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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인 Jan 06. 2024

보통의 카스미

신데렐라 콤플렉스 극복 가능한가

보통의 카스미(다마다 신야 감독, 2022, 일본)     


수원미디어센터가 제공하는 온라인 상영으로 보게 된 영화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다양한 영화를 만날 수 있다. ‘문화의 도시, 수원’이라는 슬로건에 걸맞게 도시 곳곳에서 다양한 문화를 접할 수 있다. 물론 무료다.   

   

진정한 자아 찾기


첼로를 전공했지만 전화 상담원을 하다가 어린이집에서 일하게 된 주인공 카스미. 연애와 결혼을 거부하는 카스미는 레즈비언이라는 오해를 받아가면서도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는다. 가족과 주변인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주인공은 남녀의 성 구분 이전에 완전히 독립된 인간으로서의 자아 찾기에 골몰한다. 묵묵히 자신의 삶을 살아낼 뿐이다. 일본과 같이 변화를 싫어하는 사회적 분위기에서 눈에 띄는 주제다.

신데렐라 동화가 중요한 소재로 등장한다. 왜 왕자와 결혼하여야만 행복할 수 있는가 반기를 든다. 혼자서도 충분히 행복해지는 길을 찾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이런 내용으로 각색된 동화는 어린이집에서 시연 중에 중단되고 만다. 권력을 가진 기성세대가 용납할 수 없는 상황이다. 어린이에게 불온한 사상을 전파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이념 논쟁만큼이나 그들은 펄쩍 뛴다.

일본인들의 행동에는 에너지 정량의 법칙이 있다. 일정량 이상은 감정의 기복을 드러내지 않는다. 겉으로는 조용하면서 내면에 무시무시한 전복을 꿈꾸고 있다. 기성시대 가치의 극복을 위해 여성을 전면에 내세운다. 그 속에서 은밀하게 변화와 개혁을 꿈꾼다. 그러나 너무 더디다.

  

김은숙의 세계관, 신데렐라 콤플렉스의 변주


그녀의 드라마는 노골적으로 신데렐라 컴플랙스를 보여준다. 드라마마다 가난한 여주인공을 구제하는 재벌남들이 계속 나온다. ‘도깨비’에 이르러서는 시공을 초월하여 여주인공을 지킨다. 도깨비는 단순한 재벌남이 아니라 시공을 초월하여 절대적인 능력을 가진 자다. ‘미스터 션샤인’에 이르러 여자 주인공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치는 남자들이 여럿 나온다. 여자 주인공은 여성성을 상징하는 조국을 은유한다. 조국을 구하기 위하여 한 명이 아니라 여러 명이 차례대로 죽어나간다. 떼거리로 여성을 지키는 것이다. 이 정도로 변주되면 신데렐라 컴플랙스임을 눈치채기가 쉽지 않다. 여성은, 여성성은 능력 있는 남자가 없으면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는 존재다. 지독한 콤플렉스다. 우리 대부분은 여기에 길들여져 있고 당연히 거부감도 없다.

     

姓과 동굴시대


설문해자說文解字에 의하면 성姓이라는 글자는 신성모神聖母가 하늘과 감응하여 아들을 낳아 그 아들을 천자天子라 한 데서 시작되었다고 한다(마리아와 예수도 마찬가지다). 女와 生이 합해져서 글자가 되었으니 그 뜻은 당연히 여자가 낳은 인간이다. 그것이 지금 우리가 따르고 있는 아버지의 성이다. 고대 동굴사회에서 아기가 태어나면 누구의 씨인지는 모르지만 누구의 배에서 나왔는지는 분명하니 과학적인 사실에 기반한 글자이다. 당연히 모계사회일 수밖에 없었다. 문명이 발달하면서 힘과 정보를 가지고 있는 남성들에 의하여 국가와 가정이 이루어지고 결혼제도가 정착되면서 가부장 사회가 되었다. 그리고 姓을 남자의 성으로 쓰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여자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남자에 의존하는 존재가 되었다. 심지어 유교문화권에서는 남편이 죽으면 아들에게 의지하라니. 서양 문화와 함께 신데렐라라는 너무나 감미로운 이야기가 들어왔다. 왕자와 결혼하여 부와 권력을 누리며 행복하게 사는 삶이란다. 너도나도 백마 탄 왕자를 꿈꾸게 되었다.     

 

여성의 성 해방과 신데렐라 컴플랙스


근래에 유전자 검사를 통한 친자 확인 소송이 유행이다. 동굴시대가 아닌데도 여성의 성이 개방되면서 누구의 씨인지를 알 수 없어서 과학의 힘을 빌린다. 결혼제도와 여성의 성 해방이 충돌하면서 나타나는 사회현상이다. 혼전 동거와 동성애 등이 논란의 쟁점이 는 것도 마찬가지다. 기존의 가부장 사회에서 고수해 오던 가족 제도가 무너지는 중이다. 어느 때보다 남녀의 성 구분 이전의 인간 자체의 정체성에 고민을 하는 시대이다. 누구의 도움 없이 혼자의 힘으로 세상 속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그것이 한 인간으로서의 당면 과제이다. 다른 개체의 도움 따위에 연연해 할 수 없다. 더 이상은 신데렐라 컴플랙스에 기댈 곳이 없다. 떨치고 일어나야 할 시대가 왔다. 그러나 과연 오랜 세월 동안 유전자에 각인되어 있는 컴플랙스를 극복할 수 있을까. 겉으로는 여성이기  이전의 인간으로서의 삶을 추구하면서 내면에서는 아직도 백마탄 왕자를 꿈꾸는 본능이 꿈틀댄다. 그것이 문제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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