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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rdan Jul 23. 2024

영국에서 2주 안에 집 구하기

영국에서 살아남기 #1

영국에서 살아남기 #1

영국에서 집을 구하는 것이 어렵다는 후기는 많이 봤지만, 직접 경험하기 전까진 딱히 와닿지 않았다. 일주일 만에 집을 구했다는 사람도 있었기에, 해보기 전까진 모른다는 안일한 마음이었다. 예상과 달리 임시 숙소 기간이 끝났고, 추가로 숙소를 예약해야 했다. 영국에서 첫 번째 집을 구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공유한다. 


임시 숙소 미리 예약하기

한국에서 온라인으로 계약을 성공하기란 쉽지 않다. 그리고 영국은 오래된 집이 많기 때문에 자칫 실제 집을 보고 굉장히 실망할 수 있다. 그래서 영국에 온 후 임시 숙소에 머물며 집을 구하는 것을 추천한다. "미리" 예약을 추천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런던의 경우 숙박비가 비싸다. 에어비앤비 숙소더라도 하루 5만 원에서 10만 원은 기본으로 생각해야 한다 (화장실 공유할 경우). 내 맘에 드는 가격과 조건의 숙소는 금방 예약이 찬다. 

교통비 및 시간을 아끼기 위해 내가 살고 싶은 동네 근처로 숙소를 잡는 게 좋다. 또한 뷰잉 연락이 오면 당일 갑자기 가야 할 때도 있다. 주거지의 경우 관광지 근처와 달리 숙소가 적어서 선택 폭이 좁다. 

무거운 짐을 들고 이리저리 숙소를 옮기는 것은 굉장히 큰 스트레스이다. 한 번에 n주치가 비어있으려면 미리 예약하는 게 좋다.

나의 경우 보름치 임시 숙소를 잡았다. 기간을 정하는 것이 상당히 까다로웠다. 숙소 예약 취소가 안되는데 집 계약이 성공하면 돈이 아깝고, 내가 미리 잡은 임시 숙소 기간 동안 집을 못 구하면 급하게 다음 숙소를 알아봐야 하기 때문이다.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Q. 서브렛은 어떤가요?

임시 숙소로 서브렛(sublet; 세입자가 일정 기간 동안 또 다른 세입자에게 방을 빌려주는 방식)을 하는 방법도 있는데 나는 하지 않았다. 영국에서 집주인 허락 없는 서브렛은 불법이며, 그렇기에 사기가 많다(...). 나는 집과 같이 지출이 큰 비용의 경우 돈 조금 아끼자고 위험 부담을 높이느니, 돈 좀 더 주고 안전하게 가자는 주의여서 절대로 하지 않았다. 그래서 서브렛에 관한 경험적 팁은 없다. 만약 서브렛을 찾는다면,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e.g., 로지 영국 벼룩방)에 간간히 서브렛 채팅이 올라온다. 영국사랑 커뮤니티에도 있지만, 사기가 많다는 글을 봐서 쳐다도 보지 않았다. 


Q. 대리뷰잉은요?

서브렛과 마찬가지로 뷰잉 하는 그 사람 안목을 믿을 수 없어 애초에 고려도 안 했다. 영상으로 전달받아도 동네 분위기까지 세세하게 살피기에는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살 동네 정하기

1. 어느 도시에서 살 것인가
런던이 일자리가 많고, 다문화 다인종이 섞여 살기 때문에 적응하기 비교적 쉬워 나는 런던을 첫 보금자리로 골랐다. 본인의 목적에 맞는 도시를 선택하면 된다. 
2. (런던이라면) 어느 존에서 살 것인가

일반적으로는 센트럴 쪽에 회사 및 어학원이 많기 때문에 교통비 및 통근 시간 단축을 위해 1~2 존을 추천한다. 나의 경우 개발자라 재택 혹은 하이브리드로 일을 하므로 집이 답답해선 절대 안 되어서 중심지에서 조금 멀더라도 (2~4 존) 넓은 집을 선호했다. 물론 얼마든 상관없다면 중심지 근처 넓고 조용한 동네(e.g., South Kensington, Chelsea)를 고르면 된다. 

3. 동네 정하기

런던에서 안전한 동네라고 검색하면 '서쪽, 남서쪽이 비교적 안전해요~'라는 말을 볼 수 있다. 물론 요즘에 동쪽에 뜨는 동네들(e.g., Canary Wharf)이 있지만 나는 타지에 나 혼자라 안전이 최우선이라고 생각해 전통적으로 현지인들이 선호하는 서쪽, 남서쪽 동네만 고려했다. 

