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구독자 1명에서 북 내레이터가 되기까지
AI 레볼루션 아니다. 유튜브 레볼루션이다. 2018년 <유튜브 레볼루션>을 읽었다. 유튜브를 시작해서 인생이 변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었다. 그중에 퀼트를 한 여자(제니)가 유튜브를 시작해서 사업으로 가까지 연결이 된 스토리가 내게 가까이 왔다. 그녀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무언가 선물하기 위해 퀼트를 한다고 했다. 가정주부가 집에서 취미로 하던 걸 유튜브에 올렸더니 제품이며 강의까지 번창했다.
나는 뭘 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오래 할 수 있는 거여야 했다. 요리? 화초 키우기? 캘리그래피? 그즈음 책 읽어주는 유튜브 채널을 보았다. 그래 나도 해보자! 생각했다.
당시 내 아이들이 다니던 고등학교에 진로코치로 봉사활동을 하고 있었다. 어느 날 동료 코치 중 한 분이 내 목소리가 좋다는 말을 했다. 나는 그동안 단 한 번도 내 목소리가 좋다고 생각 안 했었다. 그날 그 한마디를 붙잡았다. 2018년 유튜브 채널을 만들었다. 핸드폰으로 했다. 내가 읽고 있던 책을 읽었다. 거실에서 책을 쌓아서 내 입과 높이를 맞추고 위에 폰을 놓고 녹음했다. 책 표지 사진을 찍어 무료 영상 앱으로 편집 아닌 편집을 했다. 날 것 그대로 말이다. 유튜브에 업로드하는 것을 딸에게 묻고 또 물으며 첫 영상을 올렸다. 나는 알지 못하는 세계에 걸음을 내디뎠다. 하하 지금 생각하니 참 용감했다 싶다.
책 한 권을 챕터 1에서 마지막까지 모두 읽었다. 폰에 녹음했다. 1장씩 올렸다. 처음 올린 영상엔 워터마크가 진하게 남아있다. 그걸 마지막 장까지 올렸다. 저작권 뭐 그런 거 몰랐다. 지금까지도 그 영상이 남아있다. 곧 내릴 예정이다.
나의 모델이 되었던 채널은 책 읽기 좋은 날이다. 낮은 톤의 잔잔함이 좋았다. 이 채널은 지금 북튜브 채널 중 가장 큰 채널일 것 같다. 90만이 넘었으니 아..
부러워. 영상을 올리고 난 다음날 교회에 갔다. 그러니까 첫 영상을 올린 날은 토요일이었구나! 교회학교 방에서 폰을 열어봤더니 구독자 1명이 생겼다. 익숙한 숫자 하나가 내 마음을 두 번 두드렸다. 나의 첫 구독자는 작가님이었다. 신기했다. 한 번도 좋다고 생각해 본 적 없는 목소리로 누군가에게 계속 듣고 싶도록 할 수 있다니, 새로운 발견이었다.
그 이후 나의 낭독 생활은 계속되었다. 어느 날 캘리포니아에 사는 분이 내 영상을 보고 댓글을 달았다. 몇 번 댓글 오가며 이야기 나누었다. 유튜브에 올린 영상으로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사람들과 소통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신기한 세계였다. 태평양 건너편 구독자는 내가 올린 낭독 영상을 보았다. 피드백해 주었다. 우린 전화 통화까지 했다. 언젠가 같이 걷고 싶다는 말도 주고받았다. 지난해 겨울, 미국 시민이었던 그분ㅆ 귀화하셨다. 얼굴을 꼭 보고 싶다고 문자가 왔다. 어찌나 반갑던지.. 나는 유튜브 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25년 8월엔 성수동에서 만났다. 같이 밥 먹고 성수 거리를 걸었다. 사진 찍고 차 마시며 우린 마치 소꼽친구같았다.
나는 유튜브 영상 100개는 올릴 것을 목표했다. 실행했다. 10개월이 지나니 구독자 천명이 넘었다. 수익화 조건이 되었다. 애드센스 신청을 했다. 구글에서 우편이 왔다. 어느 때 정산이 되었다며 달러가 입금되었다. 첫 경험은 신기해서 통장을 닿도록 쳐다봤다. 출판사에서 책 소개 제안이 들어왔다. 내가 마음에 드는 책이면 수락 답변을 보냈다. 재미있게 읽고, 나누고 싶은 부분을 발췌해 녹음하고 편집해서 업로드했다.
