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워야 큰다
카피를 쓰는 것은 기술의 영역이다. 모든 기술이 그렇듯 잘 쓰기 위해서는 차근차근 배워야 하는 과정이 있다. 가장 빨리 배우는 비결은 천천히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다. 단계별로 필요한 과정을 거듭해서 반복하다 보면 점점 카피 쓰는 것이 재미있다. 연습이 쌓이면 점점 더 좋은 카피를 뽑아내게 된다. 처음에는 어떻게 써야 할지 전혀 모르겠는 사람도 다 할 수 있게 된다. 확신할 수 있다. 내가 그렇게 해 봤기 때문이다. 카피라이터 명함을 받기 전에 나는 카피를 전혀 쓸 줄 몰랐다. 명함을 받고 나서 카피 쓰는 방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기술을 1년 정도만 충실히 연습하면 누구나 카피를 써낼 수 있다. 뽑아낸 카피들을 더 효과를 발휘할 수 있게 제련하는 것은 고급 기술의 단계다. 기능사와 기술자를 나누는 지점이다. 물론 고급 기술도 배우는 과정이 있다. 입문, 초급, 중급 과정과 다른 점이 있다면 고급 기술은 스스로 성장하는 부분이 더 많다는 점이다. 그동안 배우고 익힌 지식, 경험, 의견 등을 활용해 나만의 스킬을 하나하나 만들어 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여기서부터는 카피라이팅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 빠르게 치고 나가는 구간이다. 경로를 재설정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내 경험상 카피를 쓴 지 10년쯤 됐을 때다. 지나온 세월을 구구절절 이야기하는 이유는 요즘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있는데 너무 재미있기 때문이다. 카피를 쓰는 첫 번째 출발점은 자료의 수집이다. 요리로 치자면 농수산물 시장에 가서 파, 양파, 당근, 고기 등을 사 오는 것이랄까. 사 온 재료들을 다듬는 과정이 자료를 숙지하는 단계다. 자료를 하나하나 숙지하면서 내가 어떤 요리를 내 갈지, 어떤 풍미와 모양새를 목표하는지가 드러낸다. 이 과정에서 마치 요리를 콕 찔러서 맛을 보듯 원천 카피들이 툭툭 만들어진다. 보통 이런 과정을 거치는데 짧게는 2일~3일, 길게는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 걸린다. 이 시간과 노력을 한 시간 정도로 단축시킬 수 있는 기술이 등장했다. AI다. 그렇다. 요즘은 AI와 대화하면서 카피를 쓰고 있다. 내가 모은 자료와 AI가 모아 온 자료를 합쳐 놓고 서로의 자료를 토대로 마케팅 목적에 맞는 글을 생성해 본다. 처음부터 카피를 써 보라고 지시하지는 않는다. 제품을 살만한 고객을 스케치해 보라고 시킨다. 취미, 좌우명, 이상형, 생김새 등을 글로 생성해 내다가 그림을 그려 보라고 한다. 연설문을 써 보라든가. 제품을 주제로 드라마 시나리오를 작성해 보라든가, 시를 써 보라던가 마케팅과 상관없는 활동을 시켜 본다. 몇 차례 반복하다 보면 내 머릿속에서 나오기 힘들었던 표현들이 나올 때가 있다. 정말 재미있고 유용하다. 데이터에 축적된 인간의 행동에서 패턴을 읽을 수 있는 신묘한 부사수를 뽑은 기분이다. 세상에는 언제나 더 나은 방식이 있다. 배움이 즐겁다. 늘 그렇듯 배워야 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