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수의견 Dec 12. 2023

수명에 관하여

조선 중종시대 122세 할머니?

조선왕조 중종실록에는 122세를 산 순창에 조씨 할머니 기사가 나온다. 이는 평소 건강이 안 좋았던 중종이 일부러 관리를 파견하여 무병장수한 백성을 찾게 한 것이다. 조선후기 실학자 이익의 ‘성호사설’을 보면 이익의 당숙이 제주목사를 할 때 제주에서 노인잔치를 벌였는데 그 중 가장 나이 많은 사람이 140세였고, 100세 이상의 노인이 많았다고 한다. 헌종 때 환관 기경헌도 101세로 무려 네 임금을 섬기다 영조 때 죽었다. 이처럼 조선시대 전반에 걸쳐 매 시기 장수한 노인은 많았을 것이다.


삼국사기엔 고구려 '장수왕(394~491)'이 98세를 살아서 장수왕이라 하였는데, 사실 이것도 별거 아니다. 윗대에 '태조대왕(47~165)'을 보면 119세를 살았다고 기록된다. 태조대왕의 후임인 동생 차대왕을 왕위에서 쫓아낸 '명림답부'란 신하는 99세에 쿠테타를 일으켜 113세에 죽었다고 기록된다. 그리하여 많은 역사학자들은 이를 두고 '삼국사기 초기기록 불신론'이라며 오류일 것이라 지적했다. 그러나 비슷한 시기 백제 '고이왕(166~286)'이 또 120세를 살았다고 기록된다.


한편 고려시대 충렬왕은 73세, 영조는 83세를 살았다. 사람들은 그들이 왕이기 때문에 장수한 것으로 레 짐작하지만 왕조시대 왕들의 수명은 길 수가 없었다. 늘 과중한 업무와 정쟁의 스트레스, 독살의 위협 등, 초야의 범부에 비해 나을 것이 딱히 없었을 거로 보인다. 기원전 551년 사람공자 역시 73세를 살았고, 동시대 사람인 노자는 150세를 살았다고 전한다. 왕이란 그나마 생몰년이 기록된 특수계층이기 때문에 우리가 참조로 삼는 것일 뿐이다.


현대에 이르기까지 평균수명이라는 것은 전쟁과 기근, 그에 따른 질병,  영아사망이 절대적인 영향을 끼쳤다. 그런 식의 통계 덕분에 1910년대에 평균수명은 20대 초반이다. 정말 구한말 사람들은 30세도 못돼 다 죽었다고 보이나? 왜곡된 통계다.


박희진 경북대 교수는 우리나라 족보를 분석해 20세기 전까지 남성의 평균 수명이 59세 임을 밝혔다. 무려 2배의 차이다. 그리스인의 평균수명이 18세, 로마시대가 25세란 얼토당토 않는 이야기를 하는데, 히포크라테스는 90세를 살았고, 소크라테스가 사약을 받은 나이는 71세 때(기원전 399년)였다. 르레상스 시대에 미켈란젤로는 89세에 피렌체 성당의 조각을 했다. 뉴턴 역시 85세를 살았다.



현대인의 평균 수명이 의료기술의 눈부신 발전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고 하는데 과연 그럴까? 사고나 질병이 없이 천수를 누리는 경우는 딱히 조선시대와 다를 바가 없어보인다. 


70년대까지만 해도 한국인 80%가 기생충에 감염되어 있었다. 전후시기는 영양실조로 죽는 사람이 부지기였고, 아이 다섯을 낳으면 한 둘은 3세 전에 죽기 마련이였다. 산업화 시절은 공해에 대한 개념이 없어서 유독물질들을 뒤집어 쓰고 일했으며, 노동환경도 가혹했다. 음식도 웰빙의 개념이 없으니 가공식품이라 가려먹고 이런 게 없었다. 또 식품법도 식품회사도 무지했다. 그러니 90년대 이 전만 해도 수명이 짧을 수 밖에. 지금도 암과 성인병은 매해 증가 추세다.


조선왕조실록은 매우 엄격한 검증을 거치는 기록물이다. 122세가 허튼 소리가 아닐 것이다. 그런데 이 나이는 기네스에 등재된 세계 최고령자인 잔느 칼망(프랑스) 할머니와 맞먹는 수명이다. 비교적 근대인 고종 때 기록만 봐도 85세에 과거 급제한 자. 90세에 급제 한 자가 있고, 특히 이용화라는 분은 103세까지 관직에 머물러 고종이 집적 친견하고 대부 벼슬을 내렸다.


그러니, 현대나 중세나 고대에 인간 수명이 뭐가 다르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그 진실을 반증하듯 기네스북은 ‘인류를 속인 최대의 사기’ 부문 1위로 “의학에 의한 수명 연장”을 꼽으며 현대 의료계의 기만을 꼬집었다.


성경으로 가보면 모세가 120세 죽었고, 노아의 자손들이 400세 전후, 최초의 인간 아담 930세로 기록되어 있다. 성경적 역사관에서 보면 인간의 수명이 줄어들게 된 두 변곡점이 있는데 전자는 대홍수고 이어 바벨탑 사건이다. 대홍수 전까지 아담의 자손들은 대대로 900세 전후를 살았으나 홍수사건 이후로 갑자기 내리 400세로 줄어든다. 그러다 바벨탑 사건 이후로 그 절반인 200세에서 모세에 이르기까지 120세로 줄어든다. 이때가 출애굽 시절인 기원전 1,460년 경 정도로 본다. 모세보다 200년 뒤인 람세스 2세는 90세를 살았다. 기원1,213년 사람이 말이다. 그렇게 모세 이후로는 120세 전후를 넘긴 이는 보기 힘들다. 한편 환단고기에는 단군이 1,048살을 살았다고 전한다. 고조선 건국은 기원전 2,223년 전 일이라고 한다.


이게 신화인지 어떤지는 모르겠으나 동서고금 똑같이 초기인류는 장수했다고 전한다. 덮어놓고 무조건 비과학적인 신화로만 치부하는 것보다 대홍수 같은 극단적 기후환경 변화가 생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살펴보는 게 뭐라도 하나 건질 연구과제 아니겠나?



작가의 이전글 땅과 생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