지난해에는 출판사와 유료 콜라보도 진행했다. 작가님이 제안을 해와서 소개를 할 때도 있었다. 내 채널 첫이름은 '책 들려주는 해밀'이었다. 지금은 '목소리로 밑줄 긋는 여자'다. 내 목소리로 마음에 밑줄을 긋는 느낌으로 좋은 책을 낭독한다. 내게 낭독 유튜브는 즐거운 놀이터다.
낭독을 좀 더 잘하고 싶었다. 2021년 서혜정 성우 님의 온라인 특강을 들었다. 팬데믹 시기라 온라인에서 낭독 클래스가 열렸다. 신청했다. 임미진 성우님과 첫 수업을 했다. 나 혼자 읽어 유튜브에 올리다 보니 나의 낭독엔 안 좋은 습관이 있었다. 기초반에서는 '죠'만 없애도 된다고 하셨다.
좋은 습관을 갖는 것은 쉽지 않다. 좋지 않은 습관을 고치는 것은 더욱 어렵다. 그동안 쌓인 애매하고 어미를 내리는 버릇을 고치는데 쌓은만큼 시간이 걸렸다.
낭독 기초반이 끝나고 바로 수업이 연결되지 않았다. 6개월 가까이 기다렸다. 문선희 성우 님의 수업이 개설되었다. 들어갔다.목소리와 자태가 우아한 선생님의 지도를 받았다. 그 후 반이 바로 진행되지 않았다. 문선희 성우 님의 부탁으로 유샘이랑 둘이 이용순 성우님 반에 편입했다. 용순 성우님이랑 약 2년 정도 공부했다. 배움을 지속할수록 낭독이 어려웠다. 자꾸만 잘 못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졌다. 스스로가 쪼그라들었다. 한동안 유튜브 낭독을 할 수가 없었다.
낭독 클래스 메이트들은 북 내레이터가 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는 분들이었다. 나는 그저 낭독을 잘하고 싶었다. 북 내레이터는 관심이 없었다. 한데, 낭독하는 걸 멈추지 않았더니 북내레이터 되었다. 첫 오디오북 오디션에 통과했다. 옴니버스식으로 66명의 북 내레이터가 오은 시인의 <다독임> 오디오북을 만들었다. 소장용으로 가지고 있다. 시각 장애우들을 위해 점자도서관에 책을 낭독해서 보내기도 했다. 함께했기에 가능했다. 나는 다섯 권 정도 참여했다.
2024년에 나의 첫 단독 오디오북이 출시되었다. <남의 마음을 흔드는 건 다 카피다> 두껍지 않은 책인데 시작부터 오디오북으로 출시되기까지 1년 정도 걸렸다. 오디오 펍에 올라가 있다. 올해(2025년)는 밀리의 서재에도 올라가고 있다. 지난해에 녹음한 단편소설 <아내> 이어서 <고양이에게 말 걸기> <은유하는 마음>이다. 온라인 서점에서 판매도 하고 있다. 교보문고, 예스 24, 알라딘에 해밀힐러를 검색하면 내 오디오북이 나온다. 작품 하나를 완성할 때는 인고의 시간을 통과해야 한다. 내보낸 후 내 귀로 들으면 오글거린다. 부족한 것부터 보인다. 작가님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다. 완벽하지 않아도.
"낭독은 완성되지 않는다.다만 깊어질뿐이다." 공감낭독자' 문장이 내 문장이 되었다.
나는 성장하고 있다. 지금도 모험 중이다.
낭독하는 걸 지속하기 위해 지금 나와 안 어울릴 것 같은 장르에 도전 중에 있다. 무협 장편 소설이다. 두 번째 납품 완료했다. 세 번째 녹음이 거의 끝나간다. 이 작업이 참 재미있다. 소설을 좋아하지 않은 나다. 더더구나 무협소설은. 새로운 나를 발견한다. 완성도와 상관없이 녹음이 즐겁다.
나는 나이가 더 들어 할머니가 되어서도 누군가에게 책 읽어주고 싶다. 나에게도 재미를 선물할 것이다.
책 읽어주는 할머니, 후훗 생각만 해도 입꼬리가 가만있지 않는다.
새로운 것을 시작한 나의 용기에 칭찬의 박수를 보낸다. 포기하지 않더니 북 내레이터라는 새로운 직업을 갖게 되었다. 자기 일에 재미를 느끼는 것은 복이다. 나는 복 있는 사람이다. 단숨에 성과가 나지 않는다고 안달복달할 것 없다.. 끝까지 깊게 파다 보면 언젠가 일가를 이룰 것이다. 일가를 이루지 않으면 어떠랴. 즐겁게 하고 누군가에게 유익을 끼치면 되는 것을. 그거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