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두 시 반
- 김용기
동짓달 해는
어제보다 가까워지지 않았다
가까운 창문이 따뜻해서
불 쬐듯 의자에 앉아
어린 왕자의 B612를 따라갔는데
졸다가 자빠졌다
두리번두리번
우리 집인걸 알아챘지만
멋쩍었다
하늘이 비빔밥 같이
바람 섞고
구름에 눈보라까지 섞더니
오늘은 모두 빼낸 하늘색이었다
이곳과 저곳의 비빔밥 맛이 다르듯
그날이 오늘 이었다
오른쪽 이마 빨간약이
해를 닮은 것 같다는 시답잖은 말에
아내 혀 차는 소리가 생생했다
그 사이 핸드폰에는
슬그머니 월급이 들어왔고
나보다 먼저 채 가는 놈이 있었지만
우리 집 시계는
한편,
이렇게 장면을 바꿔주는 역할로
나를 구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