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시민예술아카데미 뮤지컬
올해도 지역 문화재단 시민아카데미에 참여했다.
교육 과정은 7월부터 약 3개월간이었으며 10월 9일 성과공유회를 통해 대공연장에서 발표를 하였다.
평일 오전 수업이냐, 강사진이 한 곳에 소속되어 있느냐, 하나의 작품을 선정하여 진행하느냐에 대한 여부가 23년에도 시민예술아카데미를 참여할 것인가에 대한 중요한 근거가 되었다. 이는 21년도 아카데미에서 아쉬웠던 점과 22년도에 참여할 수 없었던 이유들이 되기도 한다.
결정을 내렸으면 제대로 해야 하는 법. 월요일, 수요일 10시 수업에 성실히 참여했다. 여름휴가와 기억나지 않은 어떤 이유로 두 번 정도 결석한 듯하다. 7월 10일 오리엔테이션에서 강사진과 수강생들의 자기소개를 들었다. 성인 남성 2명, 초등학생 3명, 중학생 1명, 나머지는 성인 여성으로 총 25명 언저리의 사람들이 모였다. 뮤지컬 공연을 하기엔 성비와 연령대가 한쪽으로 치우친 경향이 없지 않았지만 시민예술아카데미의 특성상 감안하고 진행해야 할 부분이다. Gender Free 하게 배역을 선정하든지 성비에 맞는 극을 추려야 하는 것이다.
한 달 정도 한극 가곡 '첫사랑' (김효근 작시/작곡)을 배우고 자신이 직접 안무를 고안하여 오디션 형식으로 수강생들이 작은 무대를 경험하였다. 잘 모르는 노래였는데 곡 만든 이의 첫사랑을 담은 노래이며 실제로 지금의 부인분을 만나게 된 노래라고 한다.
남은 두 달 동안은 인원을 둘로 나눠서 강사진이 속한 뮤지컬 회사에서 ip를 가지고 있는 극 2개를 배웠다. 나는 '세종, 1446'과 '설민석의 한국사 대모험'을 엮은 15분 정도의 짧은 극에 참여했다. 성과공유회가 10월 9일 한글날로 계획되어 있어서 나름 의의가 있는 작품이다.
8~9월에 본격적으로 수업을 하는데 여름휴가, 추석 등으로 수업의 연속성이 떨어지고 출근을 하거나 다른 일들로 빠지는 분들이 많아서 연습의 완성도가 쉽게 높아지지 않았다. 원하는 사람은 다 할 수 있는 시민무료수업이다. 대공연장에 오르는 결과가 무대를 경험하지 못했던 대다수의 사람들에게는 쉽지 않은 일임은 분명하다. 능력도 다 다르고 경험치도 다르지만 하나의 꿈을 놓고 다 같이 노력해서 극을 완성하는 성공 체험이 꼭 배우로 살지 않더라도 그 자체로 인생에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된다. 물론 시민예술아카데미의 목적이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문화 활동을 통해 예술적 자아실현과 공연예술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과정을 체험하는 것이지만 연습이 즐겁고 함께 하는 사람들에게 동지의식을 느끼게 되는 것 또한 수강생들이 얻을 수 있는 귀중한 배움인 것 같다.
솔직히 이번 수업은 개인적으로 참 힘들었다. 극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인간관계에 대한 기대와 실망, 환멸 등을 겪었다. 살면서 처음 경험해 보는 부류를 만났고 그래서 당시에는 어떻게 해야 감당해야 할지 고민이 참 많았다. 지금 돌아보면 다 별거 아닌 추억으로 남게 되는 것도 신기하긴 하다. 또 다른 불특정 다수의 모집과 그 안에서 겪게 될 예측할 수 없는 일들이 발생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도 사실은 없지 않다. 내가 너무 안정된 집단에서 소수와 교제하며 지내서 온실 속 화초처럼 살아온 것은 아닌가라는 반문도 든다. 여하튼 가정을 벗어나 여러 다른 일을 해보겠다는 포부 아래 여러 인간군상을 경험하는 일이야 부지기수일 텐데 마음을 더 굳게 먹고 단단해져야겠다. 시민예술아카데미를 통해 뮤지컬이 아닌 인생을 배우고 왔다.
돌이켜보면 참 아쉬운 것이 많다. 짧은 극에 작은 역할로 참여하면서 대사도 노래도 별거 없다며 쉽게 생각했는데 7월부터 난생처음 코로나, 독감에 걸려서 컨디션 난조를 겪더니 결국 공연날까지 목 상태가 좋아지지 않아서 천식약까지 써가며 겨우겨우 공연을 마쳤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던 배역이 있는 나의 첫 번째 공연이었다. '다시 이런 기회가 주어진다면 더 잘할 것이다, 아니 더 자신이 없어진다' 두 가지 마음이 계속 든다. 한 번 더 해봐야 결론이 나지 않을까. 내년엔 또 할 수 있는 일들을 찾고 최선을 다해 실행하기로 나와 약속.
이틀 전 재단에서 감사하게도 사진과 영상을 공유해 주셨다. 무대에 올라 공연을 했지만 전체 공연이 어땠는지는 볼 수가 없어서 세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브런치 작성을 못하고 있었는데 막상 사진과 영상을 공유받은 지금은 자료를 보았음에도 기억이 희미해져서 쓸 말이 생각이 나지 않는다.
쓸거리를 모아두고 해가 가지전에 한 번에 정리해서 글을 올리게 되는데 내년부터는 그러지 말고 이벤트가 있으면 그날그날 정리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글 쓰는 것을 너무 두려워하지 말아야겠다.
작년과 올해 글을 읽어주시고 라이킷을 눌러주신 모든 분들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내년에 저도 놀러 자주 갈게요!
라고 적었지만 발행을 못한 채로 12시가 지나고 2024년이 되었다..
그렇지만 나를 사랑해. 살아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