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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교수의 인터랙션 Mar 26. 2024

그저 말하고,들어주면 되는 것이었다

상대에게 내 마음을 이야기해야 하는 이유

내가 집에서 일하기 싫을 때 자주 오는 곳이 있다.

집 앞 Wegmans라는 마트에 있는 푸드코드이다. 

널찍하고 잔잔한 음악도 흐르고, 바로 옆에 커피도 싼 가격에 한 잔 내려서 먹으면 

몇 시간이고 시간을 보내도 눈치 보지 않아도 되는 곳이다.


지금 이 글도 푸드코트에서 일하다가 쓰는 중..^^


점심시간이 되면, 푸드코트 내에 있는 여러 가지 먹거리 가운데 하나를 하면

간단하게 끼니까지 해결되니 그야말로 원스탑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어 좋다.


그날도 여느 날처럼, 오전에 와서 일을 하다가

점심시간이 되어 슬슬 출출해지길래 내가 자주 사 먹는 스시코너에 가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연어 스시 포케(poke)를 주문해서 자리에 가져와서 먹었다.

싱싱한 연어와 각종 채소를 먹으면서 건강하게 한 끼를 해결하려고 잔뜩 기대를 하면서..


'응 맛이 왜 이러지?'

먹는데 약간 이상함을 느꼈다.

연어는 평소보다 차가웠고 평소에 느끼는 식감보다도 약간 흐물거렸다.

포케 안에 있는 야채들도 필요 이상으로 차갑고, 어떤 채소는 얼었는지 투명하게 색이 변했다.

  

이미 음식을 절반정도 먹었기에 도로 가져가서 말을 할까 말까 고민을 했다.

물건이면 환불을 하면 되는데 음식은 어떻게 말하지?

은근 내향형의 성격이라 이런 불만사항을 이야기하는 것이 사실 쉽지 않다.


하지만, 가만히 있으면 왠지 손해 보는 느낌이고 다시는 그 스시코너를 가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용기를 내어 절반밖에 남지 않은 포케를 들고 가서 스시코너로 갔다.


"실례합니다. 조금 전에 여기에서 연어 초밥 포케를 산 사람입니다. 

 방금 먹었는데 원래 내가 먹던 포케와 맛이 약간 다른 것 같아서요. 

스시도 차갑고, 야채가 좀 얼어있는 것 같아요."


그곳에서 장갑을 끼고 스시를 만들고 있는 한 직원이 내 포케를 보더니 말했다.

"아 죄송합니다. 음식을 보관하는 냉장시스템의 온도가 잘못되었나 보네요. 

아마도 다른 음식들도 다 이런 상태일 텐데요. 일단은 잘 알겠습니다. 

customer service에 가서 말씀하시면 환불을 받으실 수 있을 거예요. 다시 한번 죄송합니다."


과연 나는 환불을 받았을까?


아니, 받지 않았다. 


이상하게도 내가 솔직히 내 생각을 이야기하고 그 직원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서운한 마음이 풀리고, 그 상황이 이해가 되었다. 


나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듣고 바로 쿨하게 잘못을 인정하고 조치를 취하겠다고 하는데 

이미 배가 부른 상태에서 굳이 환불을 받는 것이 내키지 않았다. 

만족스러운 식사는 아니었지만, 

다음부터는 이 스시코너에서 내가 잘 살펴보고 음식을 골라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과의 대화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종종 관계나 대화 속에서 상대방에 대해 오해할 수 있는 상황이 있다.

'내가 이렇게 얘기하면, 혹시 더 발끈 화내는 거 아냐?'

'좀 서운한데 그냥 참자..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들지 말고.'


이렇게 작은 서운한 감정을 누른 채 더 이상 말을 꺼내지 않는 관계가 참 많은 것 같다.

그리고 이런 작은 감정들이 쌓여서 점점 관계가 멀어지게 된다.


하지만, 바로 이럴 때가 오히려 더 용기를 내서 이야기를 할 때가 아닐까.


'어 정말? 그랬구나. 서운했구나. 내가 미안해. 잘못했어. 앞으로 고칠게-'

어쩌면 우리가 상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반응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내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주고 그 마음을 온전히 이해해 줄 수도 있지 않을까.


우리가 말하지 않는 이상, 상대는 절대 우리의 진짜 감정을 알지 못한다.

마음을 표현하고(be seen), 내 마음을 들어주었다는 느낌(feel heard)을 받아보는 것은 어떨까


나는 오늘도 이 스시코너에 가서 내가 좋아하는 포케를 (잘 골라서) 먹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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