까 직접 센터 하나를 만들고 공부를 해보자라는 생각에 '스마일시니어'라는 프랜차이즈를 내서 관악센터를 만들었죠. 관악센터장으로 일해보고 직접 이 산업에 뛰어들다 보니 시장이 커가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매년 장기요양보험 등급 판정자가 늘어나고, 이 시장 플레이어들이 IT가 약하다는 점을 알게 됐죠."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노인 인구가 늘어나고 있고, 돌봄 종사자 부족 문제가 심각한 한국에서 한국시니어연구소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우선 돌봄 서비스를 이용하려는 가족들의 '정보의 격차’를 줄이는 게 핵심일 것 같습니다. 센터 입장에서 봤을 때는 센터가 서비스를 이용하려고 하는 고객들에게 '휴먼터치'만 하면 되도록 하는 효용에 집중하고 있는 것 같아요. '나머지는 우리가 다 해결해 줄게. 일을 줄여줄게. 완결성을 높여줄게'인 거죠. 이처럼 양쪽에 두 가지 편익드리는데 집중하고 있어요. 결국 돌봄의 공백은 국가의 문제라고 생각해서 저희가 함부로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전체 시장 공급의 95%를 엄청난 비효율을 안고 있는 개인사업자가 하고 있는데, 여기에 효율 높여주겠다는 거죠. 또 사람이 케어하지 못하는 부분을 고려해 좋은 제품을 계속 시장에 선보이겠다. 이 두 가지 가치가 시장에 던지고 싶은 메시지입니다."
-올해 한국시니어연구소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와, 대표님께서 생각하시는 최종 비전이 궁금합니다.
"우선 한국시니어연구소의 비전은 100년 가는 기업이 되는 것입니다. 고령화는 단순한 트렌드가 아닙니다. 우리의 미래, 운명이죠. 갑자기 기능저하를 보조하는 약이 나오고 사람이 벌떡 일어나는 것이 아닌 이상, 고령화에 대한 유일한 해결책은 이 회사가 오랜 인류의 고민을 계속 서포트해서 오래가는 회사가 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단기적인 목표로는 몇 가지 마일스톤이 있습니다. 숫자로 보면 '몇 개의 센터를 파트너로 전환하겠다' 이런 목표가 있는데, 그 숫자보다도 이 산업의 운영체제(OS)를 완전히 장악하는 회사가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통해 국내 요양시장의 95% 이상을 차지하는 개인사업자 요양기관의 디지털 전환을 리딩하고, 산업의 효율을 극대화하는 것이죠."
<한국시니어연구소는…?>
설립년도: 2019년 7월
누적 투자유치액: 123억
주요 투자자: 소프트뱅크, 스프링캠프, 본엔젤스, 패스트벤처스, 해시드, 가디언펀드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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