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기록의 노력.
인스타그램을 꽤 오랫동안 사용하면서
하루 중 남겨놓고 싶은 찰나의 모습들을
정말 셀 수 없을 만큼의 양의 사진으로 남겨놓았다.
그중에서도 인스타에 업로드하는 사진들은
대부분 좋았던 기억이 담긴 모습이거나
아름다웠던 순간의 찰나들이다.
사실 좋은 모습은 네모난 프레임 안의 느낌이고
프레임 밖, 그렇지 않은 모습이 하루 중 또는 공간 중에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말이다.
그래도 가끔은 그 짧은 찰나의 아름다움을
떠올리고 싶을 때 저장해 두었던
지나간 사진들을 찾아보게 된다.
여러 가지 기록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보니
기록을 안 하고 사는 게
조금 더 특별해 보이는 요즘이지만,
나의 시선에서 머무는 생각들을
계속해서 어떤 방법으로든 기록하여 써 내려가는 것이
스스로에게 필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더 절실해진다.
최근 음성 메모의 기능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사실 음성으로의 기록이 처음은 아니다.
어릴 적 녹음기에 악기 레슨 받으며 스승의 설명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이해하고 싶었던 마음에
녹음해 두었던 수많은 기록들이 차곡차곡 쌓여있지만,
제목도, 목차도 없는 그 음성들을 눈으로 한꺼번에
볼 수가 없으니 녹음파일 중 이해하지 못했던 것들을
찾아내는 데에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번에는 그때와는 다른 목적으로
짧은 메모의 형식으로 녹음하여
스쳐 지나가며 느끼는 감정들을
잠깐 멈춰 서서 음성 메모로 저장해 놓고 저녁에
잠들기 전 그대로 글로 옮기는 일을 시도해 보고 있다.
그 작업으로 얻어지는 효과는
굉장히 직접적으로 날것의 내 감정들과 상황들을
직관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현실보다 좋은 방향으로 왜곡해서 기억하려는
긍정병의 습관이 있는데
그것 또한 제어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이다.
사진을 기록하여 이미지로 생각해 내는 것 외에
음성 메모의 기록이 글쓰기에
또 다른 도움이 될 수 있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