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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소미 Nov 04. 2024

11. 괌여행

  신혼여행을 해외로 가지 못해서 벼르고 있던 차에 남편이 이직하기 위해 쉬는 기간이 생겨서 결혼 후 처음으로 괌여행을 갔다. 같이 여행을 간 사람들은 아파트 옆집부부와 그 부부의 친구부부였다. 첫아이를 돌봐줄 사람도 없고 유치원운영이 꿈이어서 전공한 유아교육을 통해 아이들의 어린 시기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고 있었기에, 또한 예쁜 딸의 양육을 다른 사람에 맡기고 싶지 않아서 회사를 그만두고 육아에 전념했었다. 전업주부로 복도아파트 거주했는데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들끼리 낮시간에 서로 친하게 지냈다. 괌에 같이 가게 된 옆집은 아이는 없었지만 미국에서 살다와서  성격이 밝고 개방적이었다. 나는 그 집에 뭐가 있는 줄도 모르는데 옆집은 우리 집 숟가락 젓가락까지 다 알고 가끔 우리 가족이 밥 먹을 때 와서 본인 남편 없이도 우리와 같이 먹었다. 옆집은 미국에서 와서 내가 가족의 건강을 위한 밥상으로 아이가 어려도 보통 나물 세 가지 이상인 우리 집 밥상을 좋아했다. 괌여행을 부부끼리 가기로 해서 딸을 큰언니한테 부탁하고 처음으로 딸과 떨어진 여행을 하게 된 거다. 여행 떠날 땐 신혼여행 기분 내겠다고 딸을 언니네 맡기고 간 거에 뼈저리게 후회할 줄을 전혀 예상 못했다. 집에 돌아오는 돌연 비행기가 연착돼서 큰언니한테 소식을 전하는데 눈물이 마구 나서 울었다. 당시 서너 살 된 제니랑 처음 떨어져서 보고 싶은 것도 있었고 여행에서 서운한 것도 있어서 그랬던 것 같다. 그때 상황을 언니가 이야기해 줬다. 제니야말로 태어나서 처음 엄마아빠 떨어져 낯선 이모네 집에서 며칠 지내는 게 힘들었을 텐데 되려 나를 위로해 줬다. 제니는 "나에게 엄마 울지 마"하더니 조용히 이모가 마련해 줬던 본인 쿠션에 가서 얼굴을 묻고 우는데 울 언니 하는 말이 "어떻게 애가 우는 것도 예쁘냐!"라고 했다. 지금도 딸을 너무 이뻐해 주는 1호 팬이다. 제니는 어린데도 어른스럽고 정겨운 면이 많이 있었다 둘째 아이를 분만하러 이동침대에 누워 분만실에 들어가는데 네 살밖에 안된는데도 내 손을 잡고 계속 따라오며 걱정해 주며 분만실 앞 헤어지는 곳까지 손을 잡아주고 나를 들여보냈다. 남편보다 나은딸이다. 괌여행 때 보인 남편의 행동으로 다툼이 일어났다. 이때부터 남편 교육을 좀 시켰어야 됐는데 이런 남편의 행동은 결혼 내내 우리 부부의 다툼의 이유가 되었다. 결론적으로 나는 가족중심의 남편을 원했고 내가 보기엔 남편은 다른 것에 더 신경을 쓰는 것 처럼보였기때문이다. 후에 남편에게 이유를 물어봤더니 "너는 나잖아''라고 대답했다. 그건 정말 큰 오류다 나는 가까운 사람한테 예의를 더 지키고 더 신경 써야 된다고 생각한다.

괌여행 시 남편에게 화가 난 이유는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다. 가만있으면 좋으련만 페케이지 여자가이드에게 안 물어봐도 될걸 혼자 물어보고 남편은 남과 침묵을 좀 못 참는 것 같다.

내 나이 또래 딸 둘을 데리온 연장자부부의 짐을 짐꾼처럼 들어주고 결정적으로 내 또래 큰딸이 투어 중에 차에서 잠이 들었는데 내리면서 추울까 봐 그랬는지 나한테 덮어주라고 한 것이다. 남편이 타인에게 특별히 관심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닌 건 아는데 상대에게 오해를 살 수 있는 행동이고 가족인 나에게 집중을 하지 않고 남들에게만 신경 쓴 것이 지금생각해도 화가 났다. 나는 신혼여행대신이라 생각하고 기대하고 왔는데 말이다. 요즘에도 집안에서는 편하게 쉬느라 그런지 집에서는 말이 없고 밖에서 남에게 안 해도 될 말까지 하며 본인과 우리 가족을 낮춰서 남을 치켜세우는 듯한 말들로 나를 화나게 한다. 남편이 우리 집 가장인데 본인이 너무 겸손(?)해서 존중 못 받으면 우리 가족이 다 존중받지 못하는 거다 특히 시댁에서는 더하다. 인생경험으로 볼 때 밖에 나가서는 입을 좀 닫고 집안에서는 마음껏 이야기하자를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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