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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X시대의 카피라이터

가장 성질이 사나운 사람 앞에서

by 일조

한번 상상해 봅니다. 글을 보는 사람은 세상에서 가장 성질이 급한 사람이다.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게 말을 하거나 쓸데없어 보이는 이야기를 늘어놓으며 자신의 시간을 빼앗는다 느끼게 경우 순식간에 돌변하는 고약한 성미를 가진 사람이다. 이런 사람 앞에서 세일즈를 해야 한다고 상상해 봅니다. 그렇습니다. 카피라이팅을 하기 전에 저는 그런 사람을 앞에 앉혀 놓습니다. 그러면서 저의 자아로부터 빠져나와 사람의 자아가 되어 봅니다. 그러면 고약한 질문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나한테 지금 뭐라고 하는 거야? 그래서 나보고 어쩌라는 거지? 대체 말하고 싶은 거야? 내가 그렇게 하면 나한테 뭐가 좋다는 건데? 내가 말을 보고 믿을 있지? 질문들 하나하나에 친근하고 사려 깊고 분명하고 조리 있게 대답을 합니다. 그렇게 모은 대답들을 글로 옮겨 봅니다. 그리고 순서를 요리조리 조정해 봅니다. 고약한 성미를 가진 사람의 의식 흐름을 따라가고 있는지 체크해 봅니다. 혹시나 중간에 돌변하여 대화가 중단되고 만남이 틀어져 버리는 불상사가 생길 구간은 없는지 확인해 봅니다. 무엇보다도 제안이 처음부터 끝까지 사람의 관점으로 쓰여 있는지를 중요하게 봅니다. ‘나에게 이득이 되는 것은 나중이다. 독자가 먼저 원하는 것을 얻어야 한다. 그러자면 내가 먼저 독자가 되어 보아야 한다. 이왕이면 카피에 전혀 관심이 없는 독자의 자아 속으로 들어가 봐야 한다. 독자의 생각이 머물고 있는 세계. 그곳에서 독자와 만나야 한다.’ 이것이 카피라이팅의 머릿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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