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원동력
코 끝이 아리게 시렸던 겨울에서 어느덧 꽃봉오리들이 슬그머니 만개할 준비를 합니다.
작년 이맘 코로나에 걸려 고생하던 시절도 엊그제 같은데, 벌써 1년이 다 되었습니다. 풋풋했던 캠퍼스를 떠나 홀로 집에 있는 지금, 활기찼던 스무 살의 추억을 되새기며 오늘을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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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사랑이 담긴 음식을 한 아름 들고 집으로 가던 저녁, 교복을 입은 고등학생들을 마주쳤습니다. 같은 학교 출신의 학생들이었고 오랜만에 교복을 입은 앳된 학생들을 보니 고등학생 시절이 주마등처럼 지나갑니다. 따뜻한 오후 수업시간 졸음을 참다못해 책을 베개 삼아, 책상을 침대 삼아 엎드려 잠을 자던 모습. 쉬는 시간만 되면 복도로 뛰쳐나가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 수다를 떨었던 철없는 사춘기 소녀. 그 시절 공부에 더 집중했더라면 결과는 어땠을 까. 예전에는 늘 후회했지만 이제는 오히려 천진난만하게 걱정 없이 뛰어다녔던 그때가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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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떼가 뭍은 동네와 따뜻한 가족의 품에서 떠나, 친한 친구 하나 없던 새내기 대학생활은 참으로 막막했습니다. 그 속에서 혼자 세탁기도 돌려보고, 빨래도 널고, 스스로 밥도 챙겨 먹으며 공부도 했던 스무 살의 저는 독립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괜히 부모님과 영상통화를 할 때면 눈물도 났지만, 어느새 잘 적응해 둘도 없는 친구들도 만나고, 사랑에 아파도 보고, 지금의 저를 있게 만들어준, 외적으로 내적으로 크게 성장을 할 수 있었던 시간. 그래서 어쩌면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대학생활. 어느새 졸업을 마치고 홀로서기에 고군분투하는 중입니다. 그래도 이 추억을 떠올릴 수 있어 힘이 나는 오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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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에는 제주도에 다녀왔습니다. 친구와 대학졸업을 기념해 다녀온 여행으로 여전히 제주도의 바다내음과 강렬했던 석양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립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아쉬워 발길이 떨어지지 않자 또 한 번 같이 여행을 떠나자는 약속을 남기고 돌아섰던 우리. 이 추억과 약속을 가슴속에 꽉 쥔 채 고단했던 오늘을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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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에는 일본에 다녀올 예정입니다. 일본에서 취업을 앞둔 언니와 어쩌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여행인데요. 어렸을 때 매일같이 치고받고 울고 또 언제 싸웠냐는 등 웃고 떠들던 연년생 자매. 철없고 마냥 어리게만 했던 자매가 어느새 20대 중반을 향해 달려갑니다. 쉼 없이 알을 깨고 높은 하늘로 날아가기 위해 용케 날갯짓하던 저희 자매에게 휴식을 가져다 줄 이번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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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에 돌아오면 저는 이 추억을 먹고 또 먹겠죠. 배 부른 채 이 추억을 에너지 삼아 힘을 얻고 살아갈 것입니다. 그러다 어느새 허기지는 날이 올 테고, 그럼 이 허기를 채우러 또다시 떠나겠죠.
추억들이 한 데 모여 이를 기억하고 되새기며 살아가는 우리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