고려한 동네는 다음과 같다: 

Wimbledon

HammerSmith

Fulham

Chiswick

Richmond

Twickenham



나만의 집 선택 기준 정하기 

집은 가격대가 다양하고, 각자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인이 다 다르기 때문에 나만의 선택 기준을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른 사람이 중요하다고 하는 기준은 참고하되 반드시 따를 필요는 없다. 그리고 나만의 우선순위도 정해야 한다. 모든 걸 만족하는 집은 비싸기 때문이다. 

1. neighborhood

마트가 도보 몇 분 거리인지

내가 선호하는 마트가 있는지 (e.g., WaitRose, Oseyo, Iceland)

내가 선호하는 프랜차이즈 카페가 있는지 (e.g., Gail's Bakery)

공원이 도보 몇 분 거리인지

도서관이 도보 몇 분 거리인지

버스, 튜브역까지 도보 몇 분 거리인지

2. 공용 공간

정원 혹은 거실을 포함하는가

3. flatmates

최대 몇 명까지 같이 살 수 있는가. 집이 클 경우 6명이 같이 사는 경우도 있다.

professional 직업군만 사는 곳이어야 하는가

남성, 여성 비율이 어느 정도여야 하는가

화장실이 private 해야 하는가 (private bathroom). private 하다면 en-suite room, studio, whole flat/house 중 골라야 한다. 

4. 방 

크기 (single vs double)
double room의 경우 침대 사이즈가 double임을 나타내는 것으로 방 크기는 천차만별이다. 정말 double 사이즈 침대 하나만 들어가 있는 방부터 소파, 책상까지 포함된 방까지 다양하다. 나의 경우 spacious를 키워드로 잡고 봤다. 

바닥 재질
카펫 바닥 vs 나무 바닥

가구가 갖춰져 있어야 하는가
기본적으로 furnished로 표기되어 있으면 옷장, 침대는 제공한다. 책상은 제공하는 데도 있고 아닌 데도 있다. 

집주인과 같이 살아도 괜찮은가 (live-out vs live-in landlord)

최대 가격
빌까지 포함하여 내 예산 최대치를 정해놓자. 월세 가격에 빌 포함(bill included)인지 아닌지에 따라 최종가격이 달라지므로 유심히 살펴보자. 주세(pw)인 경우 52를 곱하고 12로 나눠 월세(pcm)와 비교해야 한다. 

5. 그 외

smoking allowed

couple allowed

LGBT household

pets considered

vegans preferred

위에 보다시피 정말 기준이 많다. 꼭 본인만의 기준과 우선순위를 정하자.



뷰잉 연락 전 미리 준비해놓아야 할 것

1. 영국 현지 번호

현지 번호가 아닌 번호 (e.g., 한국 번호)로 연락한다면 무시당할 확률이 매우 높다. 인터넷 뱅킹 계좌를 개설할 때도, Oyster 계정을 만들 때도, 그냥 뭔가를 하는 모든 순간에 현지 번호는 사용하니 영국 도착하면 유심부터 미리 장착하자. UKVI에서 준 유심칩을 사용하면 한 달 요금제를 공짜로 쓸 수 있으니(Lebera 20GB) 받았다면 꼭 사용하자. 

2. BRP(Biometric Residence Permit) 

어차피 영국 입국 후 10일 내로 수령해야 한다. 그냥 가자마자 수령하자. 

3. 계좌 개설하기

영국의 카카오뱅크인 Revolut 혹은 Monzo 계좌를 생성 후 초기 자금을 송금해 놓자. 집주인한테 계좌 잔액을 어필할 때 써먹어야 한다. 해외 송금 시 보통 모인이나 카카오뱅크를 이용하는데 상황에 따라 수수료가 적은 곳을 이용하면 된다. 한 번에 많은 금액을 송금하므로 나는 환율수수료 혜택이 있는 모인을 사용했다. 

4. sharecode

내가 집을 렌트할 자격이 있는지 집주인이 체크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코드이다. 여기서 발급받을 수 있다. 



뷰잉 연락 응답률 높이기

보통 뷰잉 연락부터 무시하는 경우가 있다고 하는데, 나의 경우 응답률만큼은 100%였다. 그래서 초기에는 자신만만했다. 내가 생각하기에 응답률이 높을 수밖에 없던 팁을 공유한다. 

