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906 | 소희
가을비가 창문을 때리는 서울의 밤을 공유하며
언니의 글을 읽고 짧게나마 응답을 보낼 수 있어서 참 좋다.
오늘 나는 고객과의 분쟁이슈를 갈무리하기위해 변호사 사무실에 다녀왔는데
변호사를 기다리는 작은 응접실에서 서재에 꽂혀 있는 많은 서류들을 보면서
세상에 참 많고 복잡한 인생의 이야기들이 있구나, 참 피곤하다. 라고 생각했었어.
나도 조금 알 것 같아 언니.
너무 많은 말들과 의무가 우리를 겹겹이 둘러쌓고 있고,
의식하지 못한 채 그럭저럭 살다가도 어느 순간 갑갑하고 무겁게 다가오는 그 기분을.
결혼이라는 테두리 혹은 안간힘으로 굴러가는 인생 안에서 때때로 홀로 아주 아주 멀리 벗어나는 상상을 하게 되는 순간들을.
이사 준비에 여념이 없겠지만 고요하게 혼자 걷고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조금이라도 주어지길 바라.
그리고 새 집에는 언니만의 공간이 꼭 확보되면 좋겠다.
와인과 맥주가 없어도 깊은 것을 나눌 수 있어서 고마운 내친구 가비언니에게 씀.
소희
이 글은 [EP01] 메일에 대한 답장입니다.
https://brunch.co.kr/@96fd332c1ea84bf/2
* '세개의 손' 프로젝트 | 30대 / 서울 거주 / 여성이라는 공통점을 가진 세 명의 여자가 2021년 가을부터 현재까지 메일을 주고 받고 있다. 세 명의 편지에서 나아가 목소리를 더하고 싶은 동시대 독자들의 시선을 모아 물성을 가진 형태로 엮는 것을 기획하고 있다. @3hands_projec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