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골 당기는 대강강사 썰

나는야 센터를 지휘하는 마에스트로

by Befree



우리 센터는 대강구인체제이다(대타강사)

기존강사가 갑작스러운 병가 또는 개인 일정으로 인해 근무가 어려울 때 센터들은 저마다 각자의 방침으로 운영되고 있다

어떤 곳은 센터 소속 강사들끼리 품앗이하듯 대강을 하는데, 내부적으로 대체할 강사가 없으면 수업 자체를 폐강시키는 센터도 있고 대강구인하여 외부 강사가 수업을 진행하는 곳도 있다

두 가지 다 경험해 본 결과 센터 이미지와 톤을 그대로 고수할 수 있는 쪽은 당연히 전자다

그리고 서로에게 부탁해야 하는 입장이다 보니 대강을 빈번하게 잡을 수 없는 것 또한 센터에게 좋은 방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자인 센터가 많은 이유는 결국 ‘돈’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수업을 멈추는 것은 마이너스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는 강사들이 선호해서이다

강사의 편의를 봐줘야 그들이 오래 근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원장이 대신 수업하면 되지 않나?‘ 생각할 수도 있다

실제로 긴급할 때는 투입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동시간대에 여러 룸이 가동되는 피크시간대는 항상 고객응대, 회원권 문의, 상담이 있다

내가 수업을 대신하게 되면 매출을 끌어줄 사람이 없다

대표 또한 내 수업페이가 높기에 대강 쓰기를 원한다




과거의 나는 허리를 못 펼 정도의 통증이 와도 출근은 해서 얼굴은 비췄다

꾸역꾸역 참다가 기절할 것 같아서 조퇴하고 병원에 가보니 요로결석이라고 했다

아픈 것이 자랑도 아니고 민폐라고 생각해서 그 어떠한 통증도 참아가며 무식하게 일했던 것 같다

대강은 그동안 딱 한번 사용했다

개인 스케줄이 생길 땐 일에 우선적으로 맞췄다

결혼식 전날에도 저녁 11시에 퇴근했고 신행도 주말에 2박 3일 다녀와서 저녁에는 수업했다

내 자리는 스스로 만들고 지킨다는 마인드로, 프리랜서 강사임에도 쓸데없이 책임감이 강했다


나처럼 무식하게 일하는 강사님들은 많지 않지만 대부분 성실하게 근무한다

간혹 어떤 강사들만 대강을 자주 사용한다

쓰는 사람만 줄곧 쓴다

기분이 안 좋아서, 그날이라서, 술병 나서, 잦은 여행으로 등등..

같잖은 사유를 듣자 하니 차라리 심각하게 아프다고 거짓말이라도 해줬으면 좋겠다

가장 난감할 때가 수업 직전에 못 온다고 할 때이다

대강강사 체크 후 회원공지, 오시는 회원님들께 한번 더 양해말씀 드리기, 수업이 잘 진행되는지 체크 등

갑자기 신경 써야 하는 업무들이 추가된 셈이다

수업을 듣는 회원님들 또한 갑자기 새로운 강사님이 와서 수업하면 어리둥절하고 한 타임 동안 적응하기 바쁜 걸 알기에 이렇게 빈번하게 대강 쓰는 강사님들은 결국 오래 함께하지 못한다




센터 인테리어 특성상 수업공간은 통유리에 얇은 커튼 사이로 수업이 훤히 잘 보이는 구조이다

대강 강사님들이 수업을 하면 틈틈이 눈과 귀를 열고 예의주시를 한다

수업체크 겸 잘하시는 분들은 자리가 있을 때 제안하기 위해서다

지켜보다 보면 너무 탐나는 강사도 있고 오늘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라서 다행이다 싶은 강사도 있다

큐잉을 너무 무심하게 해서 회원이 잘 못 따라오면 답답하다는 듯 감정 실어 얘기하는 강사부터 별의별 분들이 다 있다

그중에 제일 기억에 남는 한 분은 수업 3분 전에 회원처럼 여유롭게 걸어와서는 기구체크도 안 하고 설렁설렁 수업하는 강사였다

수업은 안 하고 20분 정도 회원님들과 서로 알아가는 시간 가지듯 스트레칭조차 안 하고 대화만 주야장천 하길래 보다 못해 중간에 따로 불러서 대화하지 말고 수업해 달라고 말하고 다시 들여보냈다

수업을 시작하니 기구를 쓰지 않고 에어로빅 같은 하체동작을 하는 데 회원님 엉덩이를 갑자기 찰싹 때리며 버티라고 하는 데 깜짝 놀랐다

수업 말미에는 갑자기 핸드폰을 꺼내서 회원님들과 맞팔을 하길래 회원님들이 퇴장한 후에 맞팔 지워달라고 요청했고 확인까지 하고 보냈다

물론 그녀가 맘만 먹으면 다시 팔로우할 수는 있지만 말이다

수업 내내 회원님들에게 반말로 진행하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에너지만큼은 활기찬 분이었으나 나머지는 완전 꽝이었다고 할 수 있다

부디 그분은 본인과 동년배인 40대 강사님들 얼굴에 먹칠하지 말고 어디에선가 연륜을 보여주기를 바랄 뿐이다




대강을 하시는 강사님들을 보면 궁금한 점들이 생기곤 한다

가끔 장기대강으로 스몰톡 하는 강사님들에게 여쭤보면 어느 곳에도 소속되지 않고 아예 대강만 전문적으로 하시는 분도 있고, 연극과 또는 뮤지컬과 등 다른 전공을 살려 일하면서 필라 자격증을 따서 틈틈이 부수입으로 버시는 분도 있고, 초보강사라 구직이 안되니 대강으로 티칭실력과 경력을 늘리려고 하는 분도 있고 다양했다

대강만으로 생계를 이어가시는 분에게 왜 센터취업을 안 하는지 여쭤본 적이 있는데, 첫 센터에서 폐업문제로 급여를 제대로 못 받고 떼인 적이 있어 한동안 맘고생이 심했다고 한다

수업하면 바로바로 정산받는 시스템이 마음에 들었다는 코멘트를 곁들이면서 말이다

세상 때가 탄 나는 당일 계좌이체로 받으면 세금 떼일일은 없겠다는 생각부터 먼저 들어버렸다

하지만 그렇게 하루살이처럼 벌면 나 같은 사람은 쉽게 소비하여 돈 모으기 쉽지 않을 것 같다

하루하루 인력시장에서 오늘의 일을 구하듯 대강구직 역시 부지런하지 않으면 하지 못할 일이다

필라테스 강사라고 해서 다들 비슷한 삶을 살지는 않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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