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어 정연/포토그래퍼 은서
* 김산, 김동현 님과의 인터뷰입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동현) 저는 현재 극단 불의 단원으로 있는 김동현이라고 합니다. 특별할 건 없는 것 같고요. 저희가 작가, 배우, 스텝으로 나뉘어 있는 시스템은 아니고 단원이라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단원이라는 소개가 제일 어울릴 것 같습니다.
산) 저는 김산입니다. 앞에서 유창하게 말을 잘해주셔서 저의 설명은 괜찮을 것 같습니다.
같은 극단인 '불'에서 하고 계시는 거죠.
산) 저는 6년째 하고 있고요.
동현) 저는 이제 1년 반 조금 넘은 상태입니다. 전역하고 바로 극단에 들어가서 다른 극단을 경험해 본 적은 없습니다.
산) 저도 군대 전역하고 운 좋게 있다 보니까 지금까지 있게 된 것 같아요. 대학교 전공을 무역 쪽으로 했었는데 깨달았습니다. ‘이 길은 내 길이 아니구나. 청춘은 이미 20살에 충분히 즐겼으니, 세월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 나의 길을 가겠다.’ 해서 대학교는 1학년만 다니고 전역 후에 극단으로 들어오게 된 거죠. 당시엔 모르지만 살아가다 보면 되돌아봤을 때 그 길은 내 길이 아니었구나!' 했던 순간이 있을 겁니다.
동현) 저는 어렸을 때도 (연극을) 되게 좋아했었던 것 같아요. 초등학교, 중학교 때도 되게 좋아했고. 예중이나 예고를 가진 않아서 고등학교 때 많이 놀고 잠깐 공부하다가 대학교 가서 어렸을 때 하고 싶었던 걸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새내기 때 중앙동아리에 들어갔죠. 성균관대 극회 공연도 한번 보러 갔었어요. 2년 정도 극회 활동을 하다가 전역한 후에 제대로 (연극을) 하는 사람들이랑 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었어요. 그래서 한 공고에 지원했는데 그게 여기였습니다. 전역 다음 날 (극단에) 갔는데 “오늘부터 해”라고 하셔서 바로 단원 생활을 했던 것 같아요. 저희 대표님이 배우고자 하는 자세가 되어 있으면 기회를 빨리 주시는 스타일이세요. 그래서 들어오자마자 배역을 맡아서 연기를 했었어요. 작품을 계속하면서 오퍼레이션을 본 적도 있고 작가, 배우도 하고. 극단 단원이라는 개념에 그 역할들이 다 들어있었던 거죠.
대사를 외우는 방법이 있다면요?
산) 대사를 외운다기보다 그 흐름을 외우는 편이에요. 저라는 한 배우가 어떤 캐릭터로 어떤 상황에, 그 위치에 있는지를 배웁니다. 사실 이건 비밀인데 (연극) ‘엔트로피’를 하면서도 대사를 틀리기도 했어요. 걸리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그 캐릭터로서 저의 목적을 갖고 그 상황에 존재하기 때문이라 생각해요. 대사를 아예 통째로 날리거나 공연의 흐름을 바꿀 정도로 틀리는 게 아니라면, 전체적인 흐름 안에서 저라는 사람이 그 역할로 자유롭게 놀 수 있는 것이 제가 대사를 외우는 방법인 것 같아요.
영감을 얻는 방법이 있을까요?
동현) 일상 속에 있는 것들이 무대에서는 어떤 식으로 보일 수 있을까를 많이 생각해요.
