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타고니아는 순전히, 날씨 때문에 왔다. 무조건 여름에 가야 한다는 말에 일정을 뚝 잘라서 1월을 통으로 파타고니아에 바쳤다. 성수기 비행기 값은 비쌌고, 어느 여행지나 인산인해였다.
숙소에서도 식당에서도, 돈이 콸콸 솟아나는 카드를 가지지 못한 나는 환대받지 못했다. 물가와 관광객 때문에 스위스에 있는 기분이었다. 아름다운 알프스를 보며 라면에 물을 붓는다는 흔한 스위스 여행후기를 여기서 쓰게 될 줄이야.
통장에 아직 여행경비가 많이 남아있었는데, 카드가 모두 먹통이었다.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인출을 못해 무전여행을 하는 건 색다른 억울함이다. 가방에는 마스터카드, 비자카드와 500만 원 치 여행자수표, 그리고 랩탑 등 값나가는 전자기기가 있었지만 배를 채우고 포근히 잠드는 데 유용한 것은 한 가지도 없었다.
여기만 지나고 다음 나라로 넘어가면 다 괜찮을거라는 희망을 품고 계속 걷는 수밖에.
도움을 청하면 기꺼이 응답해주는 마을 주민들과 배낭여행자들 덕분에 친절을 배워간다.
지출내역서/
파타고니아에서 총 쓴 금액이 200만 원이고 비행기로 100만 원가량 썼으니 딱 30일 동안 딱 300만 원을 쓴 셈이다. 칠레에서 28일 간 쓴 돈이 150이고 아르헨티나 이틀이 50이다. 이건 아르헨티나의 버스값이 40만 원이었고, 돈이 없어 굶었기 때문에 기타 비용이 안나간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