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설 연휴는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병원서 엄마와 함께 보내기로 했다. 하루 정도는 쉬고 싶은 마음이었는데 간병비 따불은 좀 아닌 것 같아 연휴 마지막 날까지 내가 출퇴근을 하기로 했다. 밤엔 5대 1 공동간병을 이용하기로 했으니까.
엄마를 요양병원으로 옮겨온지 딱 3일 밤이 지났다. 첫째 날 저녁 피딩 중에 엄마가 토를 하는 데다 처음 해 보는 공동간병이라 걱정이 많았는데 다음날 아침 만난 엄마는 늘 내 걱정보다 괜찮아 보였다.
게다가 이 병원은 요양병원이지만 재활이 제법 괜찮다고 알려진 만큼 넓은 재활실에 다양한 기구를 갖추고 있었다. 게다가 휴일엔 재활실 출입을 금하는 곳이 제법 되는 걸로 아는데 여기는 연휴 기간에도 자유롭게 재활실을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방해 두어 오전에도 오후에도 기구를 타는 환자와 간병인(보호자)들이 제법 많았다. 넓은 재활실을 휘~ 한번 돌아보고 나니 엄마와 예전에 재활병원서 함께 생활하며 노래를 부르고 일어나는 연습을 하던 지난 시간들이 떠올라 괜스레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잃어버린 줄만 알았던 희망이 어딘가에서 툭 하고 튀어나온 느낌이랄까.
연휴 이후야 어찌 되었든 일단 내 눈앞에 놓인 단 며칠간만이라도 적극 재활실을 활용해 보아야겠다 다짐했다. 오자마자 엄마에게 인사를 건네고 잠시 앉았다 엄마를 씻기고 글씨 쓰기 연습을 하고 다이아몬드 게임판에 열심히 말을 꽂았다. 기저귀를 갈고 점심 피딩을 하고 오후에는 재활실에 올라와 코끼리 자전거도 길게 타고 0.5kg짜리 아령을 들었다 놨다 하며 팔 운동도 함께 했다. 갑작스러운 재활에 힘들까 걱정했던 엄마는 내 걱정이 무색할 만큼 잘 따라와 주었다.
오랜만에 통목욕까지 시켜 드리고 나니 속이 다 시원했다고나 할까.
가만히 지켜보니 요양병원이라고 꺼림칙하게 생각했던 나 자신이 참 바보 같을 지경이었다. 병원을 옮기면 늘 해왔던 채혈이나 엑스레이 CT촬영 같은 불필요한 검사가 없는 것이 좋았고 같은 방 치매 할머니의 끼니를 챙겨주시는 간호사 선생님의 다정함도 좋았다. 낮 동안 지켜보니 공동간병이라도 체위변경, 기저귀 갈기, 목욕, 보호자 면회는 간병사 여사님이 주로 하시고 석션, 피딩, 드레싱 같은 것들은 간호사 선생님이 주로 하되 간병사 여사님이 보조하는 형태로 어느 정도 분업화 되어 있었다.
물론 아쉬운 점도 몇 가지 보였는데, 한꺼번에 여러 손이 필요한 식사 시간 같은 때에 돌봄의 손길이 부족해 보인다는 것이다. 돌봄의 손길이 제공되지 않는 건 아니지만 한 박자 늦는다는 것(공동간병이니까) 정도와 그 외에는 의료 소모품(석션 카테터, 약통, 거즈 등)이 넉넉지 않단 점 등이 있겠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면 돌봄의 손길이야 개인 간병을 쓰더라도 물로 손 한번 안 씻겨 주시는 분들도 꽤 계시니 비교가 무의미한 데다 의료 소모품의 경우 2차 병원 이상이 아닌 다음에야 상황이 모두 비슷하니 이것 역시 비교는 무의미하다고 보는 게 맞을 듯싶었다.
어찌 되었든 엄마는 잘 적응하고 있는 듯 보이고 내가 올라간 다음에도 지금처럼만 지낸다면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꽤 오랫동안 생활해 온 2차 병원을 떠나 요양병원으로 오는 것 때문에 한두 주는 꽤나 신경이 곤두서 있었는데 참 다행인 일이다.
이제 나쁘지 않은 주간 간병사님을 만나는 것과 오전 오후 재활에 차츰 적응해 나갈 엄마를 기다릴 일이 남았다.
연휴 동안 고생한 나, 참 잘했다.
앞으로 잘 적응해 나갈 엄마,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