예를 들면 최근에 담배에 대해 생각했어요. 사람들이 고민을 많이 하잖아요. 고민이 있으면 담배를 피우고 담배를 피우는 순간에 (무언가를) 결정할 때도 있고. 그 2~3분 동안의 고민에 대한 작품을 써서 무대로 옮기면 어떤 식으로 형상화할 수 있을까. 담배를 피우면 그 길이가 줄어들잖아요. 이 줄어듦을 무대 조명으로 표현하는 거죠. 조명의 길이가 짧아질수록 인생의 어떤 고민을, 사건들이 거쳐지고. 이 사람이 담배꽁초를 집어넣으면서 조명이 끝나면, 사람들은 그제야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하는 2~3분간의 고민을 작품으로 옮겨놓은 거구나, 알 수 있게끔 하는 사고 논리인 것 같아요. 특히 소극장이고, 조명이나 음향 같은 제한이 있잖아요. 그런 (무대) 여건들을 머릿속에 넣어 놓고 어떻게 실현될 수 있을까를 많이 생각해 보는 것 같아요.
동현) 취미를 즐길 수 있는 이유는 그렇게 잘하지 않아도 돼서 즐거울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남들과 비교해서 남들을 이겨내고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면 대부분 재미는 없어지는 것 같아요. 뭔가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세상일이 재미있기는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소수이지 않나.
즐기는 것과 잘하는 것이 별개라고 생각하세요?
동현) 잘해야겠다, 보여 줘야겠다고 하면 재밌기는 힘든 것 같아요. 즐기면서 해야겠다고 생각한 극단에 들어와서, 즐기면서 해야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제일 많았죠. 잘하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 그런데 왜 안 되지?’ 이런 생각들이 들기 시작하면 즐겁기는 어렵지 않을까요.
산) 잘하면 즐거워요. 즐겁게 하면 어느새 잘하게 되더라고요.
두 분에게 연극이란 무엇인가요?
동현) 영화에서는 따뜻한 속성의 인간을 카메라라는 차가운 속성의 매개체를 통해서 다시 한번 따뜻한 인간한테 전달하는데, 그 과정에서 이 매개체의 냉기로 인간의 온기가 조금 사라지지 않나. 연극은 인간이라는 온기가 인간이라는 온기에 온전히 전달될 수 있어서, 가장 따듯한 예술이 아닐까요. 연극을 하면서 더 많이 느끼는 것 같아요.
산) 가장 인간다운 것. 사람이 사람에게 하는 이야기잖아요. 그게 좋은 쪽이 됐건 나쁜 쪽이 됐건 그 모든 것을 아울러서, 참여자들이 저마다의 시선으로 하나의 지향점을 갖고 전달하는 가장 인간다운, 예술이라기보다는 그냥 인간다운 것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연극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나요?
산) 공연 시작 직전에 무대가 완전히 어두워지고 분장실에서 나가기 전 그 순간이 가장, 늘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물론 모든 순간이 다 기억에 남죠. 첫 공연을 했던 순간, 첫 공연의 떨림 울림 온기, 내가 어떤 말을 뱉었을 때 느끼는 주변의 온도 차가 물론 다 기억에 남습니다. 그것들을 잊지 않기 위해서 계속 연극을 하는 것이기도 해요. 그럼에도 특히 하나를 고르자면 무대에 나가기 전에 제 모든 에너지를 담아서, 또 모든 에너지를 받아서 가는 그 순간인 것 같아요. 그 감정을 잊지 않기 위해서 (연극을) 계속하는 것 같아요.
동현) 중독이에요 (웃음).
혜화는 어떤 곳일까요?
산) 하루에 족히 150편 이상의 연극이 진행되고 그들만의 사고나 아름다운 정서를 가진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낭만적이라 생각해요. 점점 디지털화되어 가면서 사람들하고 교류와 만남이 없어져 가는 시대에 사람이 사람을 위로하는 150편 이상의 작품이 진짜 낭만 아닐까요?
인터뷰어 정연 / 포토그래퍼 은서
2024.06.14 김산 님, 김동현 님 인터뷰
*휴스꾸를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Humans of skku]
휴스꾸(Humans of skku)는 2013년부터 성균관대학교의 교수, 직원, 학생과 근처 상권까지 인터뷰 대상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장문의 인터뷰 본문, 깊이 있는 사진과 휴스꾸를 꾸려나가는 운영진의 이야기까지 다채로운 휴스꾸의 모습을 담아내려 합니다.