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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용기 Dec 05. 2024

오후 두 시 반

- 시인의 오후

오후 두 시 반


- 김용기



동짓달 해는

어제보다 가까워지지 않았다

가까운 창문이 따뜻해서

불 쬐듯 의자에 앉아

어린 왕자의 B612를 따라갔는데

졸다가 자빠졌다

두리번두리번

우리 집인걸 알아챘지만

멋쩍었다

하늘이 비빔밥 같이

바람 섞고

구름에 눈보라까지 섞더니

오늘은 모두 빼낸 하늘색이었다

이곳과 저곳의 비빔밥 맛이 다르듯

그날이 오늘 이었다


오른쪽 이마 빨간약이

해를 닮은 것 같다는 시답잖은 말에

아내 혀 차는 소리가 생생했다

그 사이 핸드폰에는

슬그머니 월급이 들어왔고

나보다 먼저 채 가는 놈이 있었지만

우리 집 시계는

한편,

이렇게 장면을 바꿔주는 역할로

나를 구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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