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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영주 Jun 30. 2022

나의 고물 자전거

2년여 전 '코로나'라는 생전 처음 들어보는 질병은 세상을 창살 없는 감옥으로 만들어 버렸다.

이 '로나'라는 놈은 강한 전파력으로 오래전 없어진 통행금지가 소환된 듯, 사람들을 모이지도 못하게 하고

상점들의 영업시간도 제한을 하게 했고, 오고 가는 사람들로 그리 붐비던 공항도 썰렁하게 만들었다.


정부에서는 갑작스러운 질병의 영향으로 힘들어하는 국민들에게 '재난지원금'이란 걸 주었는데, 나도 10만 원을 받을 수 있었다.

그냥 가지고 있다가는 떡이나 사 먹고 말 거 같아 어디에 쓸까 고민하다가 돈을 더 보태서 자전거를 사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이러한 참다운 생각을 한 사람이 나뿐만은 아니었는지 자전거 가게 사장님은 새 자전거를 사려면 한 달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면서 창고에 중고 자전거가 있는데 상태가 좋다며 그걸 사라고 나를 꼬드겼다.

밑져야 본전이지 하는 심산으로 '일단 보기나 하자'라고 생각하고 중고자전거를 보니, 좀 허름해 보이기는

해도 키 작은 내가 타기에는 적당한 크기에 그럭저럭 탈만해 보여 9만 원을 주고 그 중고자전거를 사 왔다.


그런데, 사람이 참으로 간사한지라 자전거가 없을 때는 자전거가 그리도 갖고 싶더니 중고자전거라 그런지 집에 데려다 놓고는 타기가 싫어져 근 2년간을 방치해 둔 결과 자전거는 시커멓게 먼지만 뒤집어쓴 채 고물이 되어갔다.

얼마 전 이사를 하면서 먼지가 켜켜이 쌓인 중고 자전거를 보니 '저걸 내가 왜 사 왔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차마 버릴 수도 없어 깨끗하게 닦고 공기압도 넣어 보니, 마치 유기견 데려다 목욕시켜 놓은 것처럼 나름 모습을 갖추었다. 나는 속으로 '중고 자전거라 도난의 염려도 없고, 새 자전거처럼 모시지 않아도 돼서 좋을 거야' 라며 마치 여우의 '신포도 기법'처럼 스스로에게 체면을 걸며 그냥 타기로 했다.


가 자전거를 처음 배운건 초등학교 6학년 여름방학 때이다.

오빠들이 타던 자전거를 이리저리 끌고 다니다가 어떻게 배웠는지도 모르게 탈 수 있게 되었다.

운전도 처음 배웠을 때가 제일 하고 싶듯이, 자전거도 처음 배웠을 때 왜 그렇게 자랑이 하고 싶던지..


전거를 배우고 얼마 되지 않아, 자랑삼아 신작로로 나섰다가 마주오는 덤프트럭을 피하지 못하고 논두렁에 처 박혀 깁스를 했던 팔은 아직도 손가락이 비정상이고, 성인이 된 후에는 사거리 신호등에서 정지하려다가 발을 헛디뎌 나가떨어져 이도 부러지고 얼굴은 몇 바늘 꿰매야 했고, 이마엔 아직도 훈장처럼 혹을 하나 달고 살아가고 있다.

이때, 얼굴에 든 멍으로 근 한 달여간을 판다가 되어 외출도 제대로 못하고 엄청 고생을 했었고, 자전거가 무섭고 두렵기까지 했었다.

후로 한 동안은 자전거에 대한 미련은 조금도 없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무섭고 두려웠던 기억들이 흐릿해지며 다시 자전거를 타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 시작했다.


비록, 중고 자전거라 비포장도로로 나설 때면 덜덜거리는 소리는 날 망정, 요즘 같은 장마철에 물구덩이를 쌩 지나가도 부담 없고, 아무 데나 세워 두어도 누가 집어갈까 염려하지 않아도 되니 이 또한 장점이다.

요즘은 자전거 도로가 잘 정비되어 나가떨어져 넘어질 염려도 별로 없고, 자전거를 타고 내리막 길을 달릴 때의 기분이 참 좋아 추워지기 전까지는 신나게 자전거를 타볼 생각이다.


취미 생활 이라면서, 자동차 값에 버금가는 비싼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도 많고 하지만, 나는 그냥 소박한 내 고물 자전거에 만족하기로 하고, 오늘도 여우의 '신포도 기법'처럼 나 스스로에게 체면을 걸며 고물 자전거의 장점만을 생각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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