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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빈 Apr 01. 2024

걱정인형을 샀습니다.

번아웃에서 벗어나기 1



송도 현대 아울렛에서는 매주 주말마다 플리마켓을 엽니다. 

주로 강아지 옷을 거기서 구매하는 편입니다. 핸드메이드인데 가격도 정말 저렴하고, 품질도 정말 좋고, 가장 중요한 건 저희 집 강아지가 그 가게의 옷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그 옷만 입으면 사람들이 예쁘다고 칭찬을 엄청 해주거든요. 지 예뻐하는 건 너무 잘 알아서 그 가게의 옷만 입고 산책 갔다 오면 자존감이 심하게 올라갑니다.. 



이번 주도 송도 현대 아울렛에 갔다가 쭈욱 플리마켓을 둘러봤습니다. 그러던 중 걱정인형이 눈에 들어오더라구요. 평상시 같았으면, 눈에 들어오지않는 가게였는데, 이상하게 오늘따라 눈이 갔습니다. 



"걱정인형 하나 사줄까?" 

"아냐 핸드메이드라 비쌀 거야"

"그래도 걱정인형 사서 걱정을 덜어봐. 한번 해봐."

"아냐 안 사도 돼"



엄마가 먼저 물어보더라구요. 걱정인형 살 거냐고. 대충 대답하고 지나갔습니다. 끝까지 플리마켓을 둘러보고 다시 돌아가는 길에, 걱정인형을 다시 만났습니다.



"하나에 7000원이네. 사줄게 하나 골라. 걱정인형 들고 다니면서 힘든 거 좀 덜어봐"



걱정인형을 고르면서 엉엉 울었습니다. 이게 뭐라고 그렇게 눈물이 났을까요. 

사람이 보든 사장님이 보고 계시든 부끄러운 건 나중이었습니다.

항상 이겨내라고 하던 엄마에게서 들은 말이라 그런가, 아니 그냥 엄마가 하는 말이라 그런가. 

오늘은 평상시 같았으면 사지 않았을 걱정인형을 하나 샀습니다. 



걱정인형 하나 사면 목도리도 하나씩 주신다는데 두 개나 주셨어요. 취향에 따라 바꿔 매줘야겠습니다.



걱정인형을 사들고 집에 가는 길에, 어렸을 때 만들었던 걱정인형이 생각났습니다. 

초등학생 때, 처음 걱정인형이라는 걸 알고 집에서 작은 걱정인형 세 개를 만들어 엄마 하나, 할머니 하나, 저 하나 나눠 가졌었습니다. 엄마 걱정 얘가 다 가져갈 거야. 항상 들고 다녀. 그런데 1~2년 전 서랍 정리를 하다가 서랍에서 제가 초등학생 때 만들었던 걱정인형이 나오더라구요. 족히 20년 가까이 됐었는데도 아직 깨끗한 상태 그대로 보관하고 계셨었습니다. 



초등학생의 저는 무슨 마음으로 걱정인형을 만들고 엄마한테 드렸던 걸까요.

오늘 엄마는 무슨 마음으로 딸에게 걱정인형을 사준 걸까요. 












"이제 다빈이 걱정 반 줄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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