1. 확실한 신분 공유

입장을 반대로 바꿔 생각해 보자. 내가 집주인이고, 한국으로 유학 혹은 일하러 온 외국인이 내 집을 월세 계약하고 싶어 한다. 내가 이 사람을 뭘 보고 믿을 수 있을까? 영국은 특히나 보장된 사람을 선호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다. 사람 한 명 잘못 뽑아 곤욕을 치르느니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꼼꼼히 뽑는 것을 선호한다. 이런 영국인을 설득하려면 당연히 내 신분을 확실하게 공유해야 한다. 

비자 상태 공유: 불법 체류자가 아님을 어필하자. 

프로필 사진 올리기: 상대방 얼굴은 모르지만 일단 내 얼굴을 보여주고 시작하면 신뢰도가 올라간다. LinkedIn에 올릴 수 있을 사진을 프로필로 설정하자. 정면, 웃는 얼굴, 필승.

2. 계좌 잔액 어필하기

나는 돈을 연체 없이 지불할 수 있다고 어필해야 한다. 

계좌 잔액: 나는 이만큼 (최소 6개월치 월세 이상)의 계좌 잔고를 가지고 있다고 어필하자. 당연히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직업: 직업이 있다면 직업을 밝혀 지속적인 수입이 있다는 점을 알리자. 학생이라면 한 번에 6개월치, 혹은 1년 치 월세를 내겠다고 어필하자. 

3. whatsapp 번호 첨부하기

위에도 얘기했지만 현지 번호 없는 사람은 취급도 안 할 수 있다. 글 마지막에 아래와 같이 번호 첨부는 필수이다.

I am looking forward to your answer. Here is my phone number, XXXXXXXXXXX.

4. move-in date 공유하기

만약 현재 방이 비어있는 상태라면 난 당장에라도 이사 갈 수 있음을 알리자. 현재는 세입자가 살고 있고 x월 x일부터 입주 가능하다면 그 날짜부터 이사 갈 수 있음을 알리자. 

5. 거짓말하지 말자

어차피 후에 계약할 때 서류 다 확인한다. 괜한 거짓말 해서 신뢰도를 깎아먹지 말자. 항상 내가 신용이 없는 외노자임을 유의해야 한다. 


참고로 나는 집주인과 직접 계약하는 것보다 부동산을 끼고 계약하는 것이 사기당할 확률이 적다고 하여 부동산이 올린 매물만 연락했다. 



뷰잉 가서 확인할 것

잘 정리해 놓은 글로 대체한다. 추가로 동네 분위기를 보기 위해 저녁 시간대에 해당 동네를 다시 방문해 보면 좋다. 



굴하지 말자.

내 맘에 드는 집이더라도 계약을 못할 수 있다.

인기 있는 집은 여러 명이 경쟁하기도 한다. 안되더라도 자책 말고 다음 집을 구하자. 


영국 들은 서류를 좋아한다. 

확실한 것을 좋아하는 영국인은 아주 차분하게 서류를 다 받아낸다. 내가 요구받았던 서류는 다음과 같다. 

재직증명서

3개월치 거래내역서

잔고내역서: 거래내역서와 같은 은행으로 제출해야 한다. 나의 경우 한국은행의 거래내역서와 잔고내역서를 제출했고, 추가로 영국 은행의 잔고내역서도 제출했다. 

share code 

서류를 보내면 아주 꼼꼼히 크로스 체크를 하기 때문에 며칠은 소요된다. 확인이 필요할 경우 추가 서류를 요청하기도 한다. 마음에 여유를 갖고 응답하자. 



끝으로

나는 내가 예약한 임시 숙소 기간도 끝났음에도, 추가로 예약한 이틀의 숙소마저 끝났음에도 계약을 하지 못해 더 조마조마했었다. 다행히 아주 좋은 집주인분을 만나서 일주일 정도 내가 묵고 싶을 때까지 묵고 가라고 하셨다. 정말 감사했다. 운 좋게 하루만 더 묵고 나가게 되었는데 돈 안 받으시고, 심지어 영국에서 일이 생기면 연락하라고 번호도 주셨다. 어딜 가나 마음 따스한 분들은 존재하고, 이게 세상을 살아가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다. 나도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자 이 글을